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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행복 이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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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행복 이입
  •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작가
  • 승인 2020.07.22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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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한 감정이입도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소비라이프/김정응 소장] “우리 사과가 많이 아팠군요. 바꿔드리겠습니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궁금하죠? 동네 시장 사과 가게에서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손님이 사과가 썩었다며 큰 소리로 반품을 요구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가게 주인이 반품해준다고 하면서 한 말인데 참으로 감각 있는 대응이자 표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요즈음 ‘셀프 걷기 캠페인’을 전개 중입니다. 주말에는 늘 한강 둘레 길을 걷습니다. 그때마다 나름의 어떤 주제를 생각하며 걷는데 글쓰기, 말하기 등 생활에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그날은 “사과가 아프다”라는 그 표현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걷기 주제를 사물에 대한 감정이입(感情移入. Empathy)으로 잡았습니다. 그 마음과 시선을 가지고 걷다 보니 놀라운 일이 벌어지더군요. 

흰 나비, 노랑나비가 경쟁하듯 나를 유혹한다. 참새와 까치는 반갑다고 인사한다. 비둘기는 넌 누구냐고 시비를 건다. 한강 물 위에서는 흰 왜가리, 노랑부리 백로가 멋진 비행 솜씨를 뽐낸다. 하늘을 뚫을 듯한 소리에 가까이 가서 보니 무려 10마리의 매미가 한데 모여 울고 있다.

백일홍을 비롯해서 빨간 꽃, 노란 꽃, 하얀 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이름 모를 풀과 나무는 흔들거리며 나에게 시위를 한다. 이름을 아는 반가운 나무는 정답게 나를 반긴다. 능수버들과 아카시아 나무다. 개미와 지렁이도 무심히 나를 올려다본다. 잠실대교 수중보 물고기도 신이 나는 듯 수면위로 솟구쳐 오른다.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내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감정이입의 부작용도 있다. 우선 마구 사진을 찍어대고 대상에 대한 동정심 또한 마구 생겨난다는 것이다. 다리가 마치 사람이 길게 누워 시련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의 무게를 저렇게 말없이 견디어 내고 있다니 말이다. 뭐 이런 식이다.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꽃과 나무에 대한 감정도 마찬가지다. 

제가 경험한 감정이입의 효과는 엄청난 것인데 그중에서도 핵심은 새로움의 ‘경험’이었습니다. 대략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하나, 많은 친구를 경험한다.
좀 심하게 과장하자면 삼라만상이 친구가 됩니다. 하늘 아래 그리고 땅 위의 모든 대상들에게 말을 걸고 우정을 나누게 되는 것이죠. 아마도 그 옛날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라는 작품도 이런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탄생했을 것입니다. 다섯 친구인 ‘水(물), 石(바위), 松(소나무), 竹(대나무), 月(달)’과의 대화록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둘, 새로운 질문과 대답을 경험한다
감정이입의 사물이나 대상자들과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즉   좋은 질문과 대답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청마 유치환이 되어서 나름의 질문을 해보는 것입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셋, 또 다른 나를 경험한다. 
한마디로 준(準) 문화 예술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메타포(metaphor)”를 외치게 됩니다. 은유를 뜻하는 메타포는 그 핵심이 감정이입이라고 합니다. 감정이입에 젖어 메타포와 이미지를 더듬으면 한강 둘레길 시인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헤르만 헤세가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네 삶의 목표는 결국 행복일 것입니다. 요즈음 SNS 동아리에서는 저마다의 ‘행복론’이 넘쳐납니다. 이러한 갈증은 어찌 보면 현실이 그만큼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오늘의 결론으로 보면 사물에 대한 감정이입도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주장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감정이입은 곧 행복입니다.”
당신도 감정이입의 창으로 행복을 경험하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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