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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호] 변기에 버릴까, 휴지통에 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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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호] 변기에 버릴까, 휴지통에 버릴까?
  • 배홍 기자
  • 승인 2020.08.07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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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시행
휴지 버리는 법에 대해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

[소비라이프/배홍기자] 2018년부터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시행되고 있지만 휴지를 변기에 버릴지, 휴지통에 버릴지 하는 의견은 여전히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화장실 문이나 벽에 ‘휴지는 휴지통에 버리지 말고 변기에 버리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은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또 변기가 막히니 휴지는 휴지통에 버리라는 안내문도 볼 수 있다. 버리는 법이 통일되지 않으니 때에 따라 장소에 따라 화장실 휴지를 버릴 수밖에 없다. 과연 어떤 방법이 더 환경에 이로울까?

법과 규정에 따르면 화장실에는 휴지통이 없는 게 맞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대변기 칸막이 안에는 휴지통을 두지 아니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다만 여성용 화장실에는 위생용품 수거함을 둘 수 있고, 장애인이나 노인 또는 임산부가 사용할 수 있는 변기가 설치된 경우, 영·유아용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된 경우에는 휴지통을 둘 수 있다.

‘화장실 휴지통 없애기’는 1999년에 창립된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실시하고 있는 ‘깨끗한 화장실 만들기’ 캠페인 중 하나로 공공기관, 자치단체와 협력해 진행되고 있었다. 화장실 연대 표혜령 대표는 “자체적으로 대학생 ‘머문자리 서포터즈’를 만들어 화장실 에티켓을 홍보하고 있으며, 공공기관과 협력을 통해 쾌적하고 깨끗한 화장실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일며 2018년 1월 1일부터 공중화장실 대변기 옆 휴지통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는 내용 등을 담은 법률이 적용되고 있다. 이후 악취와 해충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공중화장실 대변기 옆 휴지통은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변기가 막히는 등의 불편을 지적한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다 쓴 휴지를 변기 속에 흘려보내지 않고, 별도의 쓰레기통에 넣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일부 남미국가뿐이라고 한다. 일본의 관광지에선 아예 한글로 ‘일본 휴지는 물에 잘 녹습니다’라고 써 붙여놓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변기 구멍이 좁거나 잘 막히는 변기가 따로 있는가 하고 질문한다. 이에 대해 위생도기 판매 업체는 국내 중소기업 및 대기업의 변기 제품 규격을 재보면 높이는 38㎝, 배수 구멍까지 연결된 길이는 약 6.5~7㎝, 배수 구멍 지름 역시 5.5~6㎝로 비슷하며 구멍이 좁아서 변기가 막히는 게 아니라고 전했다. 또 국내에선 한 번 물을 내릴 때 6L 정도 사용하게 되어 있어 변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화장실 내 휴지통 사용은 88올림픽 개최 당시 재래식 화장실을 급히 수세식으로 바꾸며 생겨난 습관이다. 당시 화장지가 귀해 신문지나 질 낮은 휴지를 사용하는 바람에 하수관이 자주 막히자 화장실에 휴지통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그러나 관계자에 따르면 요즘 화장실용 화장지는 제조사와 브랜드를 막론하고 물속에서 20초 안에 분해되므로 변기가 막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유한킴벌리는 홈페이지를 통해 “유한킴벌리에서 제조하는 모든 화장실용 화장지는 물에 풀리도록 설계되었으므로 사용 후 변기에 버려도 된다. 다만 한꺼번에 과도한 양을 버리거나, 용수 절약을 위해 변기에 흐르는 물의 양을 줄여 사용하는 경우에는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막힐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왜 공중화장실 변기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막히는 걸까? 키친타월, 물티슈, 냅킨처럼 물속에서 분해가 잘 안 되는 휴지나 이물질을 투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공중화장실에 비치된 화장지가 아니라 다른 제품을 사용하는 게 변기 막힘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비치된 화장지라도 많은 양의 휴지가 정화조 탱크에서 분해가 잘 안 되거나, 휴지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유기물 분해 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 휴지 등을 녹이기 위해 추가로 약품을 사용하거나 하수 방류 전에 따로 걸러 처리하는 등의 수고로움도 고려해야 한다.

휴지통에 버린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건 아니다. 정화조를 둘러싼 ‘수질’에만 초점을 맞춰 보면 물에 버리지 않는 게 좋지만 다른 경로로 쓰레기가 배출되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어느 한쪽이 더 낫다고 할 수 없다.

어디에 버리느냐의 문제보다는 사용량 자체라는 지적도 있다. 화장지를 절약하고 물 사용량을 줄이는 게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식변화를 위해 다양한 캠페인과 국가주도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휴지통이 사라지는 걸 반대하는 사람도, 찬성하는 사람도 결국 원하는 것은 딱 하나다.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제 화장지는 변기에, 쓰레기는 세면대 앞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휴지통 부재로 잠시 불편할 수 있지만 먼 미래를 내다보면 청결해진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크다. 이제 화장실용 화장지는 과감하게 변기 속으로 흘려보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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