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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대”에 노출된 아이들, 죽어야지 그 집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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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대”에 노출된 아이들, 죽어야지 그 집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 신경임 소비자기자
  • 승인 2019.07.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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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손을 잡고 폭력 가정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심각한 한국의 아동보호 실태
출처: Pixabay
출처 ㅣ pixabay

[소비라이프/신경임 소비자기자] 10년 전만 해도 자녀 훈육이라는 명목하에 부모들의 체벌은 당연시되어왔다. 리모컨, 죽도, 파리채 등 어른들의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은 회초리가 되어 여린 아이들의 살을 때렸다.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동폭력에 관한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밖에서는 대놓고 때리는 경우는 드물어도 아이에게 큰 소리로 윽박지르는 부모의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이 집에서는 아이를 때리는지 아닌지는 모를 일이다. 종종 ‘비정한 부모’라는 헤드라인을 달고 나오는 기사에는 부모의 학대로 목숨을 잃은 가여운 아이들이 나온다. 사람들은 그들을 비난하지만, 분노는 그 순간뿐이며 사건은 쉽게 잊히고 비슷한 비극이 반복된다.

만약 당신의 옆집이 자녀를 학대하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누군가는 ‘학대지만 남의 일이니까, 남의 가정교육인데 내가 끼어들 수는 없어’라며 무시할 수도 있다. 보복이 두려워 애써 모른 체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경찰에게 신고한다. 그 사람은 자신의 용기가 아이의 생명을 살렸을 것이라며 기뻐할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대응은 미지근하다. 부모의 폭력을 제지하고 아이의 안전을 확인한 다음에는 돌아가 버린다. 미국의 경우 가정폭력이 의심될 시, 아이를 안전한 곳에 격리할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에는 법적으로 부모의 양육권 및 친권을 박탈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런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학대 아동을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내며 해당 가정을 지속적으로 감시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경찰이 돌아간 후 분노한 부모의 폭력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5년간 아동학대 및 재학대 현황’ 자료에서는 아동 재학대 발생 건수가 2013년 980건에서 2017년 1,983건으로 나타났으며, 5년 새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움을 받을 곳 없는 아이들은 계속해서 고통받다가 심한 경우 결국 부모의 손에 목숨을 잃는다. 지난 6월, 이웃의 신고가 있었는데도 끝내 목숨을 잃은 한 살배기도 재학대를 막았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공익광고에서는 이웃의 신고, 이웃의 관심이 ‘아이들의 목숨’을 살린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신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학교, 지자체 등에서의 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고가 접수되었을 때 아이를 폭력 가정으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는 제도와 안전한 보호를 책임지는 사회체계가 필요하다. 아동복지법이 더욱 강화되고 폭력 가정의 양육권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어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미소를 되찾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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