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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는 '디지털세' 공방, 우리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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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는 '디지털세' 공방, 우리나라는?
  • 윤채현 소비자기자
  • 승인 2020.09.14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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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디지털세 논의 재조명
재정수입 증가 vs 소비자에의 조세귀착

[소비라이프/윤채현 소비자기자] 2018년 디지털세(digital tax) 도입에 관한 EU 차원의 합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프랑스, 영국 등 개별 국가 차원의 디지털 서비스세가 부과되어왔다. OECD 역시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해왔었으나, 미국의 반대로 난항을 겪다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다시 ‘디지털세’ 공방이 뜨거워졌다.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디지털세(digital tax)란 고정사업장 소재지와 관계없이 디지털 대기업이 직접 매출을 얻는 영토 내에서 해당 국가가 매출액에 대해 일정 세율로 부과하는 조세를 말한다. 디지털세는 다국적 IT기업의 조세회피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법인세는 고정사업장 소재지를 기준으로 부과되는데, 디지털 기업에게 고정사업장은 필수적 생산투입요소가 아니다. 따라서 디지털 기업은 실제 창출한 부가가치의 일부만이 과세대상이 되어 조세회피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디지털 기업의 경우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세계적인 독과점 구조를 유지하기 쉽다는 것이 문제이다. 독과점 구조의 기업의 조세회피는 시장소재지 국가 국민들의 부가 글로벌 디지털 기업의 보유국인 미국 등으로 이전되어 글로벌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조세는 원천지 과세의 한 형태로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자본수입국에 유리하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은 디지털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세 과세대상은 아직 논의 중에 있지만, 미국 IT 기업들을 겨냥한 디지털세가 우리나라의 대규모 IT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등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세 도입은 내국법인에 대한 이중과세라는 한계와 내국법인이 외국 기업에 비해 겪어 왔던 역차별 완화라는 장점을 동시에 가진다. 디지털세가 도입될 경우 WTO 비차별원칙에 따라 내외국 법인에 대해 차별 없이 적용해야 하므로 내국법인은 법인세와 더불어 이중과세를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디지털세는 기존의 국내 기업의 외국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작년 국내 앱 시장에서 국내 전체 앱스토어 매출액 중 약 88%를 구글과 애플이 차지했으나, 고정사업장이 국내에 없어 법인세 등의 과세에 한계가 있었다. 디지털세 도입은 앱 시장에서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의 납세액의 차이를 좁힐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세 도입은 외국기업에 대한 세 부과로 국내 재정수입에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국내 법인의 해외세 부담이 커지면서 국내 재정수입에 부정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디지털세 도입이 국내 재정수입에 미치는 영향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소비자에게의 조세전가’이다. 디지털 기업은 포털서비스 이용료, 앱 구입비용 등을 높여 소비자에게 조세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영국은 지난달부터 애플, 구글 등에 2%의 디지털세를 부과했는데 구글은 영국에서 발생하는 광고수익에 대해 2%의 수수료를 인상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디지털세 도입이 우리나라 네이버, 카카오 등에도 적용된다면 국내 소비자에게로의 조세귀착은 더 심해질 것이다. 또한 디지털세에 관한 국제논의에서 미국의 요청으로 과세대상에 삼성전자 등 소비재 기업도 거론되고 있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소비재 기업과 정보통신 기업에 대한 디지털 세율을 달리하면 우리나라에 충분히 유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디지털세로 인한 재정수입뿐 아니라 국내 소비자에 대한 막대한 조세전가 부담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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