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1호] ‘소비자 인지 감수성’의 중요성 깨달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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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호] ‘소비자 인지 감수성’의 중요성 깨달아야
  • 백대용 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 승인 2019.07.0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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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인 근거와 같은 정량적인 기준보다는 여성이나 소비자의 입장이나 마음과 같은 정성적인 기준에 더 많은 무게중심을 두는 시대적 변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백대용

과학적인 근거와 같은 정량적인 기준보다는 여성이나 소비자의 입장이나 마음과 같은 정성적인 기준에 더 많은 무게중심을 두는 시대적 변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사례 1) 최근 일련의 법원 판결들로 인해 국민들의 인식 속에 새롭게 자리 잡게 된 개념 중에는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것이 있다. 이에 대해 아직 합의된 정의는 없다. 그러나 대체로 성별간의 차이로 인한 차별과 유·불리함 또는 불균형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며, 더 나아가 피해자인 여성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의지를 포함한다. 어떤 사건을 해결하고자 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은 여성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음을 밝힌 혁명적인 판단이었다.     

(사례 2) 최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와 관련한 WTO 상소심에서 한국은 극적인 승소를 이끌어냈다. 애초 1심 패소를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 나온 결과였기에 그 기쁨이 무척 컸다. 처음 WTO는 과학적 기준에만 기초, 그 위험성에 대한 여부를 판단했다. 그러나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다양한 환경적 요소와 식품 안전이라는 정서적 기준에 초점을 뒀다. 한마디로 방사능 물질과 관련된 수치가 과학적 기준에 미달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수입하는 국가의 국민들이 그 안전성의 측면에서 불안해하고 있다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입을 막는 것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수입국 소비자의 감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WTO 상소심의 결과는 소비자에 대한 배려와 공감을 무엇보다 중요시했기에 가능한 또 하나의 혁명적인 판결이었다.  
(사례 3) 50년 전인 1968년. 미국 뉴저지주의 한 소비자는 자동차를 구매한 후 이동하는 길에서 차의 시동이 꺼지는 상황과 맞닥드리게 된다. 그러자 소비자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됐고, 이에 딜러에게 환불을 요구하게 됐다. 그러나 딜러는 소비자의 요구를 거절했고, 이에 이 둘 사이의 소송은 시작됐다.

이 사건과 관련, 당시 뉴저지 법원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신차 구매는 큰 투자다”면서 “그런만큼 차량에 대한 신뢰성과 안전성으로부터 비롯되는 마음의 평화(the peace of mind)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 신뢰가 한 번 흔들리면(If once their faith is shaken) 차량은 그들에게 가치를 잃게 되는 것이다”면서 “그뿐만 아니라 차량 운행에 대한 인식까지 불안과 우려로 가득차게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1968년 Chevrolet 차량 관련 미국 New Jersey주 법원 판결). 
위 사례들은 서로 다른 내용에 관한 것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공감에 기초한 판단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이러한 흐름에 우리는 앞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 관련이 없는 임블리의 호박즙 곰팡이 사건으로 그녀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 전반에 걸친 불매운동으로 확대되고, 더 나아가 관계 당국의 조사로 이어지는 것은 ‘소비자 인지 감수성’이 없는 기업이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기업들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의 변화를 재빨리 알아채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공감하는 능력의 중요성 및 그 가치를 정확히 깨닫는 회사만이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인지 감수성’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만 하는 필수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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