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의 감성과 시선으로 바라보는 범죄, 지켜보는 것이 다인가
상태바
가해자의 감성과 시선으로 바라보는 범죄, 지켜보는 것이 다인가
  • 최지민 소비자기자
  • 승인 2020.07.14 0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의 부족한 성 인지 감수성
가해자 서사 부각으로 인한 동정 여론과 2차 가해
경찰청, 경찰청범죄통계 성범죄, 살인, 강도 부분을 차트로 재구성했음.
2015~2018년 통계청 경찰청 성범죄, 살인, 강도 자료 / 최지민 소비자기자 재가공

[소비라이프/최지민 소비자기자] 위 그림은 2015부터 2018년의 경찰청 범죄통계자료를 차트로 정리한 것으로 같은 강력범죄인 강도나 살인과는 다르게 별반 줄어들지 않는 성범죄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성범죄는 왜 줄어들지 않는 걸까. 가장 큰 이유가 성범죄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2016년 여성가족부에서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폭력안전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성폭력(강간)을 당한 여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라는 문항에 긍정 답변이 39.2%를 차지하고 있으며,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라는 문항에 대한 긍정 답변은 54.4%로 꽤 많은 표를 받았다. 또한 '여자가 알지 못하는 남자의 차를 얻어 타다 강간을 당했다면, 여자에게도 일부분의 책임이 있다'는 문항에는 56.9%의 긍정 답변이 있었으며 '여자들이 조심하면 성폭력을 줄일 수 있다'는 문항의 긍정 답변은 55.2%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많은 긍정 답변을 얻은 위 문항들을 정리하자면 성폭력은 피해자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으며, 피해자가 조심한다면 성폭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범죄와는 다르게 성범죄에 관해서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잘못된 성 인식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성폭력을 당한 사례는 유아 성폭력, 디지털 성폭력, 친족 성폭력, 위계에 의한 성폭력 등 다양한 데 비해 피해자의 책임이라는 설명은 다양하지 않다. 피해자의 책임이라는 주장은 다른 사람의 호의를 받아 차에 동승한 것, 노출이 있는 옷차림을 입은 것, 술을 마시는 것, 남의 집에 들어간 것 이것들이 보통 등장하는데 이러한 주장으로는 피해자의 책임이 당연하게 존재한다고 설명하지 못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옷을 입고, 이동하고, 술을 즐기는데 이러한 것들로 인해 피해자가 성폭력을 예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물으며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2차 가해는 성범죄 등의 피해자에게 특정한 피해를 근거로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배척하는 행위이다. 범죄의 피해자를 탓하며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게 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도 성범죄에 2차 가해 사건이 있었다. 바로 'n번방 사건'이다. n번방 사건은 SNS를 활용한 성범죄라는 특성이 있어 가해자는 대부분이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20대 초반의 남성들이었다. 범행이 밝혀지고 난 후 가해자에 대하여 작성된 기사 중에서는 피의자가 강 씨가 학교생활을 성실히 하는 성적이 좋은 사람이었단 글, 피의자 조 씨가 학보사에서 기자 활동을 활발히 하는 열정적인 사람이었다는 글, 가해자의 대부분이 젊은 청년이라는 글 등이 있었다. 전형적인 가해자의 서사를 알려주고 동정심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글이다.

이제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범죄자의 기사에 '어린' , '열심히 살던', '가난한' 등의 단어를 사용하여 동정 여론을 만들었다. 이 사건 외에도 가해자의 서사를 나열하며 가해자를 불쌍하게 여기게 하는 여러 기사가 작성되어왔다. 의식적으로 동정 여론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님에도 그들의 이야기에 동정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것에 일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이슬기 씨(24)는 '가해자의 서사 부각으로 인한 2차 가해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하냐'라는 질문에 "인터넷에 올라오는 성범죄 기사에는 자주 2차 가해성 댓글이 보인다. 성실히 살던 사람을 피해자가 꾀어내어 성관계를 했다, 거짓말로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을 성범죄자로 만든다는 등의 추측성 의견이 보이기도 한다. 가해자의 서사를 사람들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동정심으로 인해 가해자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피해자의 아픔은 지워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해자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라고 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