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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호] 미세먼지 속 ‘식목일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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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호] 미세먼지 속 ‘식목일의 추억’
  • 추재영 기자
  • 승인 2019.04.05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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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로도 불안…‘식물’에 눈 뜨는 사람들
 

[소비라이프 / 추재영 기자] 근대 입헌민주주의의 핵심인 행복추구권은 인간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기본적 자유’를 근거로 한다. 그러나 미세먼지 때문에 ‘숨 쉴 자유’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요즘, 올 초 정부가 내놓은 도시숲 사업과 더불어 이달 5일 ‘식목일’을 앞두고 공기정화식물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뜨겁다.

미세먼지 불안·불만에 관련 산업 호황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에어비주얼(AirVisual)은 최근 대기의 오염도를 측정,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6㎍/m³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를 차지하는 결과다.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중에도 속 시원한 대안이 나오지 않자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은 좀처럼 사그라질 줄 모른다.

미세먼지가 폐렴·폐암은 물론 심근경색·부정맥·뇌졸중·치매 증상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이민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화력발전 출력 감축 등 연일 정부의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외식과 야외활동에 관련된 민간소비는 위축되는 한편 마스크, 공기청정기, 공기정화식물 등에 대한 소비는 늘어가는 상황이다.

공공기관 공기청정기 수요 증가

미세먼지에 관한 국민들의 자구책 마련은 보다 치밀해졌다. ‘불편’을 이유로 마스크를 쓰지 않던 사람도 확연히 보이는 그 농도의 심각성에 이제는 두 손을 든 눈치다.

연일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공습에 마스크 의존도가 높아지고, 식약처로부터 의약외품 허가받은 ‘KF94 보건용 마스크’를 챙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두 달 동안의 판매량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기청정기의 판매량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7일 한 매체를 통해 공기청정기의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이미 1.5배 정도 늘어 공기청정기 생산 라인을 빠르게 가동하고 있지만 생산과 거의 동시에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와 중저가 공기청정기의 대표주자인 위닉스의 사정 역시 다르지 않으며, 대유위니아는 지난달 1일부터 5일까지 판매된 공기청정기 수량이 전년 동기 대비 685%나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미세먼지 사태가 국가 재난으로 규정돼 학교나 공공기관에서의 수요가 많아지면 대형 공기청정기의 비투비(B2B) 판매 역시 급격히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가격 부담에 만들어 쓰기도

지난해 판매 데이터를 살펴보면,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가장 높았던 기간은 4~5월이었다. 이를 근거로 업계에서는 당분간 공기청정기 시장 활황이 지속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십만 원대부터 수백만 원대를 호가하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공기청정기의 원리를 이용해 6만 원 정도의 비용이면 공기청정기 한 대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정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더러운 공기를 필터에서 거른 뒤 팬으로 깨끗한 공기를 배출하는 원리를 적용한 방법이다.

10년 후의 삶을 생각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다 설립됐다는 ‘십년후연구소’에서도 지난해 워크숍을 열고 직접 만드는 공기청정기를 소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는 공기 중 방사성 미립자를 거르는 헤파필터와 PC용 팬, 전원 장치가 재료의 전부이다. 완제품의 헤파필터와 팬을 한 데 모으는 고정틀을 나무와 목공풀 등을 이용해 만드는 방식으로 1시간에 10평 정도의 공간을 정화할 수 있다. 처리 용량은 크지 않지만 각 방마다 두면 효율적으로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

또한 미세먼지 영향으로 실내 환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공기정화식물의 인기도 날로 치솟고 있다.

공기정화식물들은 인체에 해가 되는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할 뿐만 아니라 실내 습도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에 따라 2000년대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아레카야자·관음죽·고무나무·아이비·보스턴고사리·스파티필룸·산세베리아·게발선인장 등이 최근에는 미세먼지로 인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다. 뱅갈고무나무·아이비·산호수·테이블야자 등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있는 식물의 거래량 역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해결책으로 ‘식물’ 떠올라

식물이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는데다가 이달 5일로 다가온 식목일을 앞두고는 ‘그날’에 담긴 의미와 가치에 깊은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식목일의 기원은 문무왕이 당나라 세력을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삼국통일의 성업을 완수했던 신라 677년의 2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한 조선 성종이 세자, 문무백관과 함께 동대문 밖의 선농단에서 제를 지낸 뒤 적전(籍田)을 친경(親耕)한 날인 1493년 3월 10일에 해당되는 날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까지 겪는 동안 우리나라의 국토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실제 일제강점기 행해진 무차별적인 벌목으로 약 5억 입방미터의 산림이 훼손된 데다가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으로는 복구가 불가능할 지경이 됐었다. 그리고 이 같은 상처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1955년부터 한반도 산림을 살리는 다양한 사업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를 위해 UN과 많은 국가들로부터의 원조를 받았는데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는 ‘국토 70%가 산악지역’이라고 할 만큼 대표적인 조림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계절적으로 청명(淸明)을 전후로 나무 심기에 좋은 식목일은 1949년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을 제정, 휴일로 지정됐다. 이를 기념해 전국의 직장·학교·군부대·마을에서는 해당 지역의 토양에 적합한 나무를 심었으며 전후 1개월 동안을 ‘국민식수기간’으로 설정, 경제적인 산지자원화를 도모하기도 했다. 1960년 공휴일에서 제외됐다가 식목의 중요성이 대두된 이듬해 다시 지정되는 등 휴일 제정과 해제를 반복했던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폐지된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식목일 휴일 지정 요구 높아져

과거 봄철이면 중국에서 유입되는 황사로 우리나라는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미세먼지라는 이름으로 바뀐 공기는 불쾌함에 머물던 사람들의 마음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 기간 또한 ‘일 년 내내’로 확대됐거니와 언론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한 각종 폐해를 보도하고 있어 건강에 대한 염려는 깊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와 자연재해 등을 예방하는 식물이 미세먼지로 인한 공기오염을 막을 최고의 수단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나무 한그루가 뿜어내는 산소량이 4인 가족이 하루 동안 필요한 산소량에 준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새삼 식목일에 의미를 두는 눈치다. 게다가 세계 각국에서도 지구 온난화가 점점 가속화되면서 이를 막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나무심기와 산림 보호에 큰 관심을 두는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매년 4월이면 다양한 식목일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비공휴일이 되면서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식목일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 식목 행사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식목일 가치 재평가 돼야

과거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비운을 겪었다. 일제강점기를 지내며 극심한 피해를 입었던 우리의 산림은 광복 후에도 정비되지 못했으며, 6.25 전쟁으로 또 절반이 민둥산이 됐었다. 이에 1967년에 이르러 산림청은 ‘치산녹화’라는 사명 아래 첫해 45만여㏊의 조림사업을 시작했으며 그 가운데 36만㏊를 연료림으로 조성, 산림녹화와 임산연료의 기반을 갖췄다.

이후 1970년대에는 치산녹화 10개년 사업을 시작, 산림녹화에 대한 국민참여를 독려했다. 그 결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우리나라를 20세기 이후 산림녹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국가로 인정하기도 했다.

2000년 동해안 산불(4월), 2005년 양양 산불(4월)은 각각 ‘2만 4,000㏊, 1,000억 원’과 ‘974㏊, 230억 원’의 피해를 가져왔으며, 2017년 강릉에서 발생했던 산불 역시 252ha의 피해를 남겼다. 식목일 74주년을 맞는 올 초 역시 양양에 산불이 나 산림 20㏊를 태우고 20시간 만에 꺼졌다.

최근 숲이 미세먼지에 맞설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공휴일 지정 여부를 떠나 식목일에 대한 의미와 가치는 제고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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