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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호] 크라우드 펀딩이 ‘투자 가치’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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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호] 크라우드 펀딩이 ‘투자 가치’를 만났을 때
  • 기획취재팀
  • 승인 2019.11.1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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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통해 일반인도 참여…사전에 부실 상품 아닌지 따져 봐야

[소비라이프/기획취재팀] ‘크라우드 펀딩’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연일 화제다. 방송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시청자들과 ‘같이’ 이를 실현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MBC의 ‘같이 펀딩’은 지난 8월 18일 첫 방송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같이 펀딩’의 첫 방송은 배우 유준상이 3.1절 10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태극기함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이를 위해 유준상은 지난 5월부터 제작진과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개인적으로는 이웃 주민들과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국기 게양에 대한 현재의 인식을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방송은 아이템 제작에 앞서 태극기의 의미와 가치를 알아보는 등 시청자의 애국심을 일깨웠고, 진관사를 찾아가 일장기에 덧대 태극기를 그린 백월초 스님의 사연을 전함으로써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또 역관 이응준이 직접 배 안에서 그린 최초의 태극기부터 일제강점기, 광복의 순간에도 휘날렸던 태극기의 의미를 들려주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어릴 때부터 태극기를 다는 날이면 마냥 기뻤다”는 유준상은 이날 방송에서 “태극기가 모두의 마음에 펄럭이길 바라면서 시청자들과 같이 만들어가고 싶다”는 말로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동기를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개인적 동기는 사회적 동기로 확대되는 데 성공, 수많은 시청자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같이 펀딩’ 첫 방송 중 시작한 국기함 펀딩은 불과 시작 10분 만에 1차 목표인 815만 원을 달성, 이후 2차 펀딩에서도 준비한 물량 1만 개가 모두 판매됐으며, 최종 디자인 공개와 함께 진행된 세 번째 펀딩 역시 1, 2차 펀딩에 이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급기야 지난 9월 30일 밤 11시 45분 홈쇼핑 생방송을 통해 태극기함 판매에 도전, 방송 30여 분 만에 1만 개에 달하는 물량을 모두 판매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아이템도 훌륭했지만 “수익금은 독립 유공자 후손에게 돌아간다”는 말로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방송 중 자정이 넘자 10월 1일이 ‘국군의 날’임을 일깨우며 태극기를 달도록 독려한 것도 큰 효과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크라우드 펀딩’은 가치 소비 활동과도 연결돼 제품 구매 행위 이상의 다양한 투자와 후원, 기부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모 시장 조사 전문기업의 설문에 의하면 그 취지와 의미에 공감하고 향후 참여해보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소비자에게 ‘크라우드 펀딩’이란 이미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이나 방송 및 신문을 통한 접근이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참여자가 아닌 이상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이해는 아예 없거나 다소 부족할 수도 있다. 실제 조사에서도 크라우드 펀딩을 잘 이해하고 있는 소비자는 절반 정도(53.9%)였으며, 실제 참여경험은 전체 응답자의 14.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어쩌면 ‘지금’은 크라우드 펀딩의 ‘대중화’를 말하기는 어려운 단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젊은 층의 참여가 점점 늘고 있는 데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은, 이들이 가치 지향적인 소비를 추구한다는 사실과 함께 크라우드 펀딩 시장의 규모와 범위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소신 있게 투자하는 20대 성향과 맞물려 있다. 왜냐하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그들의 소비 환경에 맞춰진 데다가 소비의 ‘의미 찾기’나 ‘사회 참여’에 대한 가치 부여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대다수 개인으로부터 후원이나 기부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에 20대 참여가 활발해지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몇 년 전 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반달가슴곰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자는 프로젝트가 인기를 끈 바 있다. 당시 이 펀딩은 반달가슴곰이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으며, 후원자들에게 티셔츠 등 리워드를 판매함으로써 생기는 수익금은 해먹을 제작하거나 곰 농장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 등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목표금액 300만 원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단 3주 만에 목표액의 4배가 넘는 1,400만 원을 모으는 쾌거를 이뤘다. 

크라우드 펀딩 포털인 ‘크라우드넷’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크라우드 펀딩에 투자한 투자자 5만 2,992명 중 30대 미만은 13,169명으로 전체의 25%였다. 이 중 20대의 참여는 30대 다음으로 활발했는데, 다른 연령대보다 고정 수입은 다소 적지만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20대의 관심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대는 자신의 사회적 신념이나 가치관을 담아 책을 발간하거나 재능을 활용해 상품을 만들어 생산자로서 크라우드 펀딩에 뛰어들기도 한다. 20대 여성 3명으로 구성된 ‘담담’이라는 팀은 우리나라 옛 여신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으로 지난 7월 말 크라우드펀딩에 도전한 바 있다. 고전문학 등 에 나오는 다양한 여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으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 150만 원을 목표로 했던 이들의 펀딩은 시작하고 한 달도 되기 전에 523명으로부터 850만 원을 모은 것으로 밝혀졌다.

크라우드 펀딩의 유형에는 ‘대출형’, ‘투자형’, ‘리워드’ 형이 있지만 20대는 이 중 소액으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리워드형에 적극적이다. 전문가들은 20대가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에 나서는 것은 ‘소확행’과 ‘미닝아웃(Meaning Out)’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인이나 회사가 상품을 내놓고, 이 상품을 구입하고 싶은 후원자가 후원하고 상품을 얻게 되는 방식의 리워드형은 일반적인 상품 구매와 유사하다. 그러나 상호 활발한 교류를 통해 판매자가 투자자의 요구나 트렌드를 상품에 반영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은 20대의 소비 경향에 안성맞춤이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능이나 디자인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기성품과 달리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된 제품은 원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 으 면서도 디자인도 마음에 쏙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소비를 통해 사회적 관심을 표출하는 등 사회적 움직임에 참여할 수 있으니 이들에게 크라우드 펀딩의 효과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크라우드 펀딩의 장점은 적든 많든 원하는 금액으로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프라인 너머 온라인까지 확대된 플랫폼의 가용 범위는 그 장점을 극대화함으로써 생각은 있으나 시간이나 공간적인 조건을 이유로 참여할 수 없었던 소비자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시장 규모는 세대를 넘나들며 나날이 성장하는 분위기다. 크라우드넷의 분석 결과 2016년 174억 4,248만 원이던 크라우드펀딩 성공 실적은 2019년 9월 기준 263억 86만 원으로 급증했으며, 금액으로는 2017년 277억 6,418만 원, 2018년 298억 5,319만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크라우드넷은 크라우드 펀딩 성공 실적이 올해 최초로 3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영화계에서도 활발하다. 영화 시장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영화를 제작하는 제작자들이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회사를 세우고 이를 통해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공모받아 제작비 혹은 마케팅비를 충당하는 형식을 띤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보고 싶은 영화를 직접 선택, 먼저 주식이나 채권 형식으로 대가를 받은 뒤 약속된 부분만큼의 투자수익까지 받을 수 있다. 

2017년을 기준으로 대부분의 영화 크라우드 펀딩은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곧 투자자들이 수익률과 만기를 잘 따져 이를 매수하면 영화 제작자는 조달된 자금을 영화 제작이나 마케팅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때 채권은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일반 채권이 아닌 영화의 수익에 따라 금리가 변동하는 이익참가부사채의 형태로 발행, 영화의 관객 수가 많아질수록 투자자들이 받게 되는 수익은 늘어나게 된다. 

우리나라 영화 가운데 크라우드 펀딩의 시초는 2012년 개봉한 ‘26년’이다.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던 이 영화는 당시 1만 5천 명의 후원으로 약 7억 원의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또 하나의 약속’이나 ‘NLL:연평해전’을 비롯한 다수의 비상업영화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개봉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과연 크라우드 펀딩이 영화에 큰 도움이 될까”라는 의구심을 제대로 풀어준 영화는 7만 3,164명의 사람이 제작에 동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던 ‘귀향’이다. 귀향은 여전히 ‘관객들이 만든 영화’로 유명하다. 

하지만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부실한 상품을 받을 가능성은 언제나 있으므로 크라우드 펀딩 투자에 앞서 장밋빛 미래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피해를 집계하는 것조차 어려워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할 수 없는 데다가 설령 불이익을 받더라도 투자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어 제대로 된 보상을 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사이트에 티타늄안경이 펀딩 물품으로 올라온 적이 있다. 당시 모금액 2억 1,500만 원은 목표금액의 10,000%가 넘는 수준이었지만 물품 완성 이후에는 “제품의 도금이 벗겨졌다”, “착용 이후에 접촉성 피부염이 생겼다” 등의 항의가 잇따랐다. 해당 플랫폼은 금속 알레르기로 피해 본 후원자에게 후원금의 전액 환불을 약속했지만 환불 신청 기간을 놓친 후원자들의 불만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거나 제작이 중단되는 등 수많은 변수가 있는 영화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결국 소액 투자로 다양한 투자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만 생각하고 크라우드 펀딩에 뛰어들기보다는 안전장치나 시장의 동향에 따른 사업성 등을 잘 따져보고 포트폴리오를 구성,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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