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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과소비 유도가 만연, ‘아이돌 굿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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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과소비 유도가 만연, ‘아이돌 굿즈’
  • 박영주 소비자기자
  • 승인 2020.07.15 09: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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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아이돌 팬층, 청소년들을 비합리적 소비로 이끌어
자체 제작 굿즈는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낳을수도

[소비라이프/박영주 소비자기자] ‘아이돌 굿즈(goods)’가 소비시장에서 한 영역을 차지한 지는 오래다. ‘굿즈’는 원래 ‘상품’을 뜻하는 영어 단어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특정 연예인의 사진을 넣은 테마 상품 또는 피규어’를 뜻하는 하나의 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담은 굿즈를 사는 것은 팬으로서 당연한 일이고 소소한 행복일 수 있다.

서울시 종각에 위치한 중고음반매장에 들어서면 같은 아이돌의 일 앨범이 대량 진열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해당 매장은 기부 물품들을 재판매하는 형식으로 운영되는 매장이며, 진열된 동일한 앨범들도 기부 물품이다.

매장에 앨범과 같은 물품이 많이 들어오면 좋지 않냐는 질문에 매장 봉사자들은 "이런 앨범들은 포토카드가 없어서 아무도 안 사가요"라고 답했다. 팬들이 앨범에서 포토카드만 빼고 앨범만 기부한 것이다. 그리고 "요즘 누가 CD로 노래 듣나요? 스트리밍하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매장 내 진열된 동일한 앨범 / 촬영본

이런 현상이 나오는 이유는 굿즈와 팬사인회 응모권을 랜덤으로 앨범에 넣는 과도한 마케팅 때문이다. 제일 큰 문제는 ‘많이 사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앨범 같은 경우에는 12,000원에서 18,000원 정도 하며, 비싸면 22,000원까지 가격이 책정된다. 아이돌 앨범에는 랜덤으로 팬 사인회 응모권이 들어 있고 앨범을 많이 구매해야 당첨 확률이 올라간다. 따라서 팬들에게는 가격 부담이 클 수밖에 없으며 청소년 소비자들에게 그 부담은 더 크다.

최근에는 코로나 19로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없게 되자, 멤버 개인별로 제작된 포토카드나 컵슬리브 등을 앨범에 랜덤 부록으로 실었다. 앨범을 사지만 자신이 원하지 않는 다른 멤버들의 사진이 들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멤버의 굿즈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앨범을 구매해야 되며,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양이라면 기부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외의 굿즈의 형태로는 폰케이스, 연예인 인형 및 피규어나 옷, 화보집 등이 있는데 대부분 3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가격이 나간다. 한정판 같은 경우에는 10만 원 이상이며, 다시 되파는 리셀가도 만만치 않다.

굿즈 자체제작 공지글 캡쳐본

굿즈 가격 문제는 소비자들이 연예인들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까지 흘러갈 수 있다. 굿즈가 비싼 탓에 자신들이 직접 연예인들 사진으로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거나 공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퍼블리시티권은 개인의 이름, 초상, 서명 등의 인격적 요소가 일련의 재산적 가치를 권리자가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권리이며 주로 유명인들이 권리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연예인들은 각자의 퍼블리시티권을 가지게 된다. 굿즈를 돈을 받지 않고 나눠주는 것은 상관없으나 이 경우에도 무단 사용 등의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지는 여전하다.

물론 이러한 굿즈 판매는 수요가 있기에 가능하다. 아이돌 굿즈가 고가인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만큼의 품질과 만족을 소비자가 얻을 수 있다면 수요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익 창출이 목표인 기업에서 판매 증진을 위해 인기 아이돌을 모델로 기용하고 프로모션에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논란이 끊이지 않고, 그 소비자의 상당수가 청소년인 만큼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미성년자의 미성숙한 소비 형태를 이용하는 것은 미성년자의 합리적 소비인식의 습득을 방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게끔 하거나, 충동적인 소비나 과소비를 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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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요 2020-07-15 13:53:16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저런식의 판매는 걱정 되는 점이 있네요.
저런 굿즈 등을 구입하기 위해 부모니 몰래 알바를 하는경우도 있고.......
좋은 정보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