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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역행하는 中 드라마 “코로나 승리 주역은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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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역행하는 中 드라마 “코로나 승리 주역은 남성”
  • 정채윤 소비자기자
  • 승인 2020.10.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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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에서도 비판 쏟아져
중국 당국, 드라마 평점 사이트 폐지로 누리꾼 의견 묵살
출처 : CCTV 웨이보
출처 : CCTV 웨이보

[소비라이프/정채윤 소비자기자]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중국 드라마 ‘가장 아름다운 역행자(最美逆行者)’가 남성의 역할과 공로는 극대화하고, 여성은 순종적인 역할로 그리면서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가장 아름다운 역행자’ 제작진은 지난달 14일 제작발표회에서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중국의 정신, 연대, 자기희생을 알리는 작품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특히 현실성과 친밀성을 부각했다”며 드라마를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1회가 방영된 직후, 중국 영화평가 사이트 도우반(豆瓣)에서 10점 만점에 2.4점을 기록했다. 

드라마의 첫 에피소드부터 여성 캐릭터들은 위기 상황에서 남성을 보조하는 수동적 존재, 가족에 매여 있는 존재로 그려졌다. 드라마 속 관리자 역할이 “봉쇄 지역에 구호 물품을 운송하는 작업의 지원자가 죄다 남자다. 합류할 여자가 없냐”고 불평한다. 관리자가 한 여성에게 운송 작업을 부탁하자 여성은 “가족들과 설 연휴를 보내야 한다”며 부탁을 거절했다.

또한, 다른 장면에서는 남성 의료진이 여성 의료진에게 “넌 여자니까 옆에서 내 보조를 해”라며 여성을 보조적인 존재로 취급한다. 이 장면들 외에도 여성 의료진이 남성 동료를 험담하는 장면, 여성 의료진이 병실에서 방호복과 마스크를 벗어 방역 지침을 무시하는 장면, 여성 의료진이 흉부 압박을 실수하는 장면 등을 넣었다. 

중국 SNS인 웨이보(微博)에서는 드라마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 누리꾼들은 이 드라마에 대해 ‘얼른 종영해라’ ‘여성은 국가 위기 상황에 신경 쓰지 말고 가정에나 충실하라는 거냐’는 등의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드라마와 달리 실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여성은 커다란 도움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보건당국 집계에 따르면 우한에 파견된 의료 종사자 중 약 70%가 여성이었다. 또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한 간호사와 인터뷰를 한 내용에는 “병실에서 근무하는 모든 여성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며 간호사 중 약 5%만 남성이라고 꼬집으면서 드라마 내용을 비판했다.

드라마에 대한 논란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드라마 제작진은 “드라마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비난이 계속되자 중국 당국은 사전 고지 없이 이 드라마의 평점 사이트를 닫고, 드라마 방영 중단에 관한 글을 모두 삭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이러한 대처는 양성평등 및 정치적 관점에서 명백하게 시대를 역행하는 행위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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