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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시간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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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시간관념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 승인 2019.07.12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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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기를 기다리게 하는 사람의 결점을 계산한다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김정응

‘지각대장’ 푸틴이 또 사고를 쳤습니다. 이번에는 교황을 예방하는 자리였는데 1시간 늦었다는 것입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각 사(史)는 악명이 높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2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45분, 특히 메르켈 독일 총리는 무려 4시간 15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푸틴의 지각 뉴스를 접할 때마다 묘한 느낌이 듭니다. 가짜 뉴스 아닌가? 아니면 전략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인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상습적으로 그러는 모습에 이제는 짜증이 납니다. 아무튼 현대판 차르 푸틴이기에 망정이지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그런 시간관념을 가지고 생활하면 당장 지구를 떠나야만 할 것입니다. 대장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는 것 같습니다. 지각대장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단지 지각졸장부만 있는 것입니다. 

대학 선배와 번개 저녁 약속을 했습니다. 약속 장소는 강남 대치동의 포스코 빌딩 근처였습니다. 최적의 이동 방법을 고민하다가 버스를 선택했습니다. 화요일 저녁이라 교통사정이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최악의 교통 상황으로 버스가 움직이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늦게 도착할 거라는 문자를 무수히 날려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앞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버스가 왜 이렇게 느려, 공사를 하고 있었군, 공사는 밤에 해야지 왜 이런 시간에 하느냐 말이야, 미친 XX들”
“운전자 양반, 여기서 내려주면 안 되나, 약속 시간에 30분이나 늦었단 말이야” 운전기사 분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속은 시원했습니다. 결국 약속시간 보다 30분이나 훌쩍 넘는 시간에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 이런 사람이었어?” 기다리던 선배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과 함께 일갈했습니다. 

예전 직장에서의 일이었습니다. 급히 경력사원을 충원해야 했습니다. 후보자의 사정을 감안하여 날짜를 정하느라 회사의 여러 일정을 재조정한 끝에 가까스로 면접 시간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그 면접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후보자가 면접 시간에 맞추어 제때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후보자는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서 추천을 받았는데 그런 후보자를 추천한 헤드헌팅 회사와 그를 최종 후보자로 압축했던 실무 팀장 모두가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후보자의 시간관념 상실 사태가 만일 CEO 면접 단계에서 발생했다면 문제의 심각성이나 파급효과는 더욱 컸을 것입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예전과는 입장이 바뀌어 지금은 헤드헌팅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후보자들의 시간약속과 관련한 이슈들을 자주 접하곤 합니다. 우리 회사는 후보자에게 시간관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기에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면접에 임합니다. 따라서 클라이언트의 만족도도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돌연변이는 꼭 있는 법입니다. 어느 날 클라이언트로부터 날벼락 같은 말이 들려왔습니다. 최고경영진 면접 날에 우리 회사에서 추천한 후보자가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입니다. 면접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었습니다. 결국 그 후보자는 낙방했고 요주의 블랙리스트에 올려졌습니다. 회사는 고객회사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왜 그런 후보자를 추천했습니까? 저희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 아니에요?”

시간약속에 대한 프랑스 속담을 떠올리며 반성에 대신해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를 기다리게 하는 사람의 결점을 계산한다.’ 

작년 5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으며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의 상념에 잠겨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LG 구본무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접했습니다. 소설에서는 ‘나만 죽지 않으면 돼’라며 타인의 죽음에 철저하게 무관심한 인간상을 그리고 있는데 내심 공감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과는 달리 구 회장의 죽음은 마치 가족의 상실처럼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마도 구 회장의 여러 선행이나 인간미가 알려져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 구 회장은 공식적인 약속이든, 사적인 약속이든 정해진 시간보다 20분가량 먼저 와서 기다렸다고 합니다. 고인이 보여준 시간관념에서 그 분이 지닌 삶의 품격을 한층 더 높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했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인 요즈음에는 핑계가 더욱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간을 제때 지키지 못하는 것이 용서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시간을 지키기 때문입니다. 약속 시간 등 시간관리에 약한 사람들은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실천 방법들을 찾아야 합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정답은 오직 그 사람의 마음 속에 있을 것입니다. 다만 타산지석의 사례로 시간관리의 귀재라는 평을 듣는 지인 K의 경우를 소개합니다. 

앞당긴다. 
마음속으로 시간을 앞당기는 방법입니다. 10시가 회의 시간이라면 9시 45분이라고 스스로 정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우선 마음을 제대로 고쳐먹어야 행동도 제대로 고쳐지게 마련입니다. 

손익을 따진다. 
최선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움직이는 방법입니다.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불이익을 크게 확대해 보는 것입니다. 

일의 우선 순위를 매긴다.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그 원인이 일 처리의 미숙함에 있다고 합니다. 우선 순위를 정하지 못하거나 상대적으로 하찮은 일을 구분하지 못하면서 우물쭈물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것입니다. 
  
“돈이 곧 다리미야, 돈이 주름살을 쫘~악 펴주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기생충>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시간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면 당신의 몸에 주름살이 생깁니다. 첫인상이 구겨져서 주름살이 되고 당신이라는 브랜드가 가치를 상실해서 또 다른 주름살이 생길 겁니다. 이러한  주름살은 돈으로도 펼 수가 없습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서 당신이 보여주는 신뢰의 새살이 돋아나야 비로소 사라집니다. 출근 시간, 미팅 시간, 면접 시간 등 삶은 시간 약속의 연속입니다. 시간이 금이라면 시간약속은 금을 지키는 일입니다. 시간약속의 황금종려상을 받는 변화와 성장의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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