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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다자녀 카드로 알아보는 인구 절벽… 두 명만 낳아도 ‘다자녀’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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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다자녀 카드로 알아보는 인구 절벽… 두 명만 낳아도 ‘다자녀’인 시대
  • 김회정 인턴기자
  • 승인 2020.09.01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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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합계출산율 0.92명… 2년 연속 0명대 기록
전국 17개 시·도 중 11곳은 다자녀 기준 두 명

[소비라이프/김회정 인턴기자]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출산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92명이다. 전세계에서 합계출산율이 0명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정부는 저출산을 늦추기 위해 10년간 210조 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출산율은 2018년 보란 듯이 세계 최초 0명(0.98명)으로 추락했다. 2019년에도 여전히 0.92명에 그쳐, OECD 37개국 평균 합계출산율 1.63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작년 11월부터는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상황으로 인구 절벽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2018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는 세 자녀가 아닌 ‘두 자녀’ 가정에 다자녀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했다.

시·도별 다자녀카드 발급 조건
전국 17개 시·도별 다자녀카드 발급 조건 (그래픽 : 김회정 인턴기자)

‘두 자녀=다자녀’ 공식을 가장 먼저 실감할 수 있는 혜택은 각 지자체에서 발급하는 다자녀 카드다. 17개 시·도의 다자녀 카드 발급 조건을 확인한 결과, 총 11개 시·도(서울, 경기도, 세종, 울산, 강원도, 충남도, 충북도, 경남도, 전북도, 전남도, 제주)에서 두 자녀 이상 가구에 다자녀 카드를 발급했다. 나머지 6개 시·도(인천, 대전, 대구, 광주, 부산, 경북도)는 세 자녀 이상 가구를 다자녀가구로 취급했다.

각 시·도마다 다자녀의 기준이 다른 이유는 통일된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각 시·도 조례별로 다자녀의 기준이 다르며, 각 지자체의 재정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복지 정책을 펴고 있다. 지역에 따라 다자녀카드의 혜택과 발급되는 은행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겉보기에는 다자녀카드의 기준이 세 자녀 이상인 지역이 다소 엄격한 조건을 적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천시의 다자녀카드 혜택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대신 더욱 풍부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천시의 아이모아 카드는 유명 콘도에 30~70%까지 할인이 적용되며, 전화 영어는 50% 할인이 적용된다. 

하지만 단순히 두 자녀 혹은 세 자녀 이상 가구라고 모두 다자녀 카드를 발급받을 수는 없다. 지자체별로 세부 사항으로 막내의 연령에 제한을 걸고 있다. 이 부분에서도 우리나라의 인구 절벽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이 부분에서는 통일된 조건을 쉽게 찾을 수는 없었지만, 광주나 대구 등 막내가 성인에 가까운 시기까지 다자녀로 인정하는 지역이 6곳이나 됐다. 이러한 지역은 통상 막내의 나이를 만 18세나 만 19세( 2000년 혹은 2001년 이후 출생) 이하로 상한선을 그었다. 국내에 저출산과 더불어 학생 인구의 절벽이 특히 심한만큼 다자녀 조건에 해당하는 막내의 연령도 점차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면에서 강원도의 다자녀카드 조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강원도는 특이하게 막내가 만 24세 이하인 두 자녀 가구에 다자녀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청소년기본법상 만 24세까지 청소년으로 보지만, 만 19세 이상부터 성인으로 취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는 강원도의 저출산 및 인구 감소가 심각한 것과 연관이 있다. 지난해 열린 저출산고령화 포럼에서 강원도는 지역 소멸 위험지수 0.54로 ‘소멸위험 주의’ 지역으로 분류됐다. 그 중 13개 시·군은 소멸 위험지수 0.5를 넘지 못해 이미 '소멸위험 진입' 단계로 들어섰다. 이처럼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강원도는 다자녀 기준에 관대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미디어에서 떠들어대는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절벽은 흔히 떠올리는 다자녀 공식을 깨버린 지 오래다. 이미 대부분 지역에서 다자녀란 ‘둘’을 떠올리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처럼 세계 유일 합계출산율 '0명'인 나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출생이 곧 다자녀’가 되는 모순적인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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