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7호] 2020년 설, 차례상 “트렌드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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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호] 2020년 설, 차례상 “트렌드가 바뀐다”
  • 이민혁 기자
  • 승인 2020.01.08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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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한 차례상 밀키트 인기·선물세트도 1인 가족 중심… 차례 대신 여행간다  

[소비라이프/이민혁 기자] 직장인 겸 주부 A(35) 씨는 설을 일주일 앞두고 온라인 몰에서 불고기와 잡채, 명태전 등 명절 상 차림용 밀키트 제품을 예약 주문했다. 신선한 제품을 간편하게 요리해서 갓 만든 음식처럼 차려낼 수 있으니 차례상을 준비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균일화된 맛으로 실패할 염려가 없고 재료 하나하나 구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가격 측면으로도 큰 부담이 없어 일일이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는 것보다 밀키트로 차례상을 차려내는 것이 훨씬 메리트가 크다. 

◆간편하고 실속있는 상차림 ‘차례상 밀키트’ 인기 
추석 명절을 앞두고 신선식품 온라인몰에서 밀키트(손질이 끝난 음식 재료와 양념을 넣고 정해진 순서대로 조리하기만 하면 되는 가정간편식[HMR]의 일종)의 인기가 뜨겁다. 

요리에 소질이 없는 남성도 거뜬히 명절 음식을 한 상 차려낼 수 있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투입되는 노동과 남는 재료, 버려지는 음식을 생각하면 밀키트가 더 경제적일 수도 있다. 대표적인 명절음식이자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음식인 전은 HMR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탕, 갈비찜, 떡갈비, 잡채 HMR 등 다양하다. 

명절 음식은 재료 준비가 까다롭고 음식량을 조절하기 힘든 반면 밀키트를 활용하면 간편하고 실속 있는 상차림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음식의 신선도가 높아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에도 명절음식을 반찬가게에서 사 먹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반찬가게 음식과 밀키트 차이는 ‘유통기한’에 있다. 진공포장을 한 밀키트 제품은 포장을 뜯지 않는 한 유통기한 전까지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반찬가게 음식은 구매하면 상하기 전에 먹어야 한다. 밀키트는 언제든 대형마트·슈퍼마켓 등에 가면 살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직접 가기가 귀찮다면 대형마트 온라인몰에서도 구매할 수 있고 밀키트만 모아놓은 오프라인 매장도 있다. 

품목을 하나하나 구매하는 것이 귀찮다면 통째로 차례상을 주문할 수도 있다. 반찬가게가 기업화하면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고 아예 차례음식을 조리, 배달하는 전문업체들도 온라인상에 즐비하다. 보통 한상차림에 20~35만 원 가량이면 국, 전, 술, 과일 등 차례에 필요한 모든 용품들이 원스톱으로 배달돼 온다. 집에서는 밥만 지어 올리면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맞벌이,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 핵가족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가사노동은 줄이고 명절의 의미는 살리자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며 "최근 판매되는 차례상은 집에서 직접한 것 이상으로 품질이 좋을 뿐 아니라, 재료를 직접 사서 하는 것에 비해 효율적이라는 생각에 소비자들의 구매가 점차 늘어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선물세트도 가정간편식으로 ‘간편한 집밥·캔 등 인기’
가정간편식 선물세트들도 인기다. 명절 선물세트의 고전인 캔 햄과 식용유 등을 담은 혼합세트를 비롯해 간장 닭볶음, 간장 돈불고기, 매콤 불닭볶음 등을 원터치 캔으로 즐길 수 있는 반찬 캔 세트와 수제 햄 세트 및 숯불떡갈비, 숯불떡고기완자, 동그랑땡 등 적전류 제품도 선물세트로 잘나간다. 

앞서 언급한 조리가 간편한 HMR은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다. 직장인 A 씨는 "지난해 추석에 가정간편식이 들어 있는 선물세트를 받은 적이 있는데 조리가 간편해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좋았다"며 "이번 명절 선물은 가정간편식 선물세트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판매 직원도 "1~2인 가구 확산과 간편한 집밥에 대한 선호도가 급증하면서 가정간편식 선물세트 판매 비중이 늘고 있다"면서 "특히 수산물세트와 집에서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소포장 간편식이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매년 소비트렌드에 맞춰서 새로운 선물세트를 출시했다"며 "명절 선물세트가 비슷한 유형인데 올해는 젊은 층과 1인 가구를 겨냥해 가정간편식 선물세트 비중을 늘렸다"고 말했다. 

◆차례 대신 여행가자! “명절에는 여행”
해외로 떠날까 국내로 갈까? 아니면 교외에서 캠핑하거나 나들이할까.’ 통상 여름휴가를 앞두고 고민하는 즐거운 선택지다. 그런데 명절 연휴를 앞두고도 이런 고민에 빠지는 가족이 늘고 있다. 최근 의식의 변화로 명절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명절이면 가족이 함께 모여 전과 튀김을 부치고 풍성한 음식으로 차례상을 차려야 한다는 전통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설과 추석 중 하나만 선택해 차례를 지내면 된다거나 각 집안의 여건에 맞게 명절을 즐기려는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명절에는 민족대이동으로 심각한 교통체증이 빚어진다. 차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거나 로또 같은 기차표 구하기에 열을 올려야 한다. 이처럼 길에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상황을 비효율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부엌일을 전담하는 여성의 경우 가족과 손님들을 위해 쉴 새 없이 음식을 마련하고 치우다 보면 파김치가 된다.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명절 음식 준비에 매달려 왔던 어머니들은 “우리 대에서 제사 음식 만드는 문화는 끝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상다리가 휠 정도로 거하게 차려지는 차례상은 점차 간소화되는 추세다. 

매년 명절 연휴 때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가족들로 공항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고향을 찾기보다 국내 여행을 택하는 가족도 늘고 있다. 유교 최대 덕목인 효(孝)가 중시된 명절이지만 효의 범위는 직계가족 위주로 좁혀지고 있다. 젊은 부모 세대인 X·Y세대(1970~80년대생)만 하더라도 이제 ‘명절에는 대가족이 모여 집안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려야 한다’는 인식이 희미해지고 있다. 즉 대가족 중심의 집단 문화보다 직계 중심의 핵가족 문화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예전처럼 전담이나 희생을 강조하기보단 소통을 통한 적절한 안배로 가족만의 새로운 규칙과 가풍을 만든다면 더 건강한 명절 문화가 자리 잡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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