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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유아·아동기의 가정 폭력 피해, 후유증 평생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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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유아·아동기의 가정 폭력 피해, 후유증 평생 간다
  • 황보도경 소비자기자
  • 승인 2020.09.29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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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유아·아동기의 가정 폭력 경험은 일생에 걸쳐 영향을 끼친다” 밝혀
아이들을 위한 트라우마 극복 프로그램은 아직 부족해

[소비라이프/황보도경 소비자기자] 유아·아동기의 가정폭력 경험이 전 생애에 걸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유아기, 아동기 아이들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미술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 개발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는 가정을 사적인 공간으로 여겨왔으며, 가정폭력을 ‘집안일’이라 치부하며 모른 척했다. 그사이 가정폭력 피해자는 점점 늘어갔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대한민국 10대부터 30대까지의 미혼을 대상으로 9월 22일부터 26일까지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112명 중 38.4%가 ‘가정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 77명 중 17%가 ‘가정폭력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출처 : 소비라이프

가정은 태어나 처음 속하는 집단이자 사회를 이루는 기본 단위로, 개인의 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또한, 유아·아동기는 주변 환경을 통해 기본생활 습관과 사회 규칙을 습득하는 시기다. 이때 습득한 지식과 경험은 개인의 삶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해당 시기의 가정폭력 경험은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가정폭력이 있는 가정에서의 아동은 가장 무력한 상태에서 가정폭력에 노출된다. 이는 아동의 성장 및 발달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부모 간의 가정폭력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직접 학대를 경험하는 정도의 트라우마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연구들에 의하면, 유아·아동기의 가정폭력 경험이 강할수록 우울함이나 불안 등 정서적 문제가 증가하며 자신에 대해 표현하기를 어려워하고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다. 또한, 행동조절 대처능력도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경험과 청소년의 비행은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했다. 한국가족사회복지학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거 가정폭력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비행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17.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아·아동기의 가정폭력은 학교폭력과도 연결 지점이 있다. 한국경찰학회에서는 “가정폭력 경험은 공격성에 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이러한 공격성이 결국 학교폭력 가해 행동을 불러일으킨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덧붙여 “가정폭력 노출 경험과 학교폭력 가해 행동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아·아동기의 가정폭력 경험은 성인기의 정서와 건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들은 성인이 돼서도 만성적인 우울, 낮은 자존감과 높은 불안 등을 겪는다. 이는 자아정체성 상실과 자해로 연결되며 공황장애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해 개인의 생존을 위협한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피해자학회에 따르면 아동기에 가정폭력을 경험했던 대학생들은 도덕적 기준이 해이해지고 폭력허용도가 높아져 데이트폭력 가해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가정폭력 경험을 간직한 채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는 피해자들의 경우,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부부 사이의 불안정한 애착이 생겨 부부 관계가 매우 불안정해진다. 이는 배우자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로 이어진다. 이들이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경우엔 더욱 심각해진다. 그들이 갖고 있던 상처가 현재 가정에서 다시 나타나 자녀는 또다시 피해자가 되고, 가정폭력은 대물림된다.

실제로 A씨는 "시아버지는 당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화부터 내며 온갖 물건들을 다 집어 던지셨다. 심할 땐 칼을 들고 위협했고, 손주에게도 손찌검을 했다"라며, "본인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어릴 적부터 봐온 남편도 화가 날 때면 시아버지와 똑같이 행동했다. 맘에 들지 않으면 살림살이를 집어던지고 소리치며 욕을 해댔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유아·아동기의 가정폭력 경험은 개인의 일생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트라우마 극복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가정폭력 피해 아동의 트라우마 극복 프로그램으로는 놀이기반 미술치료와 자연 친화적 소재를 활용한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다.

실제로 한국정서행동장애학회에서 놀이기반 미술치료를 실행해본 결과, 사회성과 통찰력이 증가하고 행동조절 대처능력도 향상됐다는 결과가 있다. 또한 원예치료나 모래 놀이 치료 같은 자연 친화적 소재를 활용한 프로그램도 효율적이다. 대한범죄학회에서 해당 프로그램의 효과 크기를 분석한 결과, 원예치료의 효과 크기가 1.76으로 가장 높았으며, 모래 놀이 치료가 1.35로 그 뒤를 이었다.

출처 : 대한범죄학회
출처 : 대한범죄학회

집단적인 프로그램 또한 좋은 방식이다. 집단 간 소통을 통해 상호 간의 지지와 위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 능력뿐만 아니라 자아존중감도 증가시킬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이를 다른 치료와 함께한다면 더욱더 좋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동을 위한 트라우마 극복 프로그램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아동은 청소년·성인과 다른 방법을 적용해야 하며,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폭력 피해 아동을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진다면, 가정폭력의 대물림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데이트폭력 등 각종 사회문제 또한 감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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