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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호] ‘우리가 알고 있는 우유에 대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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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호] ‘우리가 알고 있는 우유에 대한 진실’
  • 이민혁 기자
  • 승인 2020.03.09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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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가 뼈 건강에 좋지 않다·유방암 유발한다 등 속설 근거 無

[소비라이프/이민혁 기자] 중년층 이상에선 어릴 적 학교에서 우유 급식을 받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우유 팩을 접어 교실에서 야구나 축구를 했던 추억도 있다. 저출산 탓에 국내 우유 소비는 급격히 줄고 있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흰 우유 소비량은 1997년 31.5㎏으로 정점을 찍고 줄어 2018년 26㎏ 수준으로 떨어졌다. 

먹을 게 많아지고 영양 과잉에 시달리는 요즘, 우유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해 '완전식품'으로 불렸던 건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특히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제작된 독립영화 '우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통해 오랜 믿음이 불신으로 바뀌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우유가 뼈 건강에 더 안 좋다?
우유 소비가 줄어든 데는 우유에 대한 잘못된 속설도 한몫한다. 대표적인 속설 중 하나가 2014년 스웨덴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 "우유가 고관절 골절 위험을 높이는 등 뼈 건강에 더 안 좋다"는 내용이다. 이 연구는 하루 3잔 이상의 우유를 마시는 스웨덴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논문을 찾아보니 우유 이외에 다른 변수가 있을 수 있으니 원인과 결과를 해석하는데 주의를 기울여달라는 내용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유에 풍부한 칼슘이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건 상식이라는 입장이다.

◆우유가 암 유발?
또 다른 속설 중 하나는 "우유가 암을 유발한다"는 것. 2015년 국내에 번역돼 나온 ‘여자가 우유를 끊어야만 하는 이유’ 책 저자인 제인 플랜트는 우유가 유방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유방암에 걸린 저자는 스스로 유방암의 원인을 찾다가 '중국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에 착안해 유방암의 원인으로 우유를 지목한다.

우유가 해롭다고 믿는 사람들은 우유에 들어있는 IGF-1이라는 성장인자를 지목한다. 세포의 성장을 돕는 IGF-1(인슐린 유사 성장인자)이 암세포를 증식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유 속 IGF-1은 미량인 데다 이마저도 소화 과정에서 모두 분해되기 때문에 거의 영향이 없다.

그동안 유방암 발병과 우유 섭취의 관련성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2011년에 대표적인 18건의 역학연구를 통합 분석한 결과가 발표됐다. 1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대상으로 한 분석을 보니 두 개의 연구만이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나왔고, 나머지는 연관이 없거나 오히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보였다. 최근엔 우유가 유방암 발병과 연관이 없고, 오히려 적당량을 섭취하면 유방암을 예방하는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 속에 들어있는 비타민 D와 락토페린 성분이 항암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의료계에선 하루 한두 잔 우유를 꾸준히 마시면 유방암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반 우유가 비만 예방에 효과 커
우유는 지방을 전혀 제거하지 않은 전지유(whole milk)와 지방을 뺀 탈지유(skim milk)로 나뉜다. 탈지유 혹은 저지방 우유는 체중감량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린이에겐 오히려 전지유가 비만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성 미카엘 병원 등 연구진이 기존 28개 연구에서 분석한 아동 및 청소년 2만1,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지유를 마신 아이들은 저지방 우유를 마신 아이보다 비만이 될 위험이 4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너선 맥과이어 박사는 "국제적 권고에 따라 어릴 때부터 저지방 우유를 마신 아이들은 전지유를 마신 아이보다 날씬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전지유와 비만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라면서도 "전지유를 마신 어린이들은 더 포만감을 느끼기 때문에 비스킷이나 칩 등 고칼로리 간식을 덜 먹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지방 우유, 신체 나이 노화 늦춘다
저지방 우유를 주로 마시는 사람은 일반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신체 나이가 약 4.5년 더 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브리검영대 연구팀은 5,834명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들의 우유 섭취 빈도와 섭취한 우유의 지방 함량을 조사했다. 이후 우유 섭취와 '텔로미어' 길이와의 관계를 분석했다. 텔로미어는 노화를 결정짓는 염색체 끝부분의 DNA를 말한다. 인간의 세포는 나이가 들며 계속 분열하고, 분열을 반복할수록 텔로미어는 짧아진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한계치보다 짧아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인간은 노화한다.

연구 결과, 저지방 우유를 마신 사람들의 텔로미어가 일반 우유를 마신 사람들보다 길었다. 두 그룹의 텔로미어의 길이 차이를 수명으로 환산하면 약 4.5년에 해당한다. 저지방 우유를 마시면 노화가 약 4.5년 늦어진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나타난 정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저지방 우유를 마시는 사람은 다른 식단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저지방 우유를 주로 먹는 사람들은 다른 성인들보다 식단을 통해 섭취하는 지방과 포화지방량이 적었다. 식이섬유도 더 많이 섭취했다.

연구를 주도한 래리 터커 박사는 "우유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우유의 종류에 따라 주의가 필요할 수 있다"며 "고지방 우유가 우리의 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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