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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멘토] 한국판 양적 완화, 소비자에게 도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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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멘토] 한국판 양적 완화, 소비자에게 도달할까?
  • 이봉무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03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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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사이에서만 돈이 돌아다니지 않고 소비자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사후관리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

[소비라이프/이봉무 칼럼니스트] 지난 2일 한국은행은 은행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응찰 받아 전액 공급하기로 하였다. 환매조건부채권은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에 다시 매입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판매되는 채권이다. 한국은행은 금융시장에 통화량을 증가시키고자 할 때 주로 환매조건부채권을 매입하고 반대로 금융시장으로부터 통화량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경우에 환매조건부채권을 매각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매입한 환매조건부채권은 만기가 91일이고 금리는 0.78%이며 주로 은행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더욱 악화하는 경우에는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비은행 금융기관을 상대로 대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법에 의하면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한국은행이 직접 살 수 없지만, 정부가 보증하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여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매입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 부총재는 환매조건부채권을 무제한 매입하는 것이 실질적인 양적 완화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선진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반소비자 입장에서 이번 한국은행의 조치는 특별한 것이 전혀 없어 보인다. 결과적으로 생각해보면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게 단기적으로 이자를 거의 받지 않고 돈을 무제한으로 빌려주기로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신용경색은 은행 등이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 현상이 지속해서 발생하여 금융시장에 돈이 돌지 않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돈을 빌려주고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은행 등은 대출 조건을 강화하여 돈을 잘 빌려주지도 않고 기존의 대출도 회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은행에 돈이 충분하다면 대출이 필요한 개인이나 기업에 신규로 대출을 해 줄 수 있고, 이미 돈을 빌려간 고객의 대출만기를 연장해 줄 수 있으며, 기업의 어음이 부도나지 않게 도와줄 수 있다. 2020년 4월부터 12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20조 정도이고, 기업어음은 15조 정도인데 이에 해당하는 회사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나 외상대금을 잘 갚거나 만기연장을 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가 생각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많은 돈을 보유하게 된 은행이 우리가 기대하는 역할을 잘해줄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 등의 금융회사도 스스로 돈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ELS 등 금융상품의 손실과 관련하여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개인이나 개업의 상환능력이 악화할수록 은행은 낮은 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금융회사끼리 거래하는 단기금융시장에서 금리차액거래로 수익을 올리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한국은행은 실질적인 양적 완화라는 카드를 처음으로 꺼냈지만, 금융회사 사이에서만 돈이 돌아다니지 않고 소비자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사후관리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한다. 

생활경제멘토 복숭아나무 이봉무
생활경제멘토 복숭아나무 이봉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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