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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준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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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준다는 것에 대하여
  •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 승인 2019.10.10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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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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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김정응 소장] 그날은 경남 김해로 강연 출장을 가는 날이었는데 마음이 몹시 심란했습니다. 개천절 휴일 전날에 잡힌 일정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더 큰 이유는 날씨와 정국 탓이었습니다. 태풍 18호 ‘미탁’이 올라오고 있었고 서울에서는 이미 갈등의 거센 태풍이 불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조국’ 이슈로 회사 동료와 얼굴을 붉히며 언쟁을 벌이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출발할 때의 상황은 비교적 괜찮았었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전혀 다른 날씨가 나를 반갑게(?) 맞고 있었습니다. 물 폭탄이 쏟아졌던 것입니다. 상경 항공편이 기상 악화로 결항되었으니 환불하던가 예약을 변경하라는 문자가 핸드폰에 찍혔습니다. 저는 일시적 맨붕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빗속을 겨우겨우 뚫고서 방문 회사에 도착했습니다. 항공편 결항을 알렸더니 회사 분들이 큰 걱정을 하더군요. 곧장 대책 마련에 부산했습니다. 우선 KTX 상황을 살펴봤는데 예상대로 매진이었습니다. 고속버스도 여의치 않다는 말이 오고 가던 중에 한 직원이 터미널에 가서 상황을 보고 표를 직접 구해오겠다며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다행히 오후 5시 20분 우등 고속버스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승차권을 손에 쥐고 나니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 일처럼 해준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고 뭔가를 무척 많이 받은 것 같은 포만감도 들었습니다. 또한 받았으니 나도 뭔가를 주어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머릿속에서 꿈틀거렸습니다. 고민 끝에 선물 같은 강의를 해 주자고 다짐했습니다. 더 열심히 강의해서 받은 감동에 대한 보답을 해주리라는 결심이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그분들이 감동을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스로는 만족을 했습니다. 혼(魂)이 담긴 강의, 즉 ‘혼강’을 했기 때문입니다. 

서울행 버스 출발 시간인 오후 5시경에도 빗줄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더욱 사나워졌습니다. 버스가 승차 홈에 들어서자마자 저는 제일 먼저 버스에 올랐는데 자연스럽게 나중에 승차하는 손님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 기사님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승차하는 것이었습니다. “비 많이 오는데 조심하십시오.” “네 고맙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 저는 생각하는 갈대가 되었습니다. ‘무엇을 준다’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친절을 준다. 해결책을 준다. 감사의 마음을 준다. 그것도 아낌없이…… 자연스럽게 나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나는 누구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또 주위의 가진 것 많은 사람은 무엇을 주고 있는가? 

오가며 읽을 요량으로 가지고 갔던 칼릴 지브란의 시집에는 묘하게도 ‘준다는 것’에 대한 그의 말이 담겨 있었습니다. 마치 오늘 만난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 같아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대가 가진 것을 줄 때 그것은 주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주는 것은 그대가 그대 자신을 줄 때이다.” 

밤늦게 돼서야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내리면서 저도 기사님에게 인사말을 전해 주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기사님이 씩 눈웃음으로 대답을 해주었는데 그 대답에 저의 마음이 행복감으로 충만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어디선가 요란하게 휴대폰 컬러링이 울렸는데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나요! 이승철의 그 노래였습니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사랑은 주는 거니까, 그저 주는 거니까, 난 슬퍼도 행복합니다.”

노래 때문일까요? 무엇이라도 주었기 때문일까요? 하루의 여정이 덜 피곤했습니다. 오늘 하루가 그 어느 하루보다 파란만장한 하루였는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우리의 삶을 얻는 방법은 의외로 가까이 있다, 의외로 쉽다, 그것은 주는 것이다. 무조건 주는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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