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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호] 퇴직 후 상실감, 남성이 여성보다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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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호] 퇴직 후 상실감, 남성이 여성보다 커
  • 홍보현 기자
  • 승인 2019.10.18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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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의 괴리 크게 느껴…여가 생활로 활력 유지해야

[소비라이프/홍보현 기자] 퇴직자 10명 중 3명은 여전히 ‘일’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는 라이나전성기재단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공동으로 조사·발표한 보고서 ‘2019 전성기 리서치-퇴직한 다음 날’의 내용으로 이는 2014년 6월 이후 퇴직한 45세 이상 남녀 700명을 상대로 진행됐다.

갑작스러운 생활 변화 ‘당혹’
이번 조사에서 퇴직 후 가장 큰 상실감을 느끼는 부류는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뭐하지’ 하는 생각이 들 때”(334명), “평일인지 휴일인지 헷갈릴 때”(276명), “밥값을 선뜻 내겠다는 말이 안 나올 때”(262명), “나를 소개하면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망설여질 때”(223명), “재직 중에 알던 지인에게 연락하기 어렵게 느껴질 때”(217명),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내밀 명함이 없을 때”(154명) 상실감을 느꼈으며, 일부 “일하고 있지 않은 내 모습이 계속된다는 걸 깨달을 때”, “평일에 산에 갈 때”라는 답변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퇴직 후 가장 듣고 싶은 말로는 “오랜 시간 수고하셨습니다”(39%)와 “제2의 인생을 응원합니다”(26%), “그간 쌓아오신 식견을 언젠가 들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16%) 등을 꼽았다.

이들의 퇴직 이유는 ‘전직’(55세 미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55세 이상)였는데, 퇴직자 10명 중 8명이 가족과 퇴직을 의논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후의 생활 변화에 대한 질문에 남성은 ‘자발적 가사 참여’, ‘가족 구성원 눈치 보기’, ‘모임 나가는 것이 부담’, ‘명함이 없어서 아쉽다’, ‘배우자가 나를 귀찮아함’ 등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여성의 생활 변화는 ‘새로운 헤어스타일 도전’, ‘배우자에게 잔소리 증가’ 등으로 남성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퇴직 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는 남녀 모두 ‘휴식 및 재충전’(37%), ‘일을 알아보는 것’(35%)이라고 답했으나, 2순위 응답에서는 ‘취미나 활동을 알아보는 것’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퇴직 후 도움이 된 모임으로는 남성은 ‘동창 모임’이라고 대답했고, 여성은 ‘교육기관 모임’에서 도움을 받는 편으로 나타났다. 다만 45∼54세의 그룹은 어떤 모임을 통해서도 도움은 받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다. 

은퇴 후 재취업이나 창업한 사람은 53%, 준비 중인 사람은 34%로 나타났다. 재취업을 원하는 비율은 성별로는 여성(44.1%)보다는 남성(50.0%)이, 55세 미만(57.2%)이 55세 이상(39.6%)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55세 미만(71.9%)은 이전의 경력과 유사한 일을 선택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55세 이상(17.3%)은 몸을 움직이는 일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았다. 전반적으로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퇴직’과 ‘은퇴’에 대해 긍정적이었으며, 이를 ‘제2의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준비됐으나 여전히 ‘일’ 원하기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퇴직자가 추구하는 지향점을 분석한 결과, 크게 5가지로 분류된다. 즉 일을 지향하는 ‘워커홀릭형’, 취미 지향의 ‘꽃보다집형’, 배움을 쫓아가는 ‘재(再)학생형’, 사교를 중시하는 ‘핵인싸형’, 전원의 삶을 택하는 ‘청산별곡형’이다. 

분석 결과 퇴직자 중 30.1%가 “내 인생에 은퇴란 없다”고 생각하는 워커홀릭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퇴직을 인생의 전환점이라 여기는 꽃보다집형(22.4%)이 많았고, “무엇이든 배워두면 쓸 데가 있다”는 주의의 재학생형(20.5%), “어딜 가든 모임을 만들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핵인싸형(17.1%), “시골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는 청산별곡형(9.6%) 순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워커홀릭형 퇴직자가 경제적·정서적 준비가 상대적으로 잘 돼 있었던 반면 청산별곡형은 오히려 준비 상태가 가장 안 좋았다는 것이다. 또한 청산별곡형은 가족들이 자신의 퇴직에 대해 알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부정의 대답(26%)을 해 퇴직 이후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학생형은 자산과 소득이 가장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경제적 준비가 미흡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들은 퇴직 전 사무관리직과 기술기능직에 많이 속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워커홀릭형은 영업판매서비스직, 꽃보다집형은 사무관리직과 교사 등 공무원직, 핵인싸형은 경영전문직, 청산별곡형은 기술기능직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핵인싸형와 재학생형은 남성, 꽃보다집형은 여성의 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유형별 자산 현황은 핵인싸형이 평균 3억 1,000만 원, 금융자산은 재학생형이 평균 8,000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퇴직 후 월 소득뿐 아니라 월 지출이 가장 높은 부류는 사교·관계 지향적인 핵인싸형이었다. 

여가 활동으로 삶의 재미와 성취감 찾아야
퇴직 당시의 기분에 대해서는 핵인싸형과 꽃보다집형은 후련함을, 워커홀릭형과 청산별곡형은 상실감을 크게 느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계나 취미 지향적인 사람일수록 퇴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일 지향적인 사람일수록 퇴직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은퇴 이후 고령자들은 경제적, 육체적, 심리적 측면 등에서 약자의 경향을 띠게 된다”면서 “여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행복감이 높아지면서 심리적 위축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생활의 활력을 유지하면 신체적 기력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한다면 미리부터 여가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왕이면 몰입할 때 재미와 성취감이 배가되므로 단순하고 소극적인 여가보다는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여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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