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불황의 보험시장, 보험사 매물 대량 나와…KDB·동양·ABL
상태바
불황의 보험시장, 보험사 매물 대량 나와…KDB·동양·ABL
  • 김소연 기자
  • 승인 2019.07.04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교보생명도 FI와 싸움 중 ... 패소 시 매물로 나오거나 대주주 바뀔 수 있어,
- 경기불황과 보험소비자 신뢰가 바닥인 상황 영업부진 면치 못해, 인수기업 입질 뜸해...
[소비라이프/김소연 기자] 최근 영업부진을 면치 못하는 보험업계에 대규모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다. KDB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등의 매각설이 돌고 있다. 또한, MG 손해보험도 증자가 여의치 않을 경우 매각대상에 추가될 가능성도 있고, 교보생명도 FI와 풋옵션 분쟁을 겪고 있어, 불리할 경우, 다른 FI를 설득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서 파는 '매각설' 도 나돈다.

대주주가 중국으로 매각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또다시 매물로 나와 있다는 시중 소문이다.  중국 정부의 위탁 관리를 받는 안방보험의 위탁 기간이 내년 2월 만료되면서 연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KDB생명도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연내 매각을 추진키로 공식 발표한 데다 최근 990억 원의 후순위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하면서 매각설이 급물살을 타고 가시화되고 있다.

매물로 나와 있는 KDB생명
KDB산업은행에서 매물로 내놓은 KDB생명보험

세가 큰 보험사를 추가하여,  금융지주그룹의 세를 키우기 위해 군침을 흘리던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 비은행 부문 강화에 나선 가운데, 보험사 매물이 많아지자 국내 금융지주사의 인수 검토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 안방보험이 주인으로 주요 인사가 사표내고 귀국해 매각이 확실시 진행되고 있다는 추측이 일고 있는 동양생명보험

안방보험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다. 지난 2015년 동양생명을 계열사로 편입했고 2016년에는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했다. ABL생명 한국법인은 독립법인보험 판매대리점(GA) 자회사를 출범시키고 일부 지역본부와 지점 등을 폐쇄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 바 있다. 최근 매각설이 강력히 대두되는 것은 안방보험계 인사 이탈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위탁경영이 끝나기 전에 대주주가 교체됨과 동시에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매각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안방보험이 주인으로 제일생명에서 알리안츠, ABL로 사명을 변경한 후 또다시 매각될 운명에 처해 있는 ABL생명
안방보험이 주인으로 제일생명에서 알리안츠, ABL로 사명을 변경한 후 또다시 매각될 운명에 처해 있는 ABL생명

또 다른 매물 KDB생명의 연내 매각 성공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KDB생명은 세 차례 매물로 나왔으나 인수자가 없어 매각이 무산됐다. 한편, 지난달 21일 KDB생명은 990억 원의 후순위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하는 등 자본 확충으로 매물 가치를 높였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연말까지 KDB생명의 매각을 추진하겠다"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입질을 하는 기업으로는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 비은행 부문 강화에 나선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4월 동양자산운용과 ABL 글로벌자산운용의 인수계약을 체결하는 등 비은행 부문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의 성공적인 M&A를 이룬 KB금융도 생보사 인수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교보생명은 지난 4월 매각설에 휩싸였었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 간 풋옵션(주식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 분쟁을 겪고 있다. FI들은 중재를 받은 후 신 회장의 지분 일부를 넘겨받고 풋옵션이 없는 다른 FI를 설득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금융지주에 넘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서 매각설이 제기됐다.

하지만 교보 측은 “현재 주주 간 국제중재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중재로 인해 교보생명이 인수대상이 된다는 것으로 추측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력히 부인한 바 있다. 이 분쟁의 최대 관건은 지분 가격인데, FI 측은 주당 40만9000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신 회장 측은 매입 원가인 24만5000원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너티 컨소시엄 등 재무적 투자자(FI) 간의 풋옵션 갈등이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로 넘어갔다. ICC 중재는 통상 1년 반 걸리는데 그 기간 신 회장과 FI와 별도의 협상이나 제3자 영입 등을 모색할 수 있다. 양측 모두 적정선을 찾고 합의를 도출하는 게 최선이지만 가격 눈높이가 2배 차이를 보여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FI와 중재협상을 진행중인 교보생명, 협상이나 중재의 추이에 따라 매각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KB생명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생보사이다.
FI와 중재협상을 진행중인 교보생명. 협상이나 중재의 추이에 따라 매각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KB금융지주가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생명보험사이다.

신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와 IMM프라이빗에쿼티(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FI 컨소시엄과 상대하고 있다. 교보생명 자원을 활용할 경우 배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중재 과정서 신 회장 측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크게 2가지다. 끝까지 가서 결말을 보거나 양측이 중재와 별개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신 회장 측은 FI들이 중재절차를 밟는 와중에도 "별도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며 여지의 문을 열어 놓았다.

중재와 별도로 협상에 들어갈 경우 신청자인 FI와 합의하거나 지분을 인수할 제3자를 찾아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중재 결과까지 1년 반이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할 여건이 된다는 관측이다. 신 회장 입장에서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새로운 투자자 찾기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올 9월 목표였던 기업공개(IPO)가 FI와의 싸움으로 자체가 무산되면서 매각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도 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사면초가에 몰린 신 회장은 매각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전면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럴 경우 가장 먼저 군침을 흘리고 있는 곳이 KB금융이다.

최근 KB금융지주 등이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교보생명을 인수 추진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김기환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교보생명 인수 관련 질문에 "생명보험은 상대적으로 포트폴리오가 취약한 부분으로, 이 부분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며 "1∼2년 이내에 보험업 자본규제가 본격화되면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안팎에서 M&A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맞지만 과거에도 거론돼 왔던 매물이라 매력이 떨어진다"며 "당장 금융사들이 실제로 매각에 나설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박나영 박사는 ” 요즘 보험시장이 포화되고 예전과 같이 불완전판매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경기불황의 상황에서 바닥에 떨어진 보험업에 대한 신뢰 때문에 영업 부진을 면치 못하는 보험업계에 매물은 많지만, 선뜩 나서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