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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논란 속 배달의민족과 배달 공공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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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논란 속 배달의민족과 배달 공공앱
  • 이소라 기자
  • 승인 2020.04.09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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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부딪히는 배달 공공앱 찬성과 반대 입장
최종 선택은 소비자 몫

[소비라이프/이소라 기자] ‘배달의민족(배민)’의 광고료 체제 개편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자, 이재명 지사는 지난 5일 공공 배달앱을 만들겠다고 공표, 6일 확정했다. 논란의 발단은 이달부터 시행 중인 배민의 수수료 개편이다. 배민은 지난 1일 수수료 제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면서 소상공인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금액 제한이 있는 ‘정액제’에 비해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늘어나는 ‘정률제’는 부담을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사는 이를 독과점의 횡포라고 판단했다.
 

배달의민족 오토바이

지난해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민을 인수하기로 발표한 이후 독과점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4조 7500억 원을 내고 배달의 민족을 사들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수료 개편 정책에 딜리버리히어로의 힘이 작용했을 거라고 추측한다. 이에 대해 배민 측은 “딜리버리히어로와 이번 제도 개편은 전혀 상관없다”고 일축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배민은 수수료 체계를 보완하겠다고 6일 밝혔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배민 운영사) 대표는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배민의 사과에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공 배달앱’ 개발을 제시했다. 이 지사는 “독과점의 횡포를 억제하는 것은 모든 정부기관의 책무”라며 “공공앱 개발 등 지금 당장 경기도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겠다”고 말했다.

음식점을 운영중인 소상공인들은 공공 배달앱을 반기고 있다. 광고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소상공인들은 수수료와 광고료가 부담스러워도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 앱을 이용하지 않으면 수익을 올릴 수 없었다고 전했다.

배달의 명수 화면 / 출처 : 구글플레이스토어

이 지사가 추진하는 공공 배달앱은 군산시가 지난달 내놓은 ‘배달의 명수’를 모델 삼고 있다. 이미 강임준 군산시장으로부터 ‘배달의 명수’ 상표 공동사용도 허가받았다. ‘배달의 명수’는 수수료·광고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월평균 25만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군산시가 설명했다. 지역 소상공인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군산시는 ‘배달의 명수’가 지난 2일까지 20여 일 동안 총 5,344건의 주문을 처리했다며 금액으로 치면 1억 2,700만 원 규모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카드 결제 중심 기존 배달앱과 달리 모바일 상품권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도 호응하고 있다. 민간 배달 앱에서는 불가한 ‘군산사랑상품권’ 같은 지역 상품권으로 결제하고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수수료·광고료가 없다는 점도 가맹점들이 환영하는 이유다. 김형옥 군산시청 유통혁신계장은 “가맹점들 대상으로 참여의 폭을 늘려가는 방안을 마련해나갈 것”이라며 “할인 쿠폰 등을 통해 소비자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IT업계나 스타트업계는 공공 배달앱에 회의적이다. ‘배달의명수’는 아직 초기 단계인데 이 시기의 성과를 근거로 앱을 개발한다면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또 규모가 커질수록 늘어나는 인프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유지·관리면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공 배달앱 개발에 사용되는 세금도 문제다. 앱 운영과 유지·관리를 위해서 서버 인프라 구축 등 많은 과정이 필요한데 배민의 기술력과 자금력을 따라갈가려면 결국 국민 세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금으로 시스템이 완성되어도 혜택은 자영업자만 누리게 되니 대다수 시민에게 이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나 정부가 앱 시장에서 민간 사업자와 경쟁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세금 낭비는 물론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면서 신산업 육성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로 제로페이를 도입했다. 그러나 결제 절차가 번거로워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14개월간 누적 결제액은 전체 결제시장 비중의 0.01%인 1,003억 원에 불과하다. 공공앱이 서비스의 질이나 운영 측면에서 민간 기업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사례로 보인다.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18 공공앱 성과측정’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지자체가 운영 중인 공공앱은 총 372개중 64%인 240개가 개선 및 폐지·폐지 권고의 결과를 받았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앱 생태계에 뛰어들면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직접 앱을 개발하기보다 제도를 개선하고 독과점의 폐해를 해소하는 데 힘써 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여론과 상관없이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번 논란과 관련 지난 6일 "배달의민족으로부터 데이터를 뽑아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바탕으로 팩트 체크를 하겠다"며 "(중기부 차원의 대책은) 데이터를 받아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지사가 말한 공공 배달앱 개발에 대해서도 많은 요청이 있었지만 그것까지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배달의 민족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수수료 개편안뿐 아니라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수집한 주문자 인적사항, 선호메뉴 등 정보 관리도 현장 조사할 방침이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기업결합(합병)과 관련한 독과점 여부를 심사받는 도중 수수료 체계를 크게, 뜻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소상공인 유불리를 떠나 해당 업체(배달의 민족)의 시장 지배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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