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낭만과 맞바꾼 역사의식… 불매운동은 하지만 경성시대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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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낭만과 맞바꾼 역사의식… 불매운동은 하지만 경성시대는 그대로?
  • 김회정 소비자기자
  • 승인 2019.10.1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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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 이후에도 ‘경성시대’, ‘개화기풍’ 버젓이 사용된다

[소비라이프/김회정 소비자기자]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100일이 지났다. 불매운동은 불씨가 꺼지지 않았지만, 불매운동에서 유독 언급조차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뉴트로 열풍을 타고 날아온 ‘경성시대’ 혹은 ‘개화기’ 컨셉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유행한 뉴트로는 ‘New+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현대식으로 새롭게 즐기는 문화를 말한다. SNS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올해 최고의 트렌드로 떠오른 뉴트로는 패션과 요식업을 주축으로 퍼지고 있다. 그중 1920년~1930년대의 화려한 의복을 일컫는 ‘경성시대’ 컨셉은 과거의 낭만으로 소비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경성시대’란 말은 존재하지 않는 말이다. ‘경성’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당시 수도였던 ‘한양’의 위상을 낮추기 위해 고안된 명칭이다. 일본은 한양을 경기도의 지방행정 단위로 바꾸기 위해 ‘경성’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시작됐다. 결국 ‘경성시대’는 식민지 시절 아픈 역사의 잔재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성시대’란 말은 존재하지도 않으며, ‘일제강점기’라고 부르는 게 맞는 표현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 시기를 개화기라고 부르는 것도 틀린 말이다. 신식 문물이 들어오던 개화기는 보통 1900년대 초반을 말한다. 쓰리피스 정장과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 장식이 달린 모자 등 화려함이 특징인 모던보이, 모던걸과는 전혀 다른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경성시대 패션은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김희성’과 ‘쿠도 히나’, 영화 아가씨의 ‘히데코’의 의상을 떠올리면 된다.

아직도 SNS상에서 ‘경성시대’, ‘개화기풍’을 컨셉으로 한 사진들은 하루에도 수백 개씩 올라오고 있다. 불매운동 대상에서 경성시대 컨셉의 사진관과 의상 대여점은 빠졌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이 제대로 된 역사의식 없이 일제강점기의 처절한 역사를 화려함과 낭만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일각에서는 경성 시대 컨셉이 일제강점기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당시의 의복 문화를 재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경성시대 컨셉을 즐긴다고 식민지 시절을 잊는 게 아니며, 서양 및 일본 문물이 처음 들어오며 나타나는 조상들의 독특한 의복을 체험할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경성시대’란 단어가 잘못된 말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으며, 경성 패션을 체험하며 역사를 되돌아보는 사람은 극히 적다는 것이 문제다. 그 시기의 패션을 즐기더라도 우리나라를 비하하기 위해 쓰인 ‘경성’이란 단어로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올바른 역사의식을 위해 ‘경성’과 ‘개화기’란 말의 유래를 제대로 인지하고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과 자영업자들도 그 시기를 SNS 감성으로만 홍보하여 소비를 조장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과거의 문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역사의식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함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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