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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우리가 남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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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우리가 남이가
  •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작가
  • 승인 2020.03.04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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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각자의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소비라이프/김정응 소장] 코로나19로 여전히 온 나라가 난리입니다. 걱정도 태산입니다. “임진왜란도, 6·25전쟁도 견딘 내 고향 대구가 비틀거리고 있다.” 지인의 아우성이 여전히 귓전을 맴돌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펜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공포’라고 표현을 하는데 우리의 실제 사정은 더욱 심각함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구, 경북 지역의 상황은 전쟁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방역의 최전선은 곧 전쟁의 최전선이고 거기서 애쓰는 당신은 전쟁을 치르는 군인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당신이 일을 잘 마치고 건강하게 가정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보이는 곳에서 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당신과 같은 많은 영웅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를 자문하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게도 피해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관자의 입장에서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라져야만 했습니다. 당신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후방에서 한가롭게 빈둥거리면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후안무치를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고등학교와 같은 대학을 함께 다닌 친구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에서 코로나19 이슈로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한 친구가 우리도 가만히 있지 말고 실천적인 참여를 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실천 방법은 후원금을 보내자는 것이었는데 전폭적인 지지가 이어졌고 많지는 않지만 십시일반으로 나름의 성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화자찬을 했습니다. 우리도 작은 코로나 영웅의 대열에 섰다고 말입니다. 

봉사나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물론 이번 저희의 거사(巨事)는 그것에는 견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참여의 보람을 알게 해주고, 사랑이 사랑을 낳는다는 그 말의 의미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코로나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라는 생소한 개념이 갑자기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방역을 위해서 개인 간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기에 집단 행사나 모임을 줄이고 많은 회사는 재택근무를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거리를 두고 면벽 수행하는 계기로 삼으세요” 어느 선배가 재택근무 지침이라며 보내온 문자 메시지 내용인데 거기에서 ‘거리를 둔다’라는 의미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회사 동료가 그립고 회사 주변의 단골식당이 그립고 수다를 떨던 커피숍과 선술집이 그리워졌습니다. 

그뿐인가요, 출퇴근 시 이용했던 전철 안내 방송이 그립고 전철 속 사람들의 모습이나 대화가 그리워지더군요. 그 밖에도 평소에 익숙한 것과의 이별이 가져오는 후유증이 예상보다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 새록새록 다시 피어올랐습니다. 하물며 당신이 그 대상이라면 그런 거리 두기는 차라리 이별의 아픔과 유배의 막막함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당신이 그립고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코로나는 바이러스나 전염병에 관련된 책이 주목을 받을 수 있게도 했습니다. 저도 2년 전에 읽었던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오랑이라는 폐쇄된 도시에 남겨진 사람들이 페스트라는 끔찍한 전염병과 사투를 벌인다. 극한 상황에서 다양한 인간 유형이 드러난다. 착한 이, 나쁜 이, 약은 이 …… 내가 만일 그 경우라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결론적인 메시지는 이런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각 개인의 수칙 준수가 우리라는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가장 큰 해법인 것입니다. ‘우리’라는 말은 ‘너와 나’의 합이니까요. 그래서 다시 한번 상기하고 실천 의지를 다져봅니다. 마스크를 쓰자, 꼼꼼하게 손을 씻자, 재채기 예절을 잘 지키자. 

많은 사람이 희망하고 응원하는 것과 같이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픔이나 교훈은 남을 것입니다. 그 교훈 중의 하나가 ‘우리’의 가치를 되새기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난에 맞서는 방법은 우리가 함께 선(善)의 가치를 믿고 함께 연대(連帶)하는 것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그 대신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전국구 사투리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그곳에 있기에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당신은 정말 특별합니다.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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