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떠도는 부(富)] 약탈로 이룬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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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부(富)] 약탈로 이룬 부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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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 아닌 수많은 사람의 원한으로 쌓은 부는 언젠가 부를 쌓은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친구들이 가진 것을 아무것도 빼앗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보다 빼앗았다가 돌려주는 것을 더 감사하게 여길 것이다’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던 사람이 있다. 사모스 섬의 통치자였던 폴리크라테스(Polycrates)이다. 

앞서 말 한대로 친구의 소유물을 빼앗았다가 돌려주면 더 고마워할 것이라고 말하는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보니 오십노선 100여 척과 궁수 1,000여 명을 이용해 사모스 섬 일대의 바다에서 노략질은 물론이고 여러 도시를 공략해 점령과 약탈을 일삼았다. 
 
약탈로 빼앗은 재물을 자신만의 소유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치를 위한 도구보다는 사모스 섬을 발전시키는 데 사용했다. 섬 주민들의 삶을 위해서 지하수로를 만들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발견된 인류가 만든 수로 중에서 가장 오래된 수로로 알려져 있다. 피타고리온(Pythagorion) 항구의 수심을 깊게 확장해서 더 많은 배가 정박할 수 있도록 해서 교역의 양을 늘리고 해군력도 증강했다. 
 
이집트의 파라오 아마시스(Amasis)는 페르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에게해와 동부 지중해 일대에서 약탈을 일삼던 폴리크라테스와 동맹을 맺고 동부 지중해의 해상권을 한때나마 장악할 수 있었다. 약탈로 쌓은 그의 부를 이용해 당대의 유명한 아나크레온 같은 시인을 불러 사모스 섬의 문화부흥에 힘을 쏟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아는 피타고라스도 이곳에서 태어난 학자였지만 폴리크라테스의 독재에 치를 떨며 이집트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고 이탈리아 남부로 거처를 옮기기도 했다. 독재를 피해 스파르타와 아테네로 피신한 사람들도 많았다. 
 
폴리크라테스는 사모스 섬을 발전시킨 치적으로 섬의 주민들에게는 영웅적인 참주였겠지만, 100여 년 뒤의 역사가인 헤르도토스에게 해적이라고 기록된 그의 일생은 우리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폴리크라테스 콤플렉스’나 ‘폴리크라테스의 반지’에서 알 수 있듯이 정당한 부가 아닌 수많은 사람의 원한으로 쌓은 부는 언젠가 부를 쌓은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자각해야 한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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