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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우정(友情)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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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우정(友情) 경쟁력
  •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작가
  • 승인 2020.04.23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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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의 우정을 어떻게 지켜가고 있는지요?

[소비라이프/김정응 소장] 4.15 총선 다음날 전철 안에서 본의 아니게 ‘친구’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두 남자 승객이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나와 낙선한 차명진 후보의 말을 화제 삼아 큰 소리로 떠들어 대고 있었던 것입니다. 

“……형준아, 시민아 우리 친구잖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이 방송에서 통합당 참패의 원인을 자신의 막말 탓에 있다고 분석한 것에 대하여 서운함을 표출한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우정에 금이 가고 있구나 하며 씁쓸해하고 있는데 문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청주에 살고 있는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음 알림이었습니다. 그런데 고인은 친구의 어머니이기도 하지만 저의 초등학교 스승의 부인이기도 했습니다. 그날따라 하루 일정이 빡빡하게 정해져 있었던 터라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어떻게 조문을 하지?

“정응이 수학여행 비용 우리가 대줘요”
지난 시절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집안에 문제가 생겨서 수학여행을 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사모님이 선생님, 즉 친구 아버지에게 하신 부탁의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수학여행을 가지는 못했지만, 그때 어머니께서 하신 그 따뜻한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런 사모님께서 세상을 뜨셨다니 만사를 제쳐두고 불원천리 달려가야만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해진 약속을 변경할 수가 없었습니다. 찾아뵙지 못하는 죄송스러움과 친구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마음이 몹시 어지러웠습니다. 결국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문자 메시지와 함께 계좌번호로 부의금을 전달하면서 문상을 대신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친구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친구가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을 때 함께하지 못하는 나는 과연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또 하나의 우정(友情)에 금이 가는 소리가 얼음장 깨지는 소리처럼 들려 왔습니다. 사랑은 움직일지 몰라도 우정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평소 저의 주장이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어렴풋이 알고 있던 우정에 관련된 명언을 다시 찾아서 적어보았습니다. 

“진정한 친구는 가장 큰 축복이다. 그러나 우리는 진정한 친구를 얻기 위해 가장 적은 노력을 한다.” - 라 로슈푸코 

몇몇 지인에게 지금의 착잡한 심정을 전했더니 우정에 관한 멋진 말을 보내왔습니다. 

“우정은 밭에 심은 농작물이나 꽃처럼 소중한 것이다. 물도 주고, 잡초도 뽑아주면서 정성껏 가꿔야 싱싱하고 아름답게 자랄 수 있다. 우정은 당신을 당신답게 만드는 가장 인간적인 힘이다.”

그리고 눈을 돌려서 제 주변을 살펴보니 싱싱하고 아름답게 우정을 가꾸어 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그런 우정들을 지켜본 느낌과 저 자신의 경우를 되돌아보면서 우정에 대한 제 나름의 해석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정은 그냥이다.” 
그냥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맥주 광고가 있었다. 편한 친구가 최고라는 것이다. 한 친구는 집안 사정으로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다른 한 친구는 대학교수다. 그들은 막걸리 한잔, 빈대떡 하나면 필요 충분하다. 조건이 필요 없고 차이가 있을 수가 없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우정이 강물처럼 흐른다. – 고향친구 민과 유

 “우정도 침이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우정도 입속의 침과 같다. 침이 밖으로 나오면 더러운 가래침이 된다. 그런 침이 입안에 있으면 얼마나 소중한 일을 하는가? 친구 간의 우정도 그래야 한다. 광고하듯 자랑할 수 없는 것이다. 이심전심이다, 그런 것이 진정한 우정을 지키는 고도의 ‘정(情)테크’다. – 고교동창 호와 홍 

“우정은 지킴이다.”
그들의 별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그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서로의 애경사에 참석한다. 역사의 현장에 함께하는 힘이 곧 우정의 힘이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우정의 모습이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의 그림자가 되었다. 
- 초등친구 철과 수

저는 우정을 지키는 방법을 잘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좋아하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을 들어보는 수밖에요. 당신은 당신의 우정을 어떻게 지켜가고 있는지요?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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