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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느껴본 대학가 '마라탕'의 인기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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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느껴본 대학가 '마라탕'의 인기 비결
  • 박선호 소비자기자
  • 승인 2019.04.14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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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에 따라 넣는 재료, 조절 가능한 맛이 인기 비결

[소비라이프 / 박선호 소비자기자] 요즘 대학가에서 가장 인기있는 점심메뉴라면 단연 '마라탕'을 빼 놓을 수 없다. 내가 원하는 재료를 담아서 만드는 마라탕 가게 앞에는 점심 시간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라탕은 짜장면 짬뽕을 배달하는 동네 중국집이 아닌, 양꼬치나 마라샹궈 같은 정통 중국 요리를 취급하는 음식점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고, 중국에서 살았거나 중국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선호도가 높지 않은 음식이었다.

과연 어떤 이유에서 마라탕이 이렇게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음식이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직접 서울 중앙대학교와 인천 인하대학교 인근의 한 마라탕 가게를 각각 찾아가 보았다.

인하대 인근 가게에서 주문한 기자의 마라탕, 앞의 음식은 마라샹궈이다.

내 취향에 따라 넣는 재료

뷔페 식당을 제외한 대부분 음식점의 요리는 모두 손님이 주문하고 조리 매뉴얼에 따라 정해진 재료로 만들어진 요리를 먹는 방식이었다. 특별히 요청하지 않는다면 원하지 않는 재료를 먹게 될 수도 있고, 원하는 재료를 더 많이 담기도 어려웠다. 후자의 경우에는 별도로 요청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음식점도 많다.

그러나 최근에 인기를 끈 마라탕 가게들은 손님이 직접 원하는 재료를 담을 수 있도록 코너를 만들어 두었다. 손님은 취향에 따라 본인이 좋아하는 재료 한두 가지만 넣은 마라탕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지켜본 사람들 중에서는 중국당면(납작당면)을 절반 가까이 담은 사람도 있었고, 고를 수 있는 모든 야채를 담은 사람도 있었다.

중앙대 인근 가게의 재료 코너.

식사량에 맞게 조절 가능한 양

기존의 중식당에서는 음식을 주문하면 정해진 양만 제공된다. 지불한 가격은 똑같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많아 남길 수밖에 없는 양이 될 수도, 어떤 사람에게는 다른 메뉴를 주문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적은 양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손님이 직접 재료를 고를 수 있는 마라탕 가게에서는 재료들을 원하는 양만큼 담아와서 무게에 따라(일반적으로 100그램당 1,000원대 중후반 선)다른 가격을 매긴다.

따라서 본인의 식사량에 맞추어 양을 조절할 수 있고, 그에 맞는 가격만 낼 수 있는 것이다. 기자가 방문한 가게에서는 식사량이 적은 사람은 재료를 600그램 정도만 담아 만 원이 되지 않는 가격을 지불했다. 식사량이 많은 기자의 경우에는 1,000그램 넘게 담아 만 원 중반대의 가격이 나왔다.

조절 가능한 맛

정통 중국음식점에서 먹는 마라탕의 경우 특유의 향신료와 매운맛이 매우 강해서 그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먹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의 마라탕 가게들은 매운맛을 단계별로 조절 가능하며, 향신료를 넣거나 뺄 수도 있다. 보통 가장 낮은 단계의 매운맛에서는 향신료를 넣지 않는다. 덕분에 향과 맛 때문에 마라탕을 먹지 못했던 사람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마라탕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기자가 방문한 곳의 경우 가장 순한 맛으로 주문하면 부대찌개보다도 덜 부담스러운 맛의 국물이 제공되었다.

종합적으로 대학가에서 비주류 음식이었던 마라탕이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은 '취향에 맞게 음식을 커스텀(custom)해서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료는 본인이 직접 양껏 조합하고 조리만 주방에 맡기면 되는 기존 중식당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던 방식이 '나만의 것'을 중시하는 최근 대학생들의 성향에 부합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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