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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호] 결혼 문화 키워드 ‘실속’, ‘공동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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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호] 결혼 문화 키워드 ‘실속’, ‘공동 부담’
  • 고혜란 기자
  • 승인 2019.04.10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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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행복, 실제 생활이 더 중요해
 

[소비라이프 / 고혜란 기자] ‘스몰웨딩’, ‘알뜰웨딩’, ‘실속형웨딩’으로 불리는 최근의 결혼 풍속도는 결혼을 ‘인륜지대사’요, 더욱이 그 주체를 ‘개인’이 아닌 ‘가족 단위’로 여기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에서 벗어나 있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만큼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의 근사한 모습으로 하객들 앞에 서야만 “결혼했다”는 인식이 그만큼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10쌍 중 7쌍 ‘실속형 웨딩’ 선택

가수 이효리가 제주도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던 2013년 당시만 해도 스몰웨딩은 장안의 화제였다. 그리고 그 흐름은 그해 말 가수 조정치와 정인이 지리산에서 그들만의 의식으로 결혼식을 대신한 것으로 이어졌다. 그들이 자연 지향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기 때문에 가능한 웨딩이었다. 그러다 지난 2015년 원빈과 이나영의 밀밭 결혼식을 계기로 결혼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은 본격적으로 깨지기 시작했다. “결혼식이 꼭 화려할 필요는 없잖아?” “결혼하는 사람은 난데?”라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실속파들이 생겨난 것이다.

지난해 결혼 트렌드를 토대로 올해 결혼 트렌드를 전망한 롯데멤버스의 ‘트렌드Y 웨딩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문화의 주를 이뤘던 것은 실속형웨딩이었다. 실속형웨딩이란 개인의 취향대로 결혼식 규모와 예산, 유형 등을 선택해 가격은 낮추고 만족도 등의 품질은 높이는 형식이다.

이는 웨딩업체를 통해 일괄적으로 서비스 받게 되는 ‘럭셔리웨딩’과 가족 중심으로 하객들을 초대해 최소 비용으로 진행하는 스몰웨딩의 중간쯤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결혼한 신혼부부 10쌍 중 약 7쌍은 실속형웨딩을 선택했다. 신혼여행지로는 ‘관광’과 ‘쇼핑’이 모두 충족되는 하와이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으나, 가장 선호하는 신혼여행의 유형은 관광도 아니고 쇼핑도 아닌 ‘휴양’의 개념에 가까웠다.

가족 아닌 당사자 취향 존중돼

실속형 웨딩을 택하는 사람들은 주로 예물·예단의 비용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혼여행과 가전 선택에 있어서는 투자를 아까지 않았는데, 이는 남들에게 보이는 부분을 신경 쓰기보다는 스스로의 경험과 실질적인 결혼 생활의 편익에 보다 높은 점수를 주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체면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사회 내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결혼에 대한 관념을 바꾸는 데 한몫하고 있다. 아울러 젊은 세대가 부모 세대에게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적극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기도 한다. 결국 이로써 “올해의 결혼 문화는 사회적 기준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건강을 고려, ‘개인화’와 ‘힐링’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는 롯데멤버스는 예측은 타당성을 부여받게 된다. 웨딩 장소 역시 일반 예식장을 벗어나고 있는 추세다. 아직 호텔 예식장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소박한 하우스 웨딩을 선호하거나 공공시설을 웨딩 장소로 택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족보다는 ‘삶’에 투자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예식장은 물론 예단·예물에 대한 부담을 줄게 했고, 대신 직접 쓸 가전이나 집안 인테리어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 성향으로 나타났다. 투자하고 싶은 항목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신혼여행’과 ‘가구·침구류’라 대답했고, 가전 중에서는 ‘건조기’와 ‘의류스타일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었다.

이밖에도 집에서도 취미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소형가전이 인기를 끌었는데, 예를 들면 집에서도 영화관에서처럼 영화를 볼 수 있게 하는 ‘빔 프로젝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변화는 ‘집’을 단순히 ‘주거’의 목적이 아니라 ‘힐링’과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아지트’로 생각하기에 가능하다. 때문에 신혼여행에 투자비용을 들이는 것 역시 당연한 결과다. 한편 신혼여행지는 대표적인 휴양지인 하와이와 몰디브·괌·발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남·여 동일한 비용 부담

신랑측이 신혼집을 마련하고 신부측이 혼수·예단을 준비했던 관습도 사라지고 있다. 예물·예단은 아예 생략하는 경우가 많고, 그 비용을 아껴 집을 구하는 추세다. 또 불필요한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에 드는 비용은 최대한으로 줄여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데 보태기도 한다. 이를 위해 셀프웨딩, 스몰웨딩, 하우스웨딩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레스토랑, 카페 등을 웨딩장소로 택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결혼정보업체의 2018년 결혼비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비용 부담비율은 5:5가 가장 많았으며 6:4, 4:6 비율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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