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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의 질풍노도] 유동성 과잉의 시대-①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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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의 질풍노도] 유동성 과잉의 시대-①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높여라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0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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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과 함께 지급준비율이 인상된다면 은행의 돈장사가 줄어들면서 시장이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은행은 돈을 취급한다. 돈을 받아서 장사하고 이윤이 남으면 돈을 맡긴 사람에게 이윤의 일부를 지급한다. 그런데 거래자에게 받은 돈으로만 돈을 벌면 이익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받은 돈을 담보로 또 다른 돈을 만들어내고 만들어낸 돈을 담보로 또 다른 돈을 만들어낸다. 이 짓을 돈의 피골(皮骨)만 남을 때까지 반복한다. 이를 전문용어로 ‘지급준비율’이라고 한다. 돈을 찍어내되 돈을 지급할 수 있는 준비를 어느 정도 해두라는 기준이다.
 
지급준비율의 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장기로 돈을 관리하는 장기주택마련저축이나 재형저축은 0%,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민간에게 발행된 CD 등은 2%, 수시입출금처럼 자주 사용하는 예금은 7%다. 시중은행들은 거래자가 가입한 상품의 종류에 따라 해당 % 만큼 한국은행에 돈을 맡기고 나머지로 대출사업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은행이 거래자로부터 수시입출금통장으로 100만 원의 돈을 받았으면 7만 원을 한국은행에 예치해야 하는데 한국은행이 보유하게 되는 7만 원을 ‘지급준비금’이라고 한다. 시중은행은 남은 93만 원을 담보로 7%인 65,100원을 한국은행에 맡기고 864,900원의 통화를 창출한다.
 
통화의 유통은 그 나라 경제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통화가 유통량이 많아야 소비도 이뤄지고 소비가 일어나야 재화의 생산이 일어나기 때문에 시장경제에 서는 필요한 구조다. 문제는 통화가 너무 많으면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물건값이 오른다는 데 있다.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다. 돈을 잘 버는 나라는 버는 만큼 통화가 증가하기 때문에 자동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돈을 잘 못 벌면서 통화가 증가하는 경우다. 대표적으로 짐바브웨가 있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찍어낸 돈이 돌고 돌아 ‘초 인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다른 경우는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를 벗어나고자 지금 전 세계가 취하는 행동이다. 물론 위기 상황에서 위축된 소비를 활성화하려는 조치지만 이로 인한 효과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실물경제의 하락에도 증시는 상승했고 부동산과 관련된 가격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약 1,500조 원을 풀고 있다. 유럽은 내년부터 약 1,000조 원의 유로를 시중에 공급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윤창출과 함께 오는 건강한 인플레이션이 아닌 돈만 넘치는 인플레이션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기 전에 우리나라는 대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통화가 많이 풀린 상황에서 회복된 소비가 적절히 유지되고 위기상황이 어느 정도 풀린다면 통화량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지급준비율을 올려야 한다. 그 효과로 대출이 감소한 만큼 유통되는 통화도 감소할 것이고 부동산경기는 조금 하향 안정될 수 있다. 대출이자가 상승해서 가계의 부담이 증가하겠지만 전셋값도 안정을 찾을 것이다. 
 
저금리 상태에서 대출을 받아 잘못된 투기로 진행된 부동산 ‘갭 투자’도 더 이상의 이익 없이 대출이자만 나가게 된다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익이 적다면 위험을 부담하려는 세력은 줄어들 것이다.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과 함께 지급준비율이 인상된다면 은행의 돈장사가 줄어들면서 시장이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을 두고 ‘잃어버린~’ 시리즈를 말한다. ‘잃어버린’은 과거형이지만 일본의 현실은 암울하게도 미래진행형이다. 일본은 앞으로도 잃어버릴 조건과 상황만 놓여 있다. 우리가 굳이 따라갈 필요가 없다. 그 길을 가지 않으려면 지금의 부동산 광풍을 막기 위한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 외에도 여러 가지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선제 대응이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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