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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호] 토마토, 과일인가 채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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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호] 토마토, 과일인가 채소인가?
  • 배홍 기자
  • 승인 2020.07.08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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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토마토…결론은 과채류

[소비라이프/배홍 기자] 만약 토마토가 과일이냐 채소냐 하는 문제가 시험에 등장한다면 채소라고 적어야 정답이다. 그런데 토마토는 과일 가게에서   구매할 수 있다. 과연 토마토는 과일일까 채소일까?

다양한 쓰임새와 맛으로 인기가 좋은 토마토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뽑았다. 이런 토마토는 한때 과일인지, 채소인지를 두고 논란이 되었다.
남미 페루가 원산지로인 토마토는 우리말로 ‘일년감’이라 한다. 크기와 생긴 것이 감과 비슷하고 일년생 반덩굴성 식물열매이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시대에 토마토는 ‘남쪽 오랑캐 땅에서 온 감’이라는 뜻으로 ‘남만시(南蠻柿)’로 소개됐다.

감과 비슷한 생김새로 남만시라 불린 걸 보면 예전부터 토마토를 과일로 판단했다지만 여전히 토마토의 정체성은 모호하다. 누군가는 토마토를 과일이라 하고 누군가는 토마토를 채소라고 한다.

이 오랜 논쟁은 실제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1893년 미국의 대법원은 “식물학적 견지에서 보면 토마토는 덩굴식물의 열매이므로 과일이다. 그러나 토마토는 밥 먹은 후에 먹는 후식으로 식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식사의 중요한 일부이므로 채소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미국은 자국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채소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었고 과일은 면세 품목에 속했다. 뉴욕항 세관은 토마토를 채소류로 분류해 관세를 매겼고 세금을 내기 싫었던 토마토 수입상들이 토마토는 과일이라고 주장하며 재판을 걸었던 것이다. 대법원은 토마토를 디저트로 먹지 않고 요리에 사용하는 점을 근거로 채소라고 규정해 업자에게 패소 결정을 내렸다.

그리스는 연간 140㎏, 이탈리아는 70㎏ 정도의 토마토를 먹고 세계 평균은 약 15㎏라고 한다. 식탁에서 토마토를 메인 요리의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과일로 착각하기 쉽다. 토마토를 요리로 활용하기보다는 디저트로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토마토가 과일가게에 진열돼 있거나 토마토주스가 생과일주스 메뉴판에 표기되어 있다.

과일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나무의 열매다. 채소는 밭에서 기르는 농작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토마토는 채소와 과일의 특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즉, 수박과 오이처럼 일 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 일년생 식물(채소)이 맞다. 하지만 덩굴식물 열매로, 안에 씨가 있는 과일의 특성도 갖는다. 

결론적으로 말해 토마토는 열매채소, 즉 과채류다. 이러니 토마토가 과일인지 채소인지를 묻는 시험 문제는 애초에 존재하지 말았어야 한다. 박흥규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장은 “과채류(果菜類)는 열매 중에서도 당분 함량이 낮은 채소를 말한다. 토마토는 당도가 매우 낮은데, 당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3%에 지나지 않는다”며 “나무 식물의 열매는 과일이고, 줄기 식물의 열매는 채소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식물학에서는 토마토를 과일로 분류하고 있다. 원예학에서는 ‘씨를 가진 자방(子房)이 성숙한 것’이라는 과일의 정의에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채소로 보며 식품학에서는 당분 함량이 보통 과일의  3분의 1에서 2분의 1 수준이어서 채소에 더 가깝다고 보고 있다.

논란이야 어쨌든 토마토만큼 사람에게 좋은 열매도 없다. 토마토는 95% 이상이 수분이다. 칼로리는 100g당 14㎉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중간 크기 토마토가 약 200g 정도 나가니 토마토 세 개를 먹어도 100㎉가 넘지 않는다. ‘펙틴’이라는 섬유질 성분이 많은 토마토는 위에 오래 머무르며 포만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토마토로 한 끼를 대신할 수 있다.

토마토에는 칼슘, 인, 철, 아연, 칼륨 등의 각종 미네랄은 물론 비타민 A, B1, B2, B6, C, E, 니아신, 엽산 등의 비타민이 다양하게 함유되어 있다. 특히 비타민 C는 토마토 1개에 하루 섭취 권장량의 절반가량이나 들어 있어 요즘처럼 면역력이 중요한 때에는 더할 나위 없다. 이외에도 구연산, 사과산, 호박산, 아미노산, 루틴, 단백질, 당질, 회분, 식이섬유 등이 골고루 함유되어있어 영양소의 총집합 식품이라고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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