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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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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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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세 회사가 거둬들인 이익은 수조 원대였지만 그 회사들에 내려진 처벌은 1,000만 원대 벌금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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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2019년의 오늘. 사람마다 개인별 차이가 조금씩은 있겠지만 낯선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가 종종 있다. 처음에는 모르는 번호라서 받았다가 이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급하게 전화를 끊는다. 

이 낯선 번호의 정체를 이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이 보험가입권유나 대출권유 등을 하는 내용으로 금융서비스라는 포장으로 불리고 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걸려오는 이 전화는 대한민국 금융 정보보안의 민낯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이다. 
 
2014년 새해 벽두부터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해버린 하나의 사건이 발생한다. 1월 18일 언론들은 속보로 뉴스를 전하기에 바빴다. 뉴스의 내용은 간단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에 가입된 가입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뉴스의 내용이 미치는 파장은 엄청났다. 뉴스를 전하고 있는 TV 화면 아나운서의 정보도, 그걸 찍고 있는 카메라 감독의 정보도, 그걸 듣고 있는 국민들의 정보도 탈탈 털려버린 것이다. 

KB국민카드에서 5,300만 명과 NH농협카드에서 2,500만 명을 비롯해 롯데카드에서 2,500만 명까지 1억 건이 넘었다. 믿고 맡겼던 정보들은 이미 돈벌이를 위한 거래의 수단이 되었다. 이 뉴스는 출퇴근길 스마트폰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고 인터넷의 화면을 도배해 버린다. 국민들은 금융사들에 대한 분노와 무능함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가입자들의 항의 전화는 빗발쳤고 카드사들은 사과 성명을 냈다. 카드사들의 책임자들이 사퇴했다는 뉴스와 함께 국민은행, 농협은행, 롯데백화점의 홈페이지와 모든 지점 정문에는 사과문이 걸렸다. 그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피해자들은 전 국민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의 개인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사용될지 몰라 불안에 떨었다. 그러나 믿음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회사들은 불안해하지 않았다. 책임자들의 줄사퇴로 언론을 잠재웠고 오랜 시간 동안 면죄부가 되었다. 금융소비자들의 피해에 대한 금융기관의 책임은 조촐한 사과문과 법원의 소송으로 이어졌다. 
 
피해 규모에 있어 지금도 세계적인 순위를 자랑하는 당시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건’은 당시에 수사를 맡아 추가적인 피해가 없을 것이라던 검찰과 감독기관인 금감원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유출된 개인정보들이 민간회사들의 TM(텔레마케팅) 영업을 위해 돈에 팔려 거래되고 있는 현실을 보도했다. 당시에 세 회사가 거둬들인 이익은 수조 원대였지만 그 회사들에 내려진 처벌은 NH농협카드와 KB국민카드에 각각 1,500만 원과 롯데카드에 1,000만 원이었다. 

기업이나 법조계의 눈높이에서는 엄한 처벌이었을 것이지만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 합당했을까? 금융선진국들은 많은 이득을 얻는 금융회사들에 대해 그만큼 무거운 책임을 지우며 처벌을 내리고 있다. 신뢰관계가 생명인 금융업에서 당연한 처사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금융후진국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금융의 사용자인 국민을 위한 시스템과 법률이 아닌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과 그들의 편에서 국가적인 혼란을 막겠다는 법률의 오만함에 대한 평가다. 국민은 상황과 현실을 모르는 게 아니다. 단지 대처할 방법과 힘이 없을 뿐이고 먹고살기 위해 매달릴 시간을 낼 수 없을 뿐이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과 실행하는 사람들은 법의 존재 이유는 통치의 기준을 위한 게 아니라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업은 이윤을 좇으니 그렇다 쳐도 힘없는 소비자를 지켜줘야 할 법이 오히려 기업의 이윤을 대변(代辯)할 때 그 법은 대변(大便)이 된다.

이강희 금융칼럼니스트
이강희 금융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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