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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 복학왕 또 논란… 공식 사과까지 하게 된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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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 복학왕 또 논란… 공식 사과까지 하게 된 배경은?
  • 김회정 인턴기자
  • 승인 2020.08.18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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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인턴 여직원 성 상납 암시하는 장면이 ‘여혐’ 논란 일으켜
이전에도 청각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비하 논란

[소비라이프/김회정 인턴기자]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본명 김희민)가 웹툰 ‘복학왕’의 여성 혐오 논란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했다.

기안84는 사과문을 통해 “작품에서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라며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위해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식당 의자를 제끼고, 봉지은이 물에 떠 있는 수달을 겹쳐지게 표현하고자 했는데 이 장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라며 덧붙였다.

최근 연재를 재개한 복학왕에서 무능한 여주인공 봉지은이 학교 선배가 다니는 대기업 인턴에 합격하는 과정에서 ‘성 상납’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봉지은 캐릭터는 대학 선배 우기명이 재직하는 기안 그룹에 인턴으로 입사했으나, 보고서를 메모장으로 작성하는 등 무능력한 인물로 그려진다. 사내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도 ‘애교’로 무마한다.

작중 40대 남성 팀장은 봉지은에게 ‘어차피 자네 뽑을 생각 없다’, ‘회사가 복지시설이냐’라며 봉지은을 비판한다.

하지만, 봉지은이 인턴 마지막 회식으로 조개구이를 먹는 자리에서 팀장이 ‘(키조개를)손질할 수 있는 사람 있냐’고 묻는다. 봉지은은 자신의 배 위에 조개를 얹고 긴 막대 모양의 물체로 조개껍데기를 부순다.

기안84의 '복학왕'에서 문제가 되는 장면의 일부분
기안84의 '복학왕'에서 문제가 되는 장면의 일부분

해당 장면에서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이나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이라는 문구가 나오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후 봉지은은 기업에 최종 합격하고, 40대 팀장이 우기명에게 마지막 회식에서 봉지은과 키스를 하고, 교제하게 됐다는 사실을 밝힌다.

일부 독자들이 해당 장면에 대해 ‘성 상납으로 정직원이 된 게 아니냐’라며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조개구이라는 회식 장소가 중요한 개연성을 가진 배경이 아닐뿐더러 조개는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용어로 쓰이기 때문이다. 또한, 봉지은이 조개를 부수는 데 사용한 긴 막대는 남성의 성기를 묘사하는 대표적인 클리셰다.

봉지은의 무능력함을 비판하던 남성 팀장이 회식 자리에서 스킨십이 있었고, 이를 통해 교제를 시작한 사실을 밝힌다. 이러한 서사는 봉지은이 정직원으로 전환되면서 ‘성 상납’을 했다고 유추하기에 충분하다.

기안84가 사과문에서 밝힌 대로 조개를 부수는 장면이 귀여움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도 문제가 된다. 성적인 클리셰가 아니더라도 학벌, 스펙, 노력이 아니라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것도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취준생을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실의 문제점을 고발하기 위해 작중 묘사를 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복학왕은 현실을 꼬집으며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대상만 바뀐 채 비슷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앞서 기안84는 ‘복학왕’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전에도 지방대 출신 학생, 이주노동자, 청각장애인 등을 희화화 혹은 비하한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나 혼자 산다’ 등 방송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기안84가 더욱 성숙한 사고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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