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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창업의 전설’들 줄줄이 퇴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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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창업의 전설’들 줄줄이 퇴임... 왜?
  • 이나현 기자
  • 승인 2020.09.15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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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마윈부터 핀두어두어의 황정까지 중국 대표기업 CEO들의 연이은 퇴임 이유

[소비라이프/이나현 기자] 최근 2년 사이 중국 대표기업 CEO들이 줄줄이 퇴임을 선언했다. 2018년 11월에 바이트댄스의 장이밍이 CEO직에서 사임한 것이 시작이었다. 2019년 3월엔 순펑익스프레스의 왕웨이가 집행이사 자리에서 사임했고, 6개월 뒤 이사직에서도 사임했다. 2019년 9월엔 마윈이 알리바바의 이사회 주석에서 사임했다. 뒤이어 2019년 12월엔 비야디정밀제조의 왕촨푸가 회사요직에서 물러났으며, 2020년 7월엔 핀두어두어의 황정까지 CEO 자리를 내려놨다.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창업의 전설’로 불리던 CEO들이 연이어 퇴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언론사 다중왕은 그 이유를 3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후배 양성이다. 알리바바의 마윈은 퇴임 연설을 통해 자신을 믿어준 것처럼 후임자들을 믿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동안 알리바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동료들 혹은 청년들이 자신보다 잘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이제 청년들을 지지해 보자고 호소했다.

둘째는 복잡한 업무 탈피다. 회사 규모가 커지고 나면, CEO는 후임에게 업무를 맡기고 굵직한 일들에 집중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되면서 능력 있는 동료들에게 업무를 분담시킬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졌기에 CEO가 퇴임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셋째는 기업의 개인화 방지이다. 개인의 이미지와 회사의 이미지를 분리시키기 위해 기업 수장들이 퇴임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핀두어두어의 황정은 퇴임하면서 회사가 개인의 색깔을 과도하게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마윈 역시 “창업주가 회사를 떠날 수 없다면, 회사는 발전할 수 없다”고 연설한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들의 퇴임을 ‘반퇴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상 완전한 퇴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요보직은 내려놨지만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마윈은 후계자 장융이 회사 수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일정 시간 뒤에 사임했으나, 알리바바의 행보를 결정짓는 것은 여전히 마윈이라고 보는 시각들이 많다. 이에 마윈의 퇴임은 ‘마윈 시대의 작별’ 또는 ‘세대교체’라는 상징적인 의미일 뿐 마윈이 회사에서 손을 뗀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다른 CEO들 역시 여전히 회사의 대주주로 있으며, 회사의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중국 대표기업 CEO들의 연이은 퇴임은 경영 전략적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중국 본토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바, 중국 내 시장변화에 대한 많은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경영권 ‘핏줄 승계’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CEO의 퇴임은 낯설다. 우리나라는 이제 ‘2세대 경영’을 넘어 ‘3세 경영’에 들어섰다. 2014년 기준 평균 1.7세였던 대기업집단 동일인이 올해는 평균 2.0세가 되었다. 

CEO스코어(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가 조사한 결과, 대기업 주식 자산 승계율이 33.1%(36조 2,833억 원)에 달했다.(19년 10월 10일 기준) 또, 지난 2일 추가로 조사된 바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 55곳 중 30곳은 최근 5년 사이 자녀세대 지분이 더 증가했다. 대기업 경영권 승계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형평성 문제는 더욱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핏줄 승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워렌 버핏은 2세 경영자들을 '운 좋은 정자 클럽(lucky sperm club)'이라고 비판했다. 기업을 위해 CEO자리를 내려놓은 중국기업 수장들의 경영마인드를 배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능력 있는 인재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후계자가 될 수 있도록 '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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