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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폭풍전야의 라임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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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폭풍전야의 라임 사태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23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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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꼬리 자르기’식 대처는 무능함 보여주는 꼴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한때 운용자금이 6조 원에 육박하며 여의도 증권가에 돌풍을 일으켰던 ‘라임자산운용’은 환매연기를 시작으로 금융권 뉴스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2019년 10월 2일 사모채권펀드 3개 270억으로 시작된 펀드 환매 연기는 어느새 1조 원을 넘어 2조 원을 향하고 있다. 16개 펀드의 환매가 추가로 연기되면서 그 규모가 점점 증가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현실화되었다.

펀드라는 것은 그것을 운용하는 매니저와 펀드의 성격에 맞는 자금의 적정규모가 있다. 그래서 투자에 대한 철학이 있는 매니저들은 손님들의 환매로 자금의 결원이 생겨 추가로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관리하는 펀드에 적정선 이상의 자금을 되도록 받지 않는다. 그러나 라임은 너무 많은 운용자금을 받아버렸고 검증된 투자처가 많지 않아 투자되고 남은 돈은 갈 곳이 없었다. 

결국, 검증되지 않은 투자처에서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메우기 위해 부실자산을 털어내야 했다. 사태 초기에는 유동성과 레버러지를 위해 활용하던 총수익스왑(TRS)을 금융회사들이 회수하면서 유동성이 사라지고 수익률까지 손실을 봤지만, 코스닥의 부진으로 인한 펀드의 부실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상황은 반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발전했다. 그 시작은 라임에서 꾸준히 전환사채를 매입한 코스닥상장사인 ‘리드’의 전·현 경영진이 800억 원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하면서다. 여기에 잠적한 임원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며 투자자들은 불안은 펀드의 부실이 아닌 회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서서히 성장하지 못하고 갑자기 늘어난 운용자금 덕에 올라선 1등의 자리는 라임에게 청소년과 같은 질풍노도의 상황을 만들었다. 의식의 성장은 없이 몸만 커버린 어린이처럼 말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발육제를 누가 주었을까 생각해보니 바로 16개 판매사다, 수수료를 많이 챙기려는 판매사 욕심으로 소수가 가입하는 폐쇄형으로 만들어야 할 사모펀드를 불특정다수가 가입할 수 있게 개방형으로 만들었다. 또한, 만기가 3~5년인 전환사채(CB)에 투자하는 펀드인데도 1년 만기나 중도환매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결국, 두 가지 조건으로 많은 사람에게 판매되면서 ‘환매대란’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최근 회계법인이 진행하는 평가를 기준으로 ‘상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금융감독원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펀드가 상각되는 비율만큼 손실이 발생해서 펀드에 가입된 투자자들의 손실은 회복이 어려워진다. 

금감원의 이런 모습에 DLF 사태와 라임 사태로 불거진 자신들의 감독책임 문제를 빨리 잠재우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면 전환사채를 발행한 기업들이 최대한 빨리 빌린 돈을 갚도록 유도하고 무역금융의 실태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 사무실이 아닌 국내외 현장에서 업무를 봐야 한다. 

우리나라 헤지펀드 400조 원 시장에서 5조 원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회계법인의 보고를 기초로 손쉽게 상각으로 처리한다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책임감 있는 자세로 ‘라임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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