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응의 LOVE LETTER] 대성통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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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대성통곡하다
  •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 승인 2019.10.0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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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대성통곡의 피해자입니까, 아니면 발신자입니까?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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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김정응 소장] 고교동창 친구가 오랜만에 SNS를 통해서 안부를 물어왔습니다. “대성통곡하며 지낸다”고 답을 해주었더니 무슨 일이냐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직접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하기야 대성통곡(大聲痛哭)은 큰 목소리로 몹시 슬프게 운다는 뜻이니 그럴 만도 했을 것입니다. 친구에게 나의 대성통곡의 의미에 대하여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타인에 아랑곳하지 않는 큰 소리(대성) 때문에 몹시 짜증이 남(통곡)을 일컫는 것이다” 

외식을 위해서 구순(九旬)의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식당에 갔는데 싸움판에 잘못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옆 좌석 손님들의 대화 소리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천둥 벼락 치는 것 같은 대화 소리 때문에 맛있는 식사는 고사하고 오랫동안 그 소리가 이명으로 남는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휴식 겸 찾은 뚝섬 유원지에서 진짜 싸움 구경을 했습니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벤치에 앉아서 유튜브를 크게 틀어 놓고 있었습니다. 그 벤치 뒤에는 텐트촌이 있었는데 이용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20대 젊은 남녀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유튜브의 큰소리에 항의를 했던 것입니다. 그 다툼은 엉뚱하게 변질되어 극한으로 치닫고 말았습니다. 조국 대 비조국의 싸움으로 말입니다. 그날은 서초동 법조 거리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인 날이기도 했습니다. 유원지의 따스한 가을 햇살을 느끼러 갔다가 낯 뜨거운 세대 간의 큰 갈등 소리만 듣고 온 셈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진짜 사달이 벌어졌는데 장소는 퇴근길 전철 안이었습니다. 직장 동료로 보이는 30대 남자들이 욕설을 섞어가며 큰 소리로 떠들고 있었습니다. 그 바로 옆에서는 30대 여성이 전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성은 친구와 대화를 하는 것 같은데 주위 사람들에게 다 들릴 정도의 큰 소리로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의 흉을 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경로석에서 질타의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세대 간 다툼 소리가 전철 안을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이봐 젊은이들, 조용히 좀 얘기해, 전철 전세 낸 거 아니잖아?”
“제 자유에요.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 국가 아닙니까?”

아! 퇴근길 전철 안에서 자유에 대하여 생각을 하게 될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자유와 권리 그리고 그것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 사이에서의 갈등이 얼마나 많을까를 짐작해 보기도 했습니다. 과연 자유란 무엇이고, 진정한 자유인의 자격은 무엇일까요? 

부담스럽지만 그 유명한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의 주장을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밀이 주장하는 자유의 본질에는 대전제가 있습니다. 즉 ‘자유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만일 타인에게 해를 끼치면 그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고요.

자유는 서로 서로에 대한 배려입니다. 학교나 회사 등 단체 생활은 물론이고 일상의 공공 생활에서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이 나에게 지옥이듯이 나도 남에게 지옥이 되는 것입니다. 나만의 어떤 자유 행위가 공동체 모두가 함께 사는 ‘자유동산’ 전체를 불태울 수도 있는 위험한 불씨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당신은 지금 대성통곡의 피해자입니까, 아니면 발신자입니까? 알고 보면 우리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은 아주 가까이에 있습니다.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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