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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호] 공유경제, 열매는 누구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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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호] 공유경제, 열매는 누구에게로?
  • 특별취재팀
  • 승인 2019.07.0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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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유대감 기반…기업 끼어들며 플랫폼화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택시 업계의 반발에 부딪히고, ‘타다’의 서비스에 대해서도 최근 논란이 일면서 ‘승차공유’, 더 나아가 ‘공유경제’가 다시금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공유경제가 무엇이길래 이처럼 많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일까?


용어는 2008년 처음 생겨
공유경제라는 용어는 미국의 법학자인 로렌스 레식 교수에 의해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로렌스 레식 교수가 처음 공유경제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만 해도 그것은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하며 쓰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여러 경제학자에 의해 다양한 측면에서 재정의된 것에 의하면 보통 ‘내가 가진 유휴자원을 필요한 사람에게 대여해 주거나 소유권을 이전함으로써 소득을 얻는 경제활동’으로 해석된다. 유휴자원이란 ‘물건’뿐만이 아니라 ‘시간’, ‘노동력’, ‘돈’, ‘공간’, 심지어는 ‘재능’이나 ‘경험’까지를 포함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공유경제에서의 대상은, 내게는 유휴상태로 남아 있을지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바로 지금’ 혹은 조만간 ‘자원’이 될 수도 있는 그 ‘어떤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개념·형태는 오래전부터 존재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공유경제라는 개념은 2008년에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가령 과거 노동력이 귀하던 농업사회 시절의 ‘두레’나 ‘품앗이’가 사실은 대표적인 공유경제 활동이었으며, 각 가정마다 공부방을 갖추지 못했던 시절 어느 정도의 이용료를 지불하고 시립도서관의 열람실을 이용했던 것도 마찬가지로 공유경제의 형태인 셈이다. 또한 텔레비전이 귀하던 1960~70년대 국가의 중대한 발표나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경기가 있을 때면 텔레비전이 있는 집으로 모였던 것도, 맞벌이가 대부분인 요즘 믿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엄마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는 공동육아 모임 또한 우리의 생활 가운데 만연해 있는 공유경제 활동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유경제는 하나의 제품을 여러 사람이 필요에 따라 공유해 사용하는 일종의 협력 소비를 뜻한다. 다시 말해 개인이 계속 소유하고는 있으나 활용도가 높지 않은 물건이나 부동산 등을 타인과 공유해 사용함으로써 자원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경제활동을 말하는 것이다. 즉 소유한 사람은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고, 공유 받는 사람은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으니 이상적인 소비 형태인 셈이다.


본래 의미 잃고 부작용 속출
세계 경제 위기 당시 과소비를 줄이고 아껴 쓰자는 인식을 토대로 확산된 공유경제는 한동안, 그리고 지금도 ‘기존의 자원을 활용해 자원고갈 등을 해결하는 대안’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공유경제는 플랫폼 경제와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공유경제의 부작용에 먼저 주목한 것은 해외 석학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모 인터넷 매체의 기사에 따르면 요하이 벤클러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2015년 발표한 논문에서 “우버 등의 사업 모델이 공유경제라는 명칭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공유가 아닌 온라인을 통해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단순한 ‘온 디맨드(On-Demand) 경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러셀 벨크라는 캐나다 요크대 교수 역시 “‘공유’라고 설명되는 여러 현상은 전혀 공유가 아니다. (상업적 업체들이) 바람직한 사회 용어를 가져다 쓰고 있다”고 비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애초의 공유경제가 교환을 전제로 이뤄졌다 해도 “화폐는 오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과거의 공유경제가 단지 공동체의 유대감을 기반으로 했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이러한 비판이 수긍되는 것도 사실이다. 즉 현재 공유경제의 개념은 처음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플랫폼 경제와 혼용되기도
공유경제의 개념이 달라진 것은 공유경제를 상업화하는 기업이 등장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공유경제라는 개념은 이제 스마트폰 등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해 공급자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중개·알선 서비스화 혼합되어 쓰인다. 다시 말해 지금은 이미 새로운 개념이 공유경제라는 용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공유경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업은 바로 차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 ‘우버’다. 세계 최초로 공유경제 시스템을 비즈니스로 전환해 성공을 이룬 우버는 이후 등장한 모든 공유경제 플랫폼의 공식적 모델이 되었다. 하지만 우버는 현재 ‘퇴출 1순위 기업’으로 지목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그 원인은 ‘안전성’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국은 수도 런던에서만 4만 명의 우버 운전자들이 활동하고 있고, 우버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35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우버 천국이다. 하지만 우버 운전자들이 성폭행 사건에 연루됐고 우버 차량을 이용한 테러 등이 연달아 발생하며 안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영국 런던교통공사는 2017년 9월 우버가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에 소홀했다며 공공의 안전과 보안을 위해 더는 면허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또 2017년 11월에는 영국 사법부가 우버 운전자를 자영업자가 아닌 회사에 고용된 운전기사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즉 우버와 운전자는 승객을 연결해주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협력 관계가 아니라 법정 휴가와 최저임금을 보장해줘야 하는 고용 관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공식 계약을 하지 않고 노동자에게 의존하는 우버식 공유경제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숙박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캐나다 밴쿠버 시는 지난 2017년 11월 실제 거주하는 집만 임대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켰다. 에어비앤비로 큰돈을 벌고자 여러 채의 집을 구입하는 사람들로 인해 주택난이 심해지자 규제에 나선 것이다. 


조사 결과 벤쿠버 시는 2009년 이후 6년간 주택 가격이 두 배 이상 폭등했고, 이로 인해 집을 구하지 못한 신혼부부나 저소득층이 시 외곽으로 강제 이주하는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시 그레고리 로버트슨 벤쿠버 시장은 “공유경제는 분명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를 통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언급은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해서 ‘공유경제’ 자체를 나쁜 것, 사라져야 할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다. 


새로운 경제 모델 찾아야
공유경제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 된 것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마치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는 시스템들, 예를 들면 온라인 쇼핑이나 온라인 뱅킹과 같은 시스템들이 초반에 다양한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며 고유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왔듯이, 공유경제 또한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고안해내며 원래의 목적과 가치가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자본주의 경제는 지금까지 ‘소유의 확대’를 통해 성장해 왔다. 경제 발전으로 소득이 높아지면 집·차·건물·땅을 사고, 이를 통해 창출된 수요와 공급이 또다시 경제를 성장시킨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자산의 가치 상승으로 부가 쌓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소유의 확산을 통해 성장의 과실을 나눈다.


공유경제는 반대로 소유를 파괴하며 성장한다. 소유를 늘려가는 대신, 남의 것을 빌려 쓰며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다. 물론 그렇다고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공유경제로 창출한 부만큼 참가하지 않은 다른 부류들도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그보다는 공유경제에 ‘참가’한 사람들의 생존권이 달린,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가 개입돼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개인택시 기사들이 ‘타다’에, 모텔 주인들이 ‘에어비앤비’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이유가 된다.


이들에게는, “그동안 소유 기반의 경제 성장을 통해 쌓아온 자본(택시와 건물)의 가치가 공유경제로 붕괴되어도 그 어떠한 보상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곧 기득권에 대한 저항이기 이전에 생산수단으로서 자신의 자본을 지키고자 하는 지극히 경제적 행동인 것이다.


결국 관건은 공유와 소유 간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고,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집과 차를 만들어 사고팔면서 얻을 수 있는, 이를 빌려주고 빌림으로서 창출되는 가치를 잘 견주어봐야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허용하되, 그 이익이 플랫폼 사업자에게만 집중되지 않고 기존 사업자와 공유경제 참여자들 간에 분배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
공유경제의 본래 목적은 공유하는 사람과 공유 받는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점점 더 스마트해지는 소비자들 역시 일상 속 더 많은 분야에서 공유경제에 기반한 플랫폼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플랫폼 개념의 유입으로 이미 빛이 바랜 듯한 공유경제를, 그렇다고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발전해갈 수 있도록 보다 나은 대안들을 제시해야 할 때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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