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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호] 100세 시대 의료소비자 주권 확보 위한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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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호] 100세 시대 의료소비자 주권 확보 위한 첫걸음
  • 김선이 미래소비자연맹 대표이사
  • 승인 2019.04.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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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김선이 미래소비자연맹 대표이사] 독일의 철학자 괴테는 “사람이 늙으면 건강, 일, 돈, 친구, 꿈 등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하나씩 빼앗긴다”고 했다. 하지만 키케로는 “노인이 스스로를 지켜나간다면, 자신의 권리를 유지해나간다면, 누구에게도 예속되지 않는다면, 또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것들을 다스려나간다면, 노년은 매우 행복하고 영예로운 인생의 한 시기”라고 말했다.

▲ 김선이 미래소비자연맹 대표이사

노년을 여유로운 제3의 황금기로 맞느냐, 아니면 무미건조하고 황량하며, 가난과 질병, 고독 등 노령기의 삼고(三苦)에 시달리며 죽기를 고대하는 삶을 사느냐는 우리 각자의 선택이다.

의료소비의 대상은 일반적인 소비자뿐만 아니라, 의료공급자인 병·의원의 의사들과 직원들까지도 포함한, 사실 모든 국민이 이에 해당된다.

최근 신의료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의료 접근성의 향상은 국민들의 건강과 수명 연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의료서비스 이용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의료소비자들의 권리의식과 의료서비스 품질에 대한 기대수준은 점점 더 높아져, 향후 의료소비자 문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경제 성장에 따른 제반 사회제도의 동반성장은 정체돼 앞으로 전개될 사회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행위는 질병의 치료를 의미하지만 의학이 발전되고 의료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의료사고’로 규정되지 않는 소비자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만을 그 대상으로 하는 한국 의료분쟁조정원과 달리, 소비자가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입은 피해 전반을 신속·공정하게 처리하는 소비자 분쟁조정위원회의 의료분쟁 해결에 대한 길잡이로서 역할은 날로 더 중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소비자는 건강하지 못할 때 적정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고 그에 해당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이를 의료소비자 주권이라고 하며, 모든 국민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의료소비자로서 안전할 권리, 알 권리, 선택할 권리, 피해구제를 받을 권리 등을 내용으로 한다. 고령화의 결과로 의료서비스 이용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지금의 의료현실을 보면 그 갈등의 양상을 보다 심각한 국면으로 전개시켜 갈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 인식의 급상승으로 모든 상품의 공급자는 소비자의 욕구에 충족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무형의 서비스 상품인 의료의 경우에는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는 않는 게 현실이다. 특히 노령기의 특성상 의료기관이나 적절한 치료방법의 선택에 있어서의 어려움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도 이를 세심히 고려해야 하고, 특히 의료서비스는 인간의 생명유지와 직결되어 있으므로 타 유형의 상품과는 그 질과 내용을 달리해야 한다.

100세 시대에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료소비자 문제에 대해 사전에 예방하되 사후 피해 발생 시에는 구제 차원에서 의료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의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 의료소비자와 공급자의 관계에서는 그들 모두가 이해 당사자다. 때문에 어느 한 쪽 편에 설 수밖에 없고, 이는 또한 양자 간 원만한 합의나 타협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만든다. 결국 중립적 입장에서 그 당사자들을 중재의 장으로 이끌 수 있는 주체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조정을 위한 법적, 제도적 기준 또한 마련돼야 한다.

이에 정부는 의료사고 발생 시 피해구제를 위한 제도 및 정책을 명확하게 제안하고, 의료계는 의료소비자교육 및 정확한 정보제공을 통해 의료사고 예방과 의료소비자 보호 및 주권확립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는 다소 요원해 보일지라도 ‘고령화 시대에 걸 맞는 의료서비스’를 궁극적인 목적이라 볼 때 그 지향점은 어떤 이유로도 결코 포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임있는 의료당국의 적극적 자세와 실천적 노력이 여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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