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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오너가 리스크라면 시스템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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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오너가 리스크라면 시스템의 문제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13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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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모든 것을 좌우할 정도로 한국 기업의 체력이 부실하지도 않다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모든 투자에 있어 항상 존재하는 것이 바로 변수와 그에 대한 리스크다. 이를 줄이는 만큼 성공확률이 높아져 기업은 이익을 내며 성장한다. 그런데 기업을 진두지휘하는 의사결정권자가 리스크의 원인이라면 그 기업은 성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다각적인 상황을 대비하고자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은 자체적인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위기는 환경이 바뀌면서 다양한 형태로 다가온다. 이에 삼성전자의 권오현 부회장은 2017년 3월에 있을 정기주주총회를 대비해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냈고 그 내용이 언론을 통해 2월 5일 보도됐다. 그 안에는 광범위한 리스크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 대응을 위해 관습적으로 행하던 업무방식과 위기에 대응하는 관리시스템 개선하겠다는 의지표명이 담겼다. 

당시는 탄핵심판으로 헌법재판소에 모든 이목이 쏠리던 탄핵정국이었다. 그 핵심에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분명하게 언급되던 상황이었고 이런 위기극복을 위해 위기관리시스템 개선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2017년 2월 17일 삼성그룹 오너가의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다. 
 
모두가 걱정했다. 이재용 없는 삼성이 제대로 굴러갈까 싶었다. 그러나 삼성은 개선된 위기관리시스템 때문이었는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보였다. 경영에 이상 신호는커녕 2016년보다 영업이익이 83%나 급증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오너의 부재가 리스크가 아니라 오너의 존재가 리스크’라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이 부회장은 구속된 지 353일 만인 2018년 2월 5일 석방된다. 그러나 최근에 경영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인수합병과정이 또 다른 위법 여부로 쟁점화되면서 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됐다. 이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의 가치가 부풀려져 합병된 회사의 지분을 늘리는데 유리한 작용을 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회사 가치에 기여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가 적법했는지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삼성은 호소문을 발표한다. 삼성은 위기를 강조하며 검찰의 오랜 수사로 경영이 위축되었고 정상화가 힘들다는 내용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3월 삼성과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권고했고 이를 받아들여 5월 초 서초동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불구속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너라면 법적인 문제들 때문에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고 주가에 영향을 준다면 정상경영을 위해 스스로 물러나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삼성이라는 회사를 방패로 삼아 자신의 구속을 막고 있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삼성은 스스로가 자랑스러워하듯 수많은 글로벌 인재로 채워져 있다. 아버지가 이건희 회장이 아닐 뿐 이 부회장보다도 더 똑똑하고 훌륭한 인품을 소유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금융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더라도 삼성전자 경영이 악화될 거라 예상하는 사람은 적다. 오히려 반대를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오너가 모든 것을 좌우할 정도로 한국 기업의 체력이 부실하지도 않다. 기업은 효율이지만 국가는 공정해야 한다. 이미 금융기법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사건이다. 금융위원회는 분식회계를 확정하는데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내·외부의 많은 전문가의 검증 끝에 나온 결과였다. 자본이라는 자원을 배분하는 데 있어 지배구조 때문에 왜곡현상이 발생하면 금융을 넘어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되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되새겼으면 한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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