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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원천 차단, <차명거래 금지법>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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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원천 차단, <차명거래 금지법> 발의
  • 조성문기자
  • 승인 2013.06.1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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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금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 된다. 민병두 의원(민주당, 동대문을, 정무위원회)는  6월 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차명거래 금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금융실명법(=일명, <차명거래 금지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 민주당 민병두 의원

현행 금융실명제법이 <차명거래 촉진법>으로 비판받는 이유는 현행 금융실명제법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실명인지, 아닌지 만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에 의한 차명>은 규제하지 않고 있다. 또한, 금융실명거래의 ‘의무주체’에는 금융기관만 해당한다. 개인들은 실명거래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차명’을 써도 무방하도록 되어 있다. 금융기관이 실명확인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고작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행 금융실명제법은 차명에 대한 규제가 불가능하다.‘차명’을 허용하고 있는 제도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차명계좌 촉진법>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차명거래’를 허용하는 금융실명제법의 문제점과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탈세-비자금 사건의 관계를 들여다 보면, 최근에 대형 비자금, 탈세 사건이 많이 발생했다.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계좌를 시작으로, CJ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사건, 전두환 비자금, 아들 전재국의 비자금 의혹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심지어 금융기관에 해당하는 우리은행, 씨티은행, 부산은행 등의 임원들이 차명계좌를 불법으로 운영한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CJ 이재현 회장이 숨겨놓은 차명계좌가‘수백개’이며, 심지어 금융기관의 임원이 차명계좌를 불법으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이니, 다른 기업인들, 고소득 자영업자들 역시도 수개~수백개의 차명계좌를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삼성X 파일 문제로 사회적을 큰 논란을 벌였던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 사건은 차명계좌가 발견되자, 삼성특검에서 이건희 회장의 ‘소유’로 돌려주는 일을 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일들이 <차명거래 금지> 규정이 금융실명제법에서는 아예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법에서도 매우 미약한 처벌 규정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민병두 의원이 발의한 <차명거래 금지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현행 금융실명제법은 <합의에 의한 차명>은 전혀 규제하지 않고 있다.‘차명거래’는 사실상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법에 의하면 ‘실명이 아닌 거래’만을 규제한다. 즉, 없는 이름(=허명[虛名])과 거짓인 이름(=가명[假名])만을 규제하고 있다.

민병두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차명거래 금지법>(=금융실명제법)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부동산실명제법>의 원리들을‘대부분’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리적 논란’이 될 소지가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만큼 통과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민병두 의원이 발의하는 <차명거래 금지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금융거래자에게 실명의무 부과한다. 차명거래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금융기관에게‘만’ 부여하고 있는 실명거래 의무를 ‘모든’ 금융거래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둘째, 차명인에게‘증여 의제’를 적용한다. 그동안 ‘차명거래’를 규제하지 못한 것에는 <입증 곤란>의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민병두 의원 법안은 (원소유주와 무관하게) 차명인의 재산으로 ‘간주’한다.

셋째, 실질권리자는 차명인 등에게 자산 및 이익반환 청구 금지한다. 금융자산의 실질권리자(=원 소유자)는 차명인 등에게 금융자산 및 이익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이 역시 부동산실명제법 제4조를 차용한 것이다.

넷째, 전체가액 기준, 30% 과징금 + 10%, 20%의 이행강제금 적용한다. 실질권리자(=원소유주)와 차명인 모두에 대해서 금융자산 전체 가액의 30%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하고,‘명의 이전’을 하지 않을 경우 1년 후에는 다시 전체가액의 10% 이내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2년 차에는 다시 전체가액의 20% 이내에서 <이행강제금>을 추가로 또 부과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실질권리자와 차명인 모두에게 전체가액의‘약 50% 내외’의 과징금+이행강제금이 부과하게 된다. 부동산실명제법의 제6조를 차용한 것이다.  이 차명거래 금지법이 통과되면,‘차명거래’가 사실상 ‘근절’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합의에 의한 차명거래도 허용되지 않는다. 원소유주는 차명인에게 ‘뜯기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돌려받을 수도 없다.

290조원(GDP 23% 규모)에 달하는 <강력한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를 둘 수 있다.현재 한국 지하경제 규모는 GDP 23% 수준이다. OECD 평균은 13%이다. 290조원에 달하는 한국의 지하경제에서 ‘차명거래’형태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강력한 세원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 차명거래 금지법이 통과될 경우 290조원에 달하는 지하경제 중에서 적지 않은 금액이 ‘공식경제’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평균 조세부담률은 20.7%이다. 조세부담률과 지하경제양성화 효과를 ‘산술적’으로 곱한 금액에서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의 금액이 <추가 세원>으로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1993년 금융실명제법이 시행되었다. 당시에는 ‘실명이 아닌 거래’(허명-가명)에만 집중했다. 당시 지하경제를 통해 비자금 등을 운영하던 기득권층의 반발 때문이었다.

‘반쪼가리’ 금융실명제가 통과된 결과, 오늘날 <차명거래-차명계좌>는 부유층의 <비자금-조세회피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게 되고야 말았다. 재벌회장도, 어린이집 원장도, 성형외과 의사도,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우리은행-씨티은행-부산은행의 임원도, 전문적 고소득자도 너나 할 것 없이 ‘차명계좌’를 신설하는 것이 <절세 수단>처럼 되어 버렸다.

금융실명제법 시행 20주년을 맞이하는 2013년에, 최근 대형 탈세사건들, 비자금 사건들을 막기 위해서는 <차명거래 금지>를 전면화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세계 경제규모 10위권을 전후한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 수준의 지하경제 규모를 갖고 있는 근본이유는 <차명거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차명거래 금지> 없이 <지하경제 양성화>는 요원한 일이다.
1993년 금융실명제법이 시행된 이후, ‘차명거래’를 금지하려는 법안의 발의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그간 제출된 차명거래 금지 시도 입법의 주요 특징은 △‘실명 의무’를 규정하고 △차명거래를 무효로 간주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들은 논리적으로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했는데, △첫째, 금융기관 입장에서 근본적인 ‘입증 곤란’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 △둘째, 배우자와 종중(宗中)과 동창회 등의 ‘선의의 차명거래’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출하지 못했다.

그런데 민병두 의원이 발의하는 <차명거래 금지법>의 경우, 위와 같은 ‘입증 곤란’의 문제에 봉착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차명인에 대한 증여 의제(擬制)>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증여 의제 방법>을 취할 경우, 애초에 ‘입증 곤란’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게다가 <차명거래 금지법>의 핵심 내용들 대부분이 부동산실명제법과 상증세법에서 차용한 것들이기에, ‘법리적 논란’의 소지가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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