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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물꼬와 필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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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물꼬와 필살기
  •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승인 2019.11.20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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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김정응 소장] 시골 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친구 그리고 선·후배들과 어린 시절의 추억에 풍덩 빠진 적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어느 선배의 ‘물꼬’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논농사의 핵심은 물 관리입니다. 저수지 같은 관개(灌漑) 시설이 많지 않았던 그 시절에는 더욱더 물이 중요했습니다. 

특히 가뭄 때는 물꼬를 “막는다” 아니다 “튼다” 등의 문제로 윗동네 아랫동네 또는 이웃 논 작인과 아래 논 작인 사이에 험한 싸움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물싸움 끝에 몸에 물꼬를 낸다”는 살벌한 말까지 있었으니까요. 최근 몇 가지 사건이 그런 물꼬의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켰습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국정감사 동안 수고 많이 하셨죠? …… 20대 국정감사는 ‘조국 낙마 국감’으로 저희의 전쟁에서 작지만 아주 큰 승리, 새로운 물꼬를 전환할 수 있는 승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많은 분들 애써주셨습니다. ……”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물꼬를 제대로 트지 못한 것 같은데 당신 생각은 어떤지요? 

“우승 물꼬를 텄으니 앞으로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여자 프로 골프 안송이 선수의 우승 인터뷰 내용 가운데 한 토막입니다. 안송이 선수는 2019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한 것인데 데뷔 10년만이고 237번의 도전 끝에 거둔 결실이라고 합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터진 물꼬이기에 감동적이더군요. 

물꼬는 논에 물이 들어오거나 나가게 하기 위하여 만든 좁은 통로를 말합니다. 물꼬를 막다, 물꼬를 보다, 물꼬를 튼다 하는 쓰임새에 익숙합니다. 비유적으로는 어떤 일의 의미 있는 시작을 이르는 말로 사용합니다. 어찌 보면 ‘물꼬’야 말로 작금의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단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정치 대화의 물꼬, 경제 활성화의 물꼬, 사회 양극화 해소의 물꼬 등등

그런데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각 개인의 물꼬를 트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에서 주위의 사람들을 살펴보면 이런저런 정체의 늪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처해있는 물꼬를 틀 수 있는 ‘삽이나 괭이’ 같은 연장이나 무기 같은 것이 없어 보이기에 안타까움이 더욱 큰 것 같습니다. 

‘2019세계야구 프리미어12’ 결승전이 벌어지던 날이었습니다. “투수는 자신의 공을 던져야 합니다. 커브, 슬라이더, 직구 중에서 승부구를 선택해야 합니다. 타자는 왔다 갔다 하지 말고 히팅 포인트를 딱 정해 놓아야 합니다.” 우리 대표팀이 좀처럼 득점의 물꼬를 트지 못하자 해설자가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입니다. 

득점의 물꼬를 트는 것은 바로 선택과 집중이고 선수 각자의 차별적인 기술이 있을 때 가능할 것입니다. ‘Difference’라는 그 삽과 괭이 같은 것. 이것은 우리 각자의 일상에 처해있는 상황에 똑같이 적용된다고 해도 허튼 말은 아닐 것입니다. 자신만의 필살기(必殺技)가 없으면 자신의 물꼬 역시 트지 못할 것입니다.

저도 지금 물꼬를 트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강연을 좀 더 왕성하게 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특별한 방법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한번 온 기회를 잘 살려서 또 다른 기회로 이어지는 다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평소에는 준비된 강연전문가로서의 실력을 쌓는 일입니다. 그 준비의 지향점은 물론 저만의 필살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차별화입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이 처해있는 물꼬를 틀 수 있는 ‘삽이나 괭이’ 같은 필살기를 가지고 있는지요?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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