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응의 LOVE LETTER] 친구 같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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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친구 같은 아버지
  •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작가
  • 승인 2019.12.0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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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함께한 자녀일수록 자아존중감, 사회성, 도덕성이 크게 높아...

[소비라이프/김정응 소장] 중학교 여자 동창인 인숙이 아들을 장가보내는 날이었습니다. 결혼 예식이 시작되자 저는 예상치 못한 광경에 깜짝 놀랐습니다. 신랑 아버지, 그러니까 동창의 남편 자리가 비어있었기 때문입니다. 몇 해 전에 고혈압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의 슬픈 사연을 알고 지내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을 지니고 결혼식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빈자리는 제 눈에만 띈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주위에서 신랑 아버지에 대한 이런저런 소곤거림이 들려왔습니다. 그 아버지는 생전에 덕을 많이 쌓은 것 같았습니다. 칭찬의 말이 이어졌으니까요. “그 사람 참 좋은 아버지였어요.”

친구들은 결혼식이 끝난 후에도 헤어지기가 아쉬웠는지 우르르 커피숍으로 몰려갔는데 그곳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마치 “오늘날의 좋은 아버지는 어떤 아버지인가?”라는 주제의 100분 토론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결론은 ‘친구 같은 아버지’가 이 시대의 좋은 아버지 상(像)이었습니다. 동석한 여자 동창 순재는 친구(Friend)와 아빠(Daddy)의 합성어인 ‘프렌디(Frendy)’란 말까지 알려주면서 여태껏 그것을 몰랐느냐며 혀를 찼습니다. 남자 동창 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친구 같은 아버지의 성공 사례를 풀어 놓았습니다. 

괴산 김 아무개의 경우.
그 집 가장의 직업은 농사다. 대학을 졸업하고 2년여 서울 생활을 하다가 고향 괴산으로 귀향했다. 아들 하나 딸 하나 남매를 두었다. 둘 다 서울의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 물론 그들에게 과외는 사치였다. 인성도 좋고 틈틈이 부모님 농사일도 거들기에 동네 어른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가족이 꼭 친구 4명이 함께 사는 모습처럼 보인다. 자유스럽고 어색함이 없다. 그 중심에는 그 집 가장의 친구 같은 리더십이 있다. 

인천 손 아무개의 경우. 
그 집도 아들 하나에 딸 하나 남매를 두었다. 결론적으로 그 집의 특징은 독창적이라는 것이다. 아들은 요즈음 최고 인기 직업이라는 유튜버다. 딸은 4년제 공대 여학생이었는데 진로를 비행사로 급 변경 하여 항공 관련 대학에 입학 도전 중이다. 그 가족 역시 가족이라기보단 차라리 친구 모임이라고 해도 어울릴 만큼 분위기가 격의 없다. 술도 같이 먹고 노래방에도 같이 간다. 그 중심에는 역시 친구 같은 아버지가 있다. 

집으로 가는 전철 속에서 상념에 잡혔습니다. 눈을 감으니 영화의 한 장면이 눈앞에서 붕붕 날아다녔습니다. 격한 감동을 받았던 일본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로 그 영화입니다. 아버지라는 자리는 돈이 아닌 시간으로 이루어진다는 비수(匕首) 같은 메시지에 가슴이 몹시도 아렸던 그 영화. 회사 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제 모습을 그대로 담은 것 같아서 엉엉 울었던 그 영화. 그렇게 훌륭한 아빠의 성장 영화를 보고 나서도 도대체 나아진 것 없는 나 자신의 현재를 발견하니 더욱 씁쓸한 마음을 거둘 수가 없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마치 벼락공부를 하듯이 아버지 리더십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엄부-자모(嚴父慈母), 즉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공식은 일찍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옛날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대화하고,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는 친구 같은 아버지가 최고의 아버지 모습이라는 주장이 대세였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른바 아버지 효과(effect of father)에 대해서도 열을 올렸는데 그러한 아버지와 함께한 자녀일수록 자아존중감, 사회성, 도덕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인생 철학 시간과도 같았던 긴 하루였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 자식들이 시집, 장가를 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친구 같은 아버지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해 보고자 합니다. 친구 같은 아버지, 당신 생각은 어떤가요?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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