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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탁월한 애정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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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탁월한 애정의 시선
  •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작가
  • 승인 2020.05.27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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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김정응 소장] 경의선 숲길공원을 아시는지요? 점심시간이나 또는 머리가 복잡할 때 한 바퀴 돌고 나면 보약 효과가 따로 없습니다. 어느 날 공덕역에서 효창공원역 구간을 걷는 도중에 중간지점에 있는 자그만 언덕에서 발목이 삐끗해서 잠시 벤치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귀인을 만날 줄이야. 바로 옆 벤치에서 백발의 노부부가 정겹게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첫인상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는데 실제로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서 주옥같은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이런 귀 호강이 다 있구나 하며 놀랐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시선(視線)’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시선이란 우리의 눈길이 가는 방향입니다. 우리 인생은 무엇을 보며, 누구를 보며,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런 까닭에 시선관리가 곧 인생관리일 수도 있습니다. 시선과 마음과 생각은 삼총사입니다. 우리가 보는 것이 우리 생각을 자극하고, 우리 감정을 움직입니다. 또 그 역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본질적인 것은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인 것입니다. 물론 벤치의 철학자 말씀을 귀동냥한 것입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좋은 시선은 따뜻한 애정(愛情)에서 비롯됩니다. 애정을 품으면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게 됩니다. 애정의 시선은 우리의 세상살이를 더욱더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따뜻하게 감싸고 전후좌우 맥락을 이해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애정, 나아가 ‘탁월한 애정의 시선’을 갖는 것이 곧 고도의 인생관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시선 하나
70대의 아들이 휠체어에 탄 90대의 엄마를 가만히 바라보는 모습. 엄마에게 따스한 초여름의 햇살을 주고 싶은 효심 가득한 모습입니다. 서로 탁월한 애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영화 같은 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옆에서 그 늙은 모자(母子)를 바라보던 찔레꽃도 행복한 듯 밝게 웃고 있었습니다. 

시선 둘
무명 여가수가 최고의 스타로 거듭났습니다. 한 남자의 탁월한 애정의 시선 덕분입니다.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었습니다. 외모에 자신이 없어 풀 죽어 지내던 그녀가 자기 안에 숨어 있는 폭발적인 열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스타 이즈 본. A Star Is Born>의 그와 그녀의 애정 넘치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시선 셋
그녀는 정확히 말하면 전(前) 사돈처녀입니다. 형이 형수와 이혼했기 때문입니다. 처가와 화장실은 멀수록 좋다고 했으니 사돈처녀와의 거리는 태평양을 건너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돈처녀가 자꾸 보고 싶어집니다. 심지어 모든 여자가 사돈처녀로 겹쳐 보이는 병적 증세까지 나타났습니다. 그녀를 탁월한 애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그 주말드라마가 더욱 기다려집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고은 <순간의 꽃>에서 
 
탁월한 애정의 시선에 관한 최고의 고수는 아마도 시인(詩人)일 것입니다. 당신의 시선에는 얼마나 탁월한 애정이 담겨있나요? 메마른 애정의 저로서는 시인 흉내내기에 열중할 따름입니다. 시집도 읽고 독서 클럽에서 시인을 주제로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탁월한 애정의 시선은 자기 자신을 첫 번째의 수혜자로 만들어 줍니다. 내 속의 나를 잘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요. 그뿐이 아닙니다. 흐르는 강물의 반짝임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도 하고, 우거진 녹음 속에서 아련한 그리움을 끄집어내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시인이나 다름없지 않을까요? 

저는 지금 길 건너 노점상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도 한겨울 눈보라 속에서도 언제나 사과 노점상을 하던 고모 생각이 났습니다. 구순(九旬)의 고모님께 전화 한 통 드렸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오늘의 저를 발견합니다. ‘탁월한 애정의 시선’ 덕분입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요?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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