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4호] 대형마트 종이박스 이대로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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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호] 대형마트 종이박스 이대로 사라지나?
  • 고혜란 기자
  • 승인 2019.10.1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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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포장용 테이프·끈…“대체품 찾아야” 한 목소리 

[소비라이프/고혜란 기자] 다음 달부터 대형마트의 자율 포장대에서 종이박스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자율포장 시 사용되는 테이프와 끈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함이라는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환경보호의 일환으로 정부가 내놓은 마트 종이박스 금지 정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환경부는 최근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농협 하나로마트 등 4개 대형마트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협약을 맺은 대형마트 4곳은 앞으로 2~3개월간의 준비 작업을 거쳐 이르면 연내 전국 점포에서 종이박스를 치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소비자들은 종이박스의 사용 여부가 쓰레기 감소에 어느 정도 효과를 줄지 의문을 가진 채 속 비닐 규제에 이은 ‘불편’을 예견하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종이박스는 재사용되는 데다가 가정 내 분리배출도 비교적 잘 되는 편인데 굳이 규제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는 것이 대다수 소비자의 생각이다.

게다가 이러한 생각 속에는 퇴근길 중의 예정 없는 방문일 경우 돈을 내고 일회용 종량제봉투를 따로 구매하거나 장바구니를 빌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불만도 섞여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일회용품 근절을 위한 규제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10년이었다. 환경부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비닐쇼핑백 없는 점포 협약을 맺고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재사용 종량제봉투를 본격적으로 판매하도록 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일회용 비닐쇼핑백 및 과대포장 없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을 체결, 매장 내 속 비닐봉지 사용량을 50% 이상 감축하도록 했으며, 지난 4월부터는 아예 대형마트와 쇼핑몰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재사용 종량제봉투와 장바구니, 종이봉투를 사용하게 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 그리고 이제는 한 발 더 나가 대형마트가 고객 편의를 위해 비치하는 종이박스마저 퇴출시키려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마트 종이박스 사용 규제는 제주도 대형마트의 경우를 선례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2016년 9월부터 제주도 지역 10개의 대·중형마트는 자율포장대의 종이 상자와 플라스틱 끈을 치우고 종량제 봉투와 장바구니 사용을 유도한 바 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현재 장바구니 사용이 자리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마트들은 ‘일회용 비닐쇼핑백·과대포장 없는 점포’를 운영하며 비닐 사용을 줄여왔으며,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또는 코팅된 식품 포장용 받침대를 무색이나 무코팅으로 교체해 쉽게 재활용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추가로 증정하는 경우에는 포장을 금지하거나 띠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변경을 추진했고, 묶음 상품 포장 시 포장 재질을 종이로 대체하는 등 비닐 사용 절감을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수많은 시도에 이어 정부가 급기야 대형마트의 종이박스를 없애려는 이유는 박스 포장에 쓰이는 테이프와 끈의 주원료가 환경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3개사에서 연간 사용되는 포장용 테이프와 끈이 658톤으로, 이는 상암구장(9,126㎡) 857개를 덮을 수 있는 양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사실이 이렇다 해도 마트에서의 종이박스 사용을 규제함으로 불거진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란 좀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방침에 앞서 현장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고민이 있었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품는다. 마트 종이박스는 애초 장바구니에 담기에는 종류가 많고 부피가 크고, 제품에 흠집이 나거나 모양이 망가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없애기 위해 제공된 편의 서비스이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저 불통 행정에 불과한 것일 수밖에 없다. 

결국 협약을 맺기 전 정책 실효성과 관련한 소비자 설문을 진행하는 등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거나, 박스 포장에 쓰이는 기존 테이프를 대신할 재활용 가능 제품이 있는지 파악하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

점점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의 문제에 대해 줄곧 성숙한 의식으로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일회용 비닐과 속 비닐 규제’ 등의 정책을 지지해온 소비자이지만 ‘동의’도, 뚜렷한 ‘대안’도 없는 이번 정책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한편 이와 관련, 환경부는 뒤늦게 불만 수습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지난달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형마트 빈 종이상자는 당장 없애는 것이 아니다. 장바구니 대여 시스템을 만들어 일부 마트에서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거쳐 최종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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