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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보험회사 관리·감독 기능을 상실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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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보험회사 관리·감독 기능을 상실한 정부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08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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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실손의료비 보험에 가입할 때 많은 적립보험료를 포함한 가격으로 가입되어 있는 경우들이 있어...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자동차보험은 매년 새롭게 가입을 하다 보니 보장범위가 변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은 회사마다 차종에 따른 사고율 적용이 매년 달라져서 보험료가 내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해마다 자동차 보험료를 회사별로 비교해서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인상률이 있어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와는 달리 보험료가 꾸준히 오르는 보험이 있는데 바로 실손 의료비 보험이다. 가입한 내용에는 변화가 없으나 가입할 때의 가격으로 고정되지 않고 가입 시기에 따라 5년, 3년, 매년 보험료가 갱신되고 있다. 보험료의 변동을 대비해서 적립보험료를 미리 많이 넣은 예전의 실손 의료비 보험들은 보험료의 변동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것은 소비자들이 금융용어와 설계기법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실손의료비 보험에 가입할 때 많은 적립보험료를 포함한 가격으로 가입되어 있는 경우들이 있다. 이러한 사실은 가입자 스스로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론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오를 것을 대비해서 미리 넣어도 되는 것이지만 그만큼 보험회사에 더 많은 돈을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있지만, 상품을 설계하는 설계사들에게는 전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다. 

회사입장에서도 미리 받은 돈으로 금융상품에 투자하거나 고금리로 대출을 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어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가입자가 이렇게 납입한 적립보험료도 언젠가는 증가하는 보험료인상률 때문에 조금씩 줄어들면서 결국 사라지게 되고 갑자기 불어나는 보험료는 가입자가 감당해야 하지만 안 될 경우에는 해지해야 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기관들은 예전에 보험상품을 설계할 때부터 잘못된 구조로 만들어져서 보험료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깊이 들어가 보면 되짚어 볼 부분이 많다.

보험회사들은 가입자들보다 굉장히 다양한 정보와 통계자료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자료를 기반으로 보험계리를 통해 보험상품을 만들고 보험료를 책정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예상치가 전혀 없을 수가 없다. 물론 회사의 규모와 수준으로 정보가 부실할 수도 있지만, 보험회사들은 절대 허술하지 않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수준도 상당하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보험회사들은 상품의 설계를 잘못해서 부실이 발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과다한 진료비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치료와 처방에 급여 진료비가 많아 주로 건강보험공단의 수가에 의해서 수입이 좌우되는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와는 달리 비급여 진료비가 많은 성형외과나 안과, 치과 같은 경우는 치료와 처방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환자 대부분은 비급여 진료비를 본인이 가입한 민간보험회사의 실손의료비보험에 청구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상해 의료비보다는 질병 의료비에서 지출되는 비용이 커지면서 보험회사들의 부담이 증가했다. 

그렇다고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이 전적으로 보험료 인상의 원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게 그들에게 의료장비를 제공하는 제약회사와 의료기기회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기들이나 신약을 개발하는데 들어간 비용을 찾기 위해 의료기기와 신약의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다.

보험회사에서도 인구의 증감과 평균연령의 증감, 연령대별 발병의 추이 등 여러 가지 위험을 분석했겠지만, 의학 분야의 치료기법과 신약의 발전에 따른 비용증가는 예측하기 어렵다.

정부에서는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치료방법이나 신약이 있다면 해당 부처가 개입해서 어느 정도 지분을 갖는 투자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을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럴 수 있다면 과도하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비와 여기에 연동되어 상승하는 보험료는 어느 정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가상승에 대한 반영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겠지만 예전 보험상품에 대한 보험회사의 손해율 증가로 인해 수익률 악화가 보험료가 인상에 영향을 주면서 새롭게 보험에 가입하는 가입자에게 비용 일부를 전가하는 행위는 국민을 이해시킬 수 없을 것이다.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받아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상을 해주기도 하지만 보상할만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으면 회사가 이미 납입한 보험료에 대해서는 중도해지를 하지 않는 한 반환을 해주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봤을 때는 보험회사에 지극히 유리한 계약임에도 금융감독기관에서는 보험회사들의 손해율 증가라는 사유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에 대해 한쪽 눈감아주는 것을 넘어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불가피성을 주장하며 이들의 편에 서고 있는 것은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정부는 대다수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기관의 통칭이다. 대다수 국민이 소비 활동을 하는 마켓에서 기업들이 왜곡하지 못하도록 보험회사들을 관리·감독해야 함에도 정부 기관이 그들을 비호하면서 대다수 국민을 관리·감독하는 느낌을 준다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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