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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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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부활
  •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작가
  • 승인 2020.04.16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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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있어 부활이란 어떤 것인지요?

“BC가 뭐야?” 
“Before Christ, 기원전을 뜻하는 서역 연대 표기의 기준!” 
“틀렸어, 정답은 Before Corona야!” 

오랜만에 고향 선배와 만나서 낄낄거리며 퀴즈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 그런데 여기서도 ‘코로나19’라니요! 웃자고 한 난센스 퀴즈(nonsense quiz)였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건너편 빌딩에 걸려있는 현수막 글귀가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처럼 들리더군요. “힘내요 코리아, 이겨내요 코로나.” 

사무실로 돌아와서 신문을 펼쳐보니 부활절 관련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무슨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부활, 그래 부활해야 해” 
아마도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자는 강한 의지가 그런 식으로 표현된 것 같습니다. 선배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더불어 묵직한 철학적 과제도 얻었기에 예기치 못한 고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과연 부활(復活)이란 무엇인가? 나아가 ‘나의 부활’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잘 알다시피 부활은 예수님의 부활입니다. 그러나 그런 종교적인 의미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의미를 현재화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더군요. 그래서 부활은 성숙, 나아짐, 깨달음이고 그것을 향하는 실행이 아닌가 합니다. 코로나 시대라는 요즈음, 너나없이 모두가 힘들지 않습니까? 지금이야말로 우리 각자가 부활해야 할 바로 그때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부활을 어떻게 구체화 시킬 수 있을까요? 이런저런 고민으로 끙끙대고 있는데 “책에 정답이 있다”라는 말이 생각나더군요. 때마침 독서 동아리 활동의 의미를 결산하고 있었던 터라 그간의 독후감 콘텐츠에서 뭔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더군요. 저는 제 나름으로 부활에 대한 의미를 이렇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있어 부활이란 어떤 것인지요? 

혼(魂)의 부활 
톨스토이의 <부활>에서 주인공 네흘류도프는 진정한 참회를 통해서 부활의 기적을 얻습니다. 자신 때문에 비극적 삶을 살아가는 카투사에 대한 참회가 바로 그것입니다. 비로소 그는 참다운 평안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고 평생을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바치게 됩니다. 부활한 것입니다. 

촉(觸)의 부활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억한다는 문장입니다. 물론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명, 또는 위대한 결과라는 것은 알 속의 병아리가 안에서 쪼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과 같이 그렇게 촉의 교환을 통하여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의 부활에 필요한 것도 새의 부화(孵化)를 이끄는 바로 그 촉(觸)이라는 자극이 아닐까요?

기(氣)의 부활 
부활의 전제는 ‘포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는 “나에게 포기란 없다”라는 말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줍니다. 이 지점에서 주인공 산티아고 노인의 말을 큰 소리로 따라 외쳐보면 어떨까요?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창조된 게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순 있지만 패배하지 않아” 포기하지 않고 준비하는 사람에게 행운이 찾아오듯이 부활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의 기(氣)를 품는 사람에게 찾아올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록 밴드 <부활>의 노래를 특히 좋아합니다. 이름도 좋지만 혼(魂), 촉(觸), 기(氣)의 기운까지 불러일으켜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의 음악 재능으로는 도저히 소화하기 어려운 그 노래임에도 무모한 도전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습니다. 

“힘겨워했었던 날이 시간이 흘러간 후에 
아름다운 너로 꿈속에선 보이나 봐” - <생각이나> 

부활은 설명이 불가능한 가장 드라마틱한 축제라고 합니다. 비록 지금 짜증이 나고 때로는 울고 싶을지라도 우리 모두가 혼(魂), 촉(觸), 기(氣)를 날개 삼아 새롭게 훨훨 나는 부활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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