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응의 LOVE LETTER]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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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토닥토닥
  •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작가
  • 승인 2020.03.2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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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토닥토닥하며 살아요.”

[소비라이프/김정응 소장] 친구와 때아닌 혼술 논쟁을 벌였습니다. 저는 어찌어찌해서 30여 년의 혼술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혼술이 최고야.”
“난 죽어도 혼술은 못하겠던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 선생은 감옥을 ‘대학(大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바깥에 있었으면 결코 가질 수 없었던 생각들을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감옥에서 스승을 만나고 깨달음을 얻었다고도 했고요.

저는 혼밥 식당을 ‘인생 대학’이라고 표현합니다. 실제로 스승 같은 사람들을 만났고 여러 가지 인생 교훈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좀 더 과장되게 표현한다면 ‘창조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 재료나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 제가 사는 자양동 뚝섬유원지역 인근의 노룬산시장을 들렀습니다. 새로운 혼술집이 없나 두리번거리다가 시골밥상의 가정식 백반집을 발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집에서 3일 연속 저녁을 먹고 소주 한잔을 했습니다. 가격도 착하고 맛도 좋았지만 그보다 주된 이유는 할머니 사장님 때문이었습니다. 그 노련한 사장님이 손님들에게 툭툭 던지는 말이 제 귀에 콕콕 박혔던 것입니다.

첫째 날, 백발의 남자 단골손님과의 대화.

“요즈음 신발가게 K 사장은 왜 같이 안 와요?”
“그 양반 이혼했습니다. 골치 아픈 일이 많답니다.”

K라는 사람의 부인이 종교 문제로 집을 나가버렸답니다. 이혼을 했는데 애들이 있어서 부부가 만나기는 한다고 근황을 말해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할머니 사장님이 말했습니다.

“토닥토닥하며 살지…… 왜 그랴?”

둘째 날, 해장국 집 주인과의 대화. 해장국집 사장은 대로변 건물에서 30여 년 장사를 했습니다. 어느 날 건물 주인이 갑자기 가게를 비워달라고 해서 다른 곳으로 옮겼답니다. 계약 기간이 남아 있었고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었답니다. 그런데 그 사장이 울화통을 터트리는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비운 가게가 입주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1년 동안 썰렁하게 비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려면 왜 그렇게 쫓아내듯 내보냈어? 싸다 싸.”

가만히 듣고 있던 그 할머니 사장님이 말했습니다.

“토닥토닥하며 살지…… 왜 그랴?”

셋째 날, 50대 여성 두 명과의 대화. 한 여성은 끝없이 마시고 끝없이 떠들어댔습니다. 다른 여성은 끝없이 듣고만 있었습니다.

“나는 친정엄마가 지긋지긋 싫어서 일찍 시집갔던 거야.”

그 여성은 친정엄마와의 갈등이 있었는데 그런 엄마가 암에 걸려서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할머니 사장님은 일일 연속극 같은 내용의 이야기 듣고 나서 한마디 했습니다.

“토닥토닥하며 살지…… 왜 그랴?”

할머니의 그 ‘토닥토닥’이 자꾸만 입에서 맴돌았습니다. 재래시장의 인생 대학에서 노스승이 설파하는 가르침처럼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전통 시장에서 50년을 살아낸 그였기에 공허한 말이 나올 수 없을 것입니다. 할머니의 말이야말로 소크라테스를 능가하는 철학적 메시지이자 값진 좌우명인 것입니다.

나아가 그 말은 요즈음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토닥토닥’은 “사랑한다”, “고맙다”, “괜찮다”, “힘내라”라는 말과 동일 선상에 놓인 의미이니까요.
방역 최전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인, 119 구급대원, 자원봉사자, 공무원을 비롯해서 한 사람 한 사람 우리 모두에게 말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이 길어지며 지친 몸의 기력을 일깨우고자 뚝섬한강공원을 찾았습니다. 노란 개나리도, 하늘 높이 떠 있는 방패연도, 그리고 강바람에 춤추는 버들가지도 모두가 하나 같이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우리 함께 토닥토닥하며 살아요."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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