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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만들어 가는, 여성들을 위한 '예능'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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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만들어 가는, 여성들을 위한 '예능'이 온다
  • 전유진 소비자기자
  • 승인 2020.04.0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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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극을 넘어 예능에도 퍼지는 여성 서사
출처- unsplash
출처 : unsplash

[소비라이프/전유진 소비자기자] 최근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을 포괄하는 문화계의 핵심 키워드는 '여성 서사'다. 우후죽순 쏟아졌던 남성 인물 중심의 마초적인 이야기에 피로감을 느낀 문화 향유 계층은 여성 서사 등장에 환호했으며, 이제 예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여성 서사란 여성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이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맡거나, 함께 등장한 남성 인물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클 경우 여성 서사라고 부른다.

여성 서사의 등장 배경은 영화계를 잠식하고 있는 남성 중심의 이야기와 관련되어 있다. 2019년은 '82년생 김지영', '윤희에게'와 같은 여성 서사 영화가 주목 받았다. 그러나 지난 2월 13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의 '한국영화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실질 개봉작 174편 중 여성 주연은 37.3%에 해당하는 63명으로 2018년 62명(37.8%)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단 여성 주연 비율은 비슷하더라도 체감하는 여성 서사 영화가 늘었다는 점은 중요한 지점이다.

남성 중심의 불균형한 성비는 예능도 마찬가지다. 현재 방영 중인 지상파 3사 예능 프로그램 43개의 고정 출연자 성비를 분석한 결과 여성 출연자만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전무후무했지만 남성 출연자만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12개였다. 방송사별 성비 차이가 가장 큰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A사의 경우 13:1, B사는 10:0의 성비를 보였다. 코너제로 이루어진 C사의 프로그램은 19개의 코너에서 중복 출연을 포함해 70명의 남성 출연자가 출연했으나 여성 출연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18명에 그쳤다.

남성 출연자만 출연하거나 남성 출연자와 비교해 여성 출연자가 확연히 적은 프로그램들은 별다른 특징을 공유하지 않았다. 예능의 보편적인 형태인 토크 쇼에서부터 공개 코미디, 음악, 여행, 스포츠, 요리 등 다양한 분야엣 남성이 주도권을 쥐고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문제는 예능 프로그램이 남성 중심의 마초 문화에 잠식된다는 점에 있다. 한 예로 지난 2018년 케이블 채널 D의 예능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경고'를 받았다.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자에게 호감이 있는 대상에게 '술을 따르게 하는 내용'을 그대로 송출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지상파에서 방송 중인 모 예능 프로그램도 방심위의 행정지도인 권고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방송분에서 남성 출연자의 "화장실은 몰래 봐야 하는 곳"이라는 발언이 문제가 됐다. 방심위의 방송심의소위원회는 18일 회의에서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날로 커가는 상황에서, 이를 웃음 소재로 활용하는 것은 성범죄에 대한 인식 결여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남성 중심 예능의 문제가 이어지며 여성 서사 열풍이 예능까지 시작됐다. 실제로 한 케이블 채널의 푸드 토크 쇼는 시즌1 런칭 당시 네 명의 MC가 모두 여자 연예인이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며 다수의 시청 층을 확보했다. 본래 12회로 기획되었으나 49회로 막을 내릴 만큼 인기를 끌었고 현재 방영 중인 시즌2도 네 명의 여자 연예인과 함께하고 있다.

E 유튜브 채널에서 방영 중인 예능 또한 여성 예능을 원하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2019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이 콘텐츠는 여덟 명의 여성이 단합으로 악기를 모아 합주를 통해 이상의 나라로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7회가 나온 현재까지 기존 예능에서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을 보여주지 않아 편하다는 호평을 듣고 있다.

더 많은 여성의 이야기를 원하는 오늘날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은 물론 예능까지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여성 예능이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여성 예능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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