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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민들레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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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민들레 인문학
  •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작가
  • 승인 2020.04.29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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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그 어느 꽃보다도 우리의 희로애락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소비라이프/김정응 소장] 올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이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더군요. “4월은 깨달음의 달이기도 해” 4월에는 ‘부활절’이 있고 ‘부처님 오신 날’도 있고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 등등이 있지 않으냐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위인들의 말씀을 잘 새겨서 내 것으로 만든다면 4월은 깨달음, 성장, 지혜의 달이 된다는 요지였습니다. 비록 공자님 말씀 같았지만 듣고 보니 그럴 것도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깨달음은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고향 시골집에 내려가는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구순(九旬)의 아버님을 뵙고 또한 농사를 짓는 동생의 일손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기 위해서 입니다. 옥수수를 심던 어느 날 익숙한 노래 한 곡이 들려왔습니다. 
“민들레 민들레처럼 ♬” 
건너편 밭에서 일하고 있던 동네 형님이 노래를 크게 틀어놓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민들레 노래가 예전과는 다르게 마음속으로 확 다가왔습니다. 능금 꽃과 복사꽃이 눈부시게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지만, 그 꽃들은 보이지 않고 주변을 자신의 세상으로 물들이고 있는 민들레에 눈길이 갔습니다. 

민들레는 저 같은 시골 출신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친숙한 꽃 중의 꽃이고, 식물 중의 식물입니다. 그래서 평소에도 자연스럽게 민들레에 관련된 노래를 자주 부르곤 했습니다. 조용필의 <일편단심 민들레>부터 진미령의 <하얀 민들레>, 박미경의 <민들레 홀씨 되어>까지. 얼마 전 TV조선의<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진(眞)을 차지한 임영웅이 <일편단심 민들레>를 부르는 것을 보고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옆에 있던 아내가 별꼴이라는 표정을 짓더군요. 저의 감성 저수지가 폭발했던 것인데 민들레의 삶이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서 공감이 컸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민들레는 그 어느 꽃보다도 우리의 희로애락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기에 민들레는 우리에게 식용과 약용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와 교훈을 주는 많은 상징을 품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안도현 시인이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라고 했듯이 이제는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바로 민들레입니다. 아주 작은 뜰이 하나 있다면 민들레를 심어 놓고 민들레의 지혜를 들여다보고 싶어집니다. 응축해서 몇 가지만 소개해봅니다. 

민들레는 ‘자존’입니다.  
민들레는 잡초의 대명사입니다. 지금은 집단재배도 되지만 여전히 들길 이곳저곳 어디에서나 홀로 잘 자랍니다. 짓밟혀도 죽지 않고 살아나는 끈질긴 생명력과 장미 따위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자존감 덕분입니다. 모두가 힘든 요즈음 민들레를 보며 역경 극복의 강한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민들레는 ‘사랑’입니다. 
민들레는 그 씨앗이 낙하산과 같아 먼 곳까지에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습니다. 
“어느새 내 마음 민들레 홀씨 되어 강바람 타고 훨훨 네 곁으로 간다 ~♬”
지금 언택트(Untact)하고 있어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노랫말처럼 민들레 홀씨 되어 그 사람 곁으로 날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민들레는 ‘절개’입니다. 
민들레의 뿌리는 굵고 곧아서 흔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민들레를 굽힘 없이 꿋꿋한 일편단심 절개의 상징으로 부르게 된 이유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자신의 이익에 따라 이리로 왔다가 저리로 가기를 반복하는 우리네 인간 중에서 일편단심 민들레를 떳떳하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민들레 같은 사람’. 이 정도면 아주 괜찮은 사람 아닐까요? 우리 곁 가까이에 있는 민들레에서 깨달음의 의미를 발견했기에 더욱 벅찬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깨달음에만 머무르면 안되고 실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요. 제 자랑 같아서 남우세스럽기도 하지만 저는 이와 같이 ‘민들레 인문학’으로 4월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당신의 경우는 어떠한지요?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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