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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위기회(危機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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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위기회(危機會)
  •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작가
  • 승인 2020.03.18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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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회(危機會)’ 즉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다’라는 말인데 그 답을 책에서 구해보면 어떨까요?

[소비라이프/김정응 소장] 오늘도 코로나 19로 이야기를 시작해서 죄송합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삶을 접하게 되니 하루하루가 어수선합니다. 밖으로는 WHO의 팬데믹 선언이 있었고 안으로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다가 ‘잠시 멈춤’이라는 캠페인이 하나 더해졌습니다. 물론 주고받는 SNS 문자는 잠시도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무탈하게 잘 지내시죠?” 
“문 열린 감옥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저는 책 읽는 것 말고는 어찌할 것이 없었습니다. 마침 최근에 살펴본 책에서 미증유(未曾有)의 코로나 사태를 이겨낼 조그만 기회가 보이는 듯하여 이렇게 독후감 편지를 띄워봅니다. 

반성합니다.

‘계사년 10월, 거가(車駕·임금의 수레)가 환도하니 불타고 남은 것들만이 성안에 가득하고, 거기에 더해 전염병과 기근으로 죽은 자들이 길에 겹쳐 있으며, 동대문 밖에 쌓인 시체는 성의 높이에 맞먹을 정도였다.’ - <징비록(懲毖錄)> 

<징비록>은 당신이 잘 아는 것처럼 유성룡이 임진왜란의 참상에 대하여 보고 들은 그대로를 적은 것입니다. 그는 치욕의 글을 남긴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시경>에 ‘내가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해서 후에 환란이 없도록 조심한다’라는 말이 있으니, 이야말로 징비록을 저술한 까닭이다.” 

<징비록>은 서책으로는 드물게 국보(제13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유성룡이 책을 쓴 동기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선대가 겪은 환란을 교훈 삼아 후일에는 그런 일을 겪지 않길 바란다는 그의 충정이 바로 그것일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우리는 어떤가요? 혹시 21세기 버전의 <징비록>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물론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될 것입니다. 대신에 우리가 서로 똘똘 뭉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데 당신 생각은 어떠한지요? 

제 탓입니다.

‘도시에서 올라오는 환희의 외침을 실제로 들으며, 리외는 그러한 환희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기쁨에 젖어 있는 군중은 모르고 있지만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 즉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되지 않으며, 수십 년 동안 가구나 내복에 잠복해 있고, 방이나 지하실, 트렁크, 손수건, 낡은 서류 속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또한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페스트가 쥐들을 다시 깨우고 그 쥐들을 어느 행복한 도시로 보내 죽게 할 날이 오리라는 사실도 그는 알고 있었다.’ - <페스트>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여전히 눈앞에서 어른거립니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각종 바이러스의 시련은 일찍이 카뮈가 예고한 ‘지옥의 묵시록’을 무시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경고를 무시한다면 바이러스의 위협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럴 때 우리 각 개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에 “너나 잘하세요”라는 대답이 되돌아왔습니다. 그렇습니다. 각 개인의 건강한 삶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밝은 미래를 맞는 마중빛일 것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 동네에 망각(忘却)이라는 전염병만 돌지 않았다면, 그는 좋은 본보기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망각은 전염병처럼 늘 동네에 창궐했다.’ - <우리동네 아이들> 

<우리 동네 아이들>은 1988년 아랍어권에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집트 작가 나지브 마흐푸즈의 소설입니다. 소설은 인류의 역사를 한 동네의 역사로 간략하게 줄였는데, 우리 동네라고 하는 그곳은 카이로의 한 작은 마을이 아닌 우리가 사는 병든 세상의 축소판인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꿈틀대는 곳이고 핵심 키워드가 ‘망각’인 것처럼 선지자의 좋은 말씀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어리석음만이 반복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수많은 값진 교훈이나 깨달음을 망각의 강으로 흘려보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책을 읽는 내내 공기, 물, 그리고 착한 이웃의 고마움을 망각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세 권의 소설이 ‘전염병’이라는 단어로 꿰어지는 것은 우연만이 아닐 것입니다. 마치 코로나19의 오늘을 미리 그리고 있는 듯해서 놀랍습니다. 다시금 함께 사는 삶의 가치를 실감하며 반성, 참회 등 여러 상념에 젖었었는데 덕분에 제가 한 뼘 더 성장한 것 같기도 합니다. ‘위기회(危機會)’ 즉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다’라는 말인데 그 답을 책에서 구해보면 어떨까요?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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