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1:51 (목)
[제150호] 택배 박스 개봉하면 반품할 수 없나요?
상태바
[제150호] 택배 박스 개봉하면 반품할 수 없나요?
  • 이소라 기자
  • 승인 2020.04.09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자상거래법 제17조에 따라 7일 이내 가능!
업체는 공정위 명령에도 묵묵부답

[소비라이프/이소라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개봉 후 반품 거절은 위법’이라며 온라인몰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업체들의 반품거절은 여전하다.
 

사례 1 P씨는 노트북을 130만 원 정도 주고 구매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는 편이 더 싸다는 말을 듣고 주문했는데, 제품을 확인해보니 디자인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배송받은 당일 반품을 요청했다. 업체 측은 “박스 포장을 개봉해 반품은 불가하다”고 답했다.

사례 2 B씨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청소기를 주문했다. 배송 온 물건을 확인하고자 포장을 개봉했는데 구성이 복잡해 사용이 불편할 것 같아 반품을 요구했다. 그런데 업체는 박스 개봉, 포장지 훼손을 이유로 반품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사용도 안 했는데 반품이 안 된다는 상황에 어이가 없고 기가 찬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전자상거래법 제17조에 따라 반품 가능
2월 초부터 한 달여간 소비자고발센터에 접수된 관련 내용 중 제품 수령 후 7일 이내 교환 및 반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박스 개봉을 했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피해 소비자들은 “약관에는 7일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고만 적혀 있는데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실제로 국내 유명 오픈마켓 업체의 약관에는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청약 철회 등이 가능하다’고 안내돼 있다. 다만 사용·소비에 의해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CD·DVD·GAME 등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주문제작 상품 등은 제외된다. 즉 개봉을 했어도 상품의 가치가 하락하지 않았으면 7일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업체들은 “7일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고 기재해도 모든 제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품 특성상 개봉과 동시에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제품이면 청약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상품 가치가 현저히 감소해 재판매가 어려운 경우’에 대한 명백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아 객관적 판단이 쉽지 않다. 특히 오픈마켓 등 통신판매중개업자 측은 판매자의 반품 정책에 대해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유사시 소비자는 구제요청도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특성에 따라 판매자들이 교환·환불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에 오픈마켓 입장에서 이를 규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제품을 포장한 상자 옆면을 보면 개봉 후 제품 불량이 아닌 단순 변심에 의한 교환과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스티커 문구를 종종 보게 된다. 이런 문구 때문에 소비자는 환불이나 반품을 해야 하는데 순간 망설이게 된다. 제조사가 임의로 부착한 이 스티커는 거래 당사자의 환불이나 교환을 못 하게 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공정위는 최근 포장 개봉 후에 반품이 안 된다고 고지하거나 그런 내용의 스티커를 붙인 홈쇼핑 회사에게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현행법상 온라인에서 구입한 물건의 포장을 개봉해도 실제 물건에 손상이 없다면 환불을 받을 수 있다. 일부 업체가 스티커로 이 사실을 숨겨 소비자가 반품 기회를 놓치는 일이 많다.

전자상거래법 제17조(청약 철회 등)
② 소비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통신판매업자의 의사에 반하여 제1항에 따른 청약 철회 등을 할 수 없다.
1.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재화 등이 멸실되거나 훼손된 경우. 다만, 재화 등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한다.

공정위는 개봉 후 무조건적인 청약 철회 거절은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설명했다. 다만, 화장품 포장 박스, 정품 인증 라벨 훼손 등의 경우 예외가 될 수 있으니 소비자 주의를 당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봉 후에 무조건 교환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약관 및 포장 박스, 택배 박스에 안내하는 것은 위법이며 법적 효력도 없다”라며 “다만 정품라벨 등이 훼손됐을 경우나 제품을 조금이라도 사용해 물건 가치가 현저히 감소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청약 철회가 불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제품, 전자기기 등 그 외 상품에 대해 개봉 후 반품을 거부당했을 시 공정위에 신고하면, 제품 특성과 사안을 면밀히 살펴 판매자 시정 권고에 나설 것”이라며 “권고 후에도 변화가 없다면 시정명령을 통해 강제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