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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마중물이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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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마중물이 되거라
  •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 승인 2019.10.16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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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내밀어 실천하고 솔선수범하여 이끄는 속성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소비라이프/김정응 소장] 제573돌 한글날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시경체(주시경 선생의 '국어문법'육필본 원본자료를 협조 받아 제작한 서체)’를 써 SNS에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한글의 의미를 조명하는 말들이 풍성했는데 그중에서도 눈에 쏙 들어오는 문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하나의 단어가 특히 반가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국어학자들이 목숨으로 지킨 한글이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마중물이 되었던 것입니다.'

‘마중물’이라는 단어는 깊은 샘물 같았던 저의 어린 시절을 밖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 시절 우리 동네는 새벽종이 울리는 살기 좋은 마을로 변신 중이었는데 2개의 상징물이 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하나는 전기였습니다. 전기가 들어 오면서 차원이 다른 광명의 세계가 열렸고 TV라는 신천지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펌프였습니다. 펌프는 비록 물지게의 낭만과 샘물의 추억을 사라지게 했지만, 눈물이 나올 만큼의 고마운 편리성을 제공해주었습니다. 급기야 우리 집에서도 펌프 공사를 하게 되었는데 초등학교 교사이셨던 아버지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마중물 같은 사람이 되거라!”

마중물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마중물은 깨끗함입니다. 구정물을 마중물로 넣을 수는 없습니다. 수질도 맑고 냄새도 맑은 그런 물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실력의 맑음과 인품의 맑음으로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중물은 희생입니다. 저 아래의 샘물과 헌신하여 결합합니다. 통합하고 갈등을 조정하여 하나됨을 이루는 능력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마중물의 본질적인 의미는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힘입니다. 손을 내밀어 실천하고 솔선수범하여 이끄는 속성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기준으로 스스로를 되돌아보니 저는 아버지의 기대를 한참 벗어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중물은커녕 근처에도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예수, 부처, 간디, 김구 선생님… 그런 분들일 것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현실에서의 사람 중에서는 도무지 생각이 나는 사람이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마중물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구정물이 생각났으니까요. 

큰 형님뻘이 되는 페북 친구를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난 적이 있습니다. 페북 친구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활발한 네트워킹입니다. 그 형님이 저에게 자신의 친구를 소개해주겠다고 열을 올렸습니다. 제가 그분은 어떤 분이냐고 물으니 형님은 이렇게 대답했는데 듣고 나니 그분을 꼭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 마중물 같은 사람이야.” 

정리하자면, 마중물 같은 사람이란 타의 모범이 되는 사람, 닮고 싶은 사람,손을 잡아끌어 주는 사람, 말로만 하지 않고 실천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차제에 저 스스로를 반성해봄과 더불어 주변에서 마중물 하면 번뜩 떠오르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소망해보았습니다. 마중물을 노래한 시인의 그 마음처럼 말입니다. 

“…
누군가 먼저 슬픔의 마중물이 되어준 사랑이
우리들 곁에 있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무저갱으로 제 몸을 던져
모두를 구원한 사람이 있다
…” 

(마중물 /임의진)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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