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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호] “생보사, 직접적인 암 치료비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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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호] “생보사, 직접적인 암 치료비 내놔라!”
  • 기획취재팀
  • 승인 2020.04.0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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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치료 약관 해석 핑계 보험금 부지급
전국보험설계사 노동조합 / 오세중 위원장 제공

[소비라이프/기획특집팀] 암 보험 가입자와 생보사 간에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 치료’로 볼 수 있느냐 문제를 놓고 분쟁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암 보험 약관에는 ‘암의 직접 치료’를 목적으로 한 입원에 한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어떤 치료가 ‘암의 직접 치료’인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아 보험사와 가입자 간에 다툼이 생긴 것이다.

암 환자들은 요양병원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는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는 것도 ‘암의 직접 치료’라고 주장하지만 보험사는 이를 직접 치료로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 암 환자들의 이유 있는 삼성생명 규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암 보험 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고 삼성생명도 이를 수용하겠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그러나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암 환자들은 “보험 계약 유지 중 암 치료를 위해 입원한 환자들이 청구한 입원 보험금을 온갖 핑계를 대며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암과 사투를 벌이는 환자를 우롱하는 행위다. 삼성생명은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 기업의 윤리적인 활동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암 보험과 관련된 분쟁은 요양병원 입원비 논란이 핵심 쟁점으로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 치료’로 볼 수 있는가를 두고 의견을 다툰다. 약관에는 ‘암의 직접 치료’를 목적으로 한 입원에 한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지만 어떤 치료가 암의 ‘직접 치료’인지 조건이 구체화적이지 않아 분쟁이 촉발됐다.

암 환자 측은 “보험 가입 당시 요양병원은 안 된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었다”며 “보험사들이 이제 와 지급할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보험료 지급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암 수술이 끝나면 가족들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부분 대형 병원 인근의 요양병원에 입원하는데 그것이 안 된다는 얘기는 약관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생명 측은 암 보험 가입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 보험 약관상 ‘암의 직접 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입원비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 세상 어디에도 없는 ‘직접 치료’
암 환자들은 보험사가 자신들과의 계약 당시 약속대로 암 입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암 수술을 마치고 일주일 남짓 머물 수 있는 대형 병원뿐만 아니라 약관에 규정된 모든 형태의 병원에 입원했을 때 암 입원 보험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다수 보험사들은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들에게 암 입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기존에 지급하던 보험사들도 최근에는 입장을 바꾸는 추세다. 요양병원에 머물며 시행하는 각종 시술이 암 종양을 없애기 위한 ‘직접 치료’가 아니라는 논리다.

‘직접 치료’를 보험 약관에 사용하는 데는 대한민국의 보험사뿐이다. 매일 생사를 다투는 암 환자들에게 직접 치료와 간접 치료를 나누어 치료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암 치료는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과 항암제 투약, 방사선 치료, 그리고 면역력 강화와 재발 방지 치료 등으로 이어지는 모든 치료과정을 일컫는다. 암 환자들은 암 치료에 ‘직접’과 ‘간접’이 있다는 말을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고 나서야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항상 애매한 약관이 문제를 만든다. 대다수 암 보험의 약관에는 암 입원 급여금 지급에 대해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여 입원할 경우’에 지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은 “암 보험 약관에 들어 있는 ‘직접 치료’ 문구는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넣은 것”이라 지적했다. 금소연 조연행 회장은 “암 치료를 ‘직접’과 ‘간접’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애매한 단어를 약관에 넣고 애꿎은 암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전했다.

◆ 생보업계 1위 보험사의 버티기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생명보험 암 입원 보험금 분쟁 신청 2,065건 중 삼성생명에 대한 신청이 1,063건으로 가장 많이 집계됐다.

‘생명보험사별 암입원보험금 관련 분쟁현황(2018.1.1.~2019.12.31.)’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보험소비자의 분쟁조정 신청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641건에 대해 삼성생명에 지급권고를 요청했으나 삼성생명은 이 중 280건(43.7%)에 대해서만 전부수용했다. 이는 다른 생명보험사들이 70%가 넘는 전부수용률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큰 차이다.

한화생명의 경우 146건의 지급권고를 받고 118건(80.8%)을 전부수용했고, 교보생명은 138건 중 99건(71.7%)에 대해 분쟁신청이 접수된 보험금을 모두 지급했다.

앞서 금감원은 2018년 6월 요양병원 암입원보험금과 관련해 ▲말기 암 환자 입원 ▲집중 항암치료 중 입원 ▲암 수술 직후 입원 등 3가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보험소비자의 민원을 재검토해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 권고를 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암 보험금 지급률은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9월 삼성생명은 금감원의 종합검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는 보험금 지급을 결정할 때 주치의와 요양병원 의사에게 판단을 맡기기로 했다. 이른바 ‘전문의 소견’을 전제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소비자단체와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 등은 ‘전문의 소견’에 삼성생명의 꼼수가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금소연 조연행 회장은 “이미 환자와 관계가 있는 주치의가 아닌 삼성생명이 주장하는 전문의는 제삼자, 즉 회사가 고용한 의사로 봐야 한다. 이들에게 돈을 주고 회사 입맛에 맞는 소견서를 작성하는 등 만행이 이어질 것이다. 이 상태로는 암 환자들은 이중 삼중고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스스로 불신을 쌓은 보험사들의 자성을 믿기보다 금감원의 역할이 명확해져야 한다”며 “환자가 치료하며 받은 진단서를 바탕으로 소비자단체, 환자 모임, 의사 등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사례를 분류하고 연구해서 명확한 보험금 지급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삼성생명 본사에서 암 환자들과 함께 농성하는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 오세중 위원장은 “암 입원 보험금을 바라보는 삼성생명의 시각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보험설계사는 항상 고객, 소비자와 함께하는 사람이기에 이번 일에도 앞장섰고 삼성생명의 불공정 방침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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